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3.12 08:11 ㅣ 수정 : 2024.03.12 08:11
다올證, 오는 15일 정기 주총…2대주주 영향력 확대 중 ‘권고적 주주제안’ 화두…“최대주주와 함께 배당 안 받아” 가결돼도 실제 적용 여부 미지수…“법률상 충돌 우려 有”
[사진=다올투자증권]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다올투자증권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2대주주인 ‘슈퍼개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주주제안을 통과시키고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소액주주 표심 끌기에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인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과 김 대표의 지분 격차가 막대하지 않아 이변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최대 화두인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여부로 쏠리고 있다.
■ 다올證, 오는 15일 정기 주총…2대주주 영향력 확대 중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오는 15일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선 총 12개 의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는데, 2대주주인 김 대표는 그중 △제2호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제4호 차등적 현금 배당의 건 △제6-4호 사외이사 강형구 선임의 건 등의 의안을 제안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김 대표의 제안은 안건별로 추가적인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나, 주주제안이라는 취지를 존중해 이견 없이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상정된 안건으로는 정관 일부 변경과 사외이사 선임 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폭락한 이후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 총 14.34%를 사들이면서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지분 취득 직후에는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반 투자’로 기재했다가, 지난해 9월 ‘경영권 영향’으로 목적을 상향하면서 본격적인 주주 활동에 돌입했다.
이어 최근에는 ‘다올 밸류업’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책임 경영의 시작, 2대주주도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주제로 밸류업 캠페인을 펼치면서 주주행동주의 플랫폼인 ‘비사이드코리아’를 통해 우호 지분을 포섭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다올 밸류업 유튜브 채널 영상에 직접 등장해 “이번 주주 제안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의 정상화와 다올의 밸류업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건전한 견제를 만들고, 더 좋은 회사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주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전일에는 김 대표가 제기한 검사인 선임 요구가 수용되기도 했다. 법원이 선임하는 검사인은 주총장에 방문해 내부의 증거 등을 수집해 총회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데, 주로 비교적 적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 측에서 선임을 요구하며 회사 측에는 압박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다올투자증권 주총에서 천정환 변호사를 검사인으로 선임하며 “주총 소집 절차나 결의 방법의 적법성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 선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소명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다올투자증권 주총에서 가장 큰 화두는 김 대표가 제안한 제2-1호 의안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이다.
‘권고적 주주제안’이란 주총에서 상법과 정관에 정한 사항 외에 안건을 발의하거나 의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되더라도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거나 경영진에게 구속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서만 인정받고 있는 권고적 주주제안은 국내에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3월 HDC현대산업개발 주총에서 경제개혁연대가 HDC현산 주주인 APG(네덜란드 연금 투자회사)로부터 위임을 받아 정관변경을 제안한 것이다. 다만 당시 HDC현산 측은 APG 측의 주주제안 대부분을 수용하면서도 권고적 주주제안은 과도한 주주권 행사를 우려하면서 도입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 신설을 제안하면서 △제4호 차등적 현금 배당의 건 △제11호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의 건 △제12호 자회사 매각에 대한 보고 및 결의의 건 등의 권고적 주주제안을 제시했다. 해당 의안들은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이 부결될 경우 자동으로 폐기된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제4호 의안의 주요 내용은 다올투자증권의 정상화 이전까지 최대주주와 2대주주가 배당을 받지 않고, 해당 배당분을 일반 주주에게 넘겨 배당금을 기존 주당 150원에서 253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김 대표가 내건 정상화 조건은 △순자본비율 450% △영업순수익 점유율 1%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이다.
다올투자증권 최대주주인 이 회장 측의 지분율은 25.20%로 김 대표 측과 격차가 11%포인트도 채 나지 않아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김 대표의 주주제안이 수용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유상증자 등 소액주주가 반발할 만한 내용도 주주제안에 포함된 만큼, 직접 표결에 부치기 전까지는 함부로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의 지분 차가 아주 크지 않아 소액주주 선택에 따라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가결돼도 실제 적용 여부 미지수…“법률상 충돌 우려 有”
ISS의 다올투자증권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권고안. [사진=리앤모어그룹]
다만 이번 주총에서 권고적 주주제안 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국내 현행 상법상 구속적 주주제안만 인정되고 있다. 구속적 주주제안은 권고적 주주제안과 달리 주총에서 가결될 경우 반드시 효력이 발생해 경영진이 이를 따라야 하는 주주제안 형태다.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권고적 주주제안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다올투자증권의 정기주총에서 김 대표가 제안한 의안 중 제2호 의안 산하의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주총장소 소집지 변경 △이사의 임기변경의 △위원회관련 조항 변경 등에 대한 안건에만 찬성을 권고했으며, 나머지 안건에는 반대하기를 권고했다.
ISS의 제시안을 배포한 국내 기업지배구조 및 의결권확보 자문사 리앤모어그룹 관계자는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2-1호의 의안 통과 여부와 6-4 주주제안 안건인 사외이사 강형구 교수 선임 건에 대한 주주들의 표결 내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앤모어그룹 측도 2대주주인 김 대표의 의안 발의 배경에는 동의하지만, 기술적 미흡함과 추후 법률상 상호 충돌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리앤모어그룹 관계자는 “2대주주 제안의 내용과 배경이 좋긴 하지만, 회사의 정관이라는 것은 상법과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의 하위에 있는 것”이라며 “주주만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정관의 규정이 상법과 배치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회사나 기관투자자 차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이를 수용하는 회사의 입장도 어느 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 성장을 위해선 주주행동주의가 소위 ‘트렌드’처럼 활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