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144)] 대한민국 고용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알바몬, 알바천국 광고

신재훈 입력 : 2023.08.09 05:15 ㅣ 수정 : 2023.08.09 05:15

재미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웃픈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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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35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어쩌면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을 켜는 것도 눈치 보이는 집보다 사무실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반면 찜통 더위 속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알바생들은 힘든 업무와 무방비 상태로 맞는 무더위까지 더해져 더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과거 일반적이던 평생직장 개념이 점차 사라져가며 알바가 보편화된 고용시장의 현실과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광고들이 있다.

 

알바 구직구인 사이트의 양대 산맥인 알바몬과 알바천국이 그것이다. 치열한 경쟁관계인 두 브랜드의 광고는 알바시장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준다.

 

젊은이들이 모델로 나오는 알바천국 광고를 보자.

 

 

노란색 알바천국 2층 버스가 등장한다. “어떤 알바를 원하건 천국이 데려다 줄께”라는 카피와 함께 시급 높은 알바, 브랜드 알바, 재택 알바, 시즌 알바 등 선택 가능한 다양한 알바들을 소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젊은이들의 다양한 알바에 대한 니즈를 공략하고 있다.

 

알바천국의 경우 알바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젊은이들이 모델로 출연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알바 업종을 광고한다. 확대되고 다양화되는 알바 시장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알바몬의 경우 알바천국과는 대조적으로 광고모델이 전부 어르신들이다. 광고 내용 또한 농촌 어르신들의 일상 속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물론 다소간 희화화 되고 작위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알바몬 광고의 스토리는 조용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다. 전동카를 타고 지나가는 한 어르신에게 밭에서 일하던 동생 어르신들이 “언니 어디가?”라고 묻자 언니는 “알바가!”라고 대답한다.

 

 

“알바가”를 “알박아”로 잘못 알아들은 동생 어르신들은 “무슨 알을 박고 있어 지랄하고”라며 비웃는다.

 

장면이 바뀌어 등장 인물 중 가장 어린, 그러나 60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버스에 타려고 뛰어간다. 정류장 앞 슈퍼 평상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 중 한 분이 “순실이 어디 가냐?”라고 묻고 순실이는 “알바여~”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알빠여?”로 잘못 알아들은 할머니들은 “내일 모레면 큰언니들이 100살이 넘어 가는디 알빠여가 뭐여?”라며 새파랗게 어린 것이 4가지 없다고 순실이를 나무라고 뒷담화를 한다.

 

이 광고의 재미는 귀가 잘 안 들려 생소한 “알바”라는 말을 엉뚱한 말로 잘못 알아듣는 어르신들의 특징을 활용한 에피소드와 능청스런 연기가 더해진 말장난이다.

 

 

그러나 이런 재미있는 광고를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어르신들을 타겟으로 어르신들이 모델로 출연하는 광고를 할 만큼 어르신 알바시장이 급성장 했다는 현실을 반영해서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최저 출산율과 함께 일하는 노인의 비율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는 자아실현이나 소일거리 등 일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 유지가 안 되어 떠밀리듯 생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기에 더 심각하다

 

또한 길어진 불볕더위에 폐지를 줍던 어르신, 밭일 하던 어르신이 더위에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이 모든 슬픈 현실이 재미있는 광고를 보면서도 편하게 웃을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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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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