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4.12 07:00 ㅣ 수정 : 2025.04.12 07:00
‘심즈’ 넘보는 국산 인생 시뮬레이터 등장 실사 그래픽·AI 결합으로 몰입감 극대화 DLC 무료·모딩 지원으로 글로벌 유저 공략
크래프톤 신작 '인조이(inZOI)' [사진 = 크래프톤]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미국 일렉트로닉 아츠(EA)가 내놓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The Sims)'를 넘어서는 'K-인생 시뮬레이터'의 반격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흥행을 입증한 크래프톤이 이번에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심즈 대항마로 주목받는 크래프톤 신작 ‘인조이(inZOI)’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의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 출시 이후 1주일 만에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K-게임'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뽐냈다.
특히 언리얼 엔진 5 기반의 실사 그래픽과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인조이는 기존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과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에 따라 인조이는 스팀이 선정하는 '글로벌 톱 셀러' 순위에서 2주 연속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인조이 흥행몰이가 초기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전통적인 강자 심즈와 비교해 콘텐츠 깊이와 기술력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2억 장을 넘긴 심즈 아성에 도전한 인조이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기술력으로 완성한 '몰입형 인생 시뮬레이터'
4월 11일 기준 스팀 전세계 매출 주간 순위 [사진 = 스팀 캡처]
인조이가 기존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기술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언리얼 엔진 5로 펼쳐지는 실사급 그래픽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다"라며 "여기에 생성형 AI 기반 캐릭터 시스템이 더해져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 사람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받는 기능은 AI가 탑재된 NPC(논 플레이어 캐릭터) 시스템 ‘스마트 조이(Smart Zoi)’다. 이 캐릭터는 유저 지시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고도화된 AI 기능을 갖췄다.
특히 미국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 크래프톤이 협업해 완성한 이 AI 기능은 게임 몰입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인조이는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현실처럼 살아가며 일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결혼과 육아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특히 250개가 넘는 커스터마이징(사용자 맞춤형) 옵션과 400개 이상인 정신 특성(성격, 감정, 사고방식 등)은 유저 요구를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조이 게임 속 한 장면 [사진 = 크래프톤]
게임 속 삶은 단순히 ‘선택지’를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플레이어 감정과 가치관에 따라 변화한다. 이에 따라 유저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며 높은 재접속률과 공유 콘텐츠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게임을 출시한 크래프톤은 이 모든 기술과 시스템을 얼리 액세스 단계부터 제공하고 있으며 정식 출시 전까지 모든 DLC(Downloadable Content·추가 콘텐츠)를 무료 제공할 방침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AI 기반 NPC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사례는 드물다”라며 “크래프톤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유저 커뮤니티와 유연한 피드백 구조를 갖춰 사용자 요구 사항을 반영해 장기 흥행 조건을 모두 갖췄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인조이는 스팀 플랫폼에서 출시 40분 만에 글로벌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해 국산 패키지 게임 역사상 가장 빠른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팀은 미국 밸브(Valve)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 PC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를 좌우하는 핵심 채널이다. 이곳에서 흥행을 거두면 단순한 판매 성과를 넘어 브랜드 신뢰도와 확산력을 증명한다.
■ ‘심즈’ 넘보는 대항마…K-게임 전략의 진화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인조이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를 오랫동안 장악해온 EA 심즈 시리즈에 정면 도전하는 작품이다. 심즈는 누적 2억 장 이상 판매된 전설적인 IP(지식재산권)지만 유료 DLC 과다와 제한된 자유도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심즈4는 본편 외에 수십 종의 DLC가 있어 모든 콘텐츠를 정가 기준으로 구매하면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 모딩(사용자 제작 콘텐츠 기능) 기능도 비교적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저 창작 콘텐츠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크래프톤은 인조이를 통해 ‘개방성’과 ‘접근성’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업계 관계자는 "인조이는 모든 DLC를 정식 출시 전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유저 모딩 기능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정책은 유저 커뮤니티의 창작 활동을 독려하고 게임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심즈4가 DLC 포함 약 3000만 장 이상을 판매했듯이 인조이도 비슷한 구조로 연평균 수천억 원의 안정적 매출이 가능한 매력적인 장르”라며 “초반 성과만 보더라도 심즈를 대체할 가능성을 입증했다”라고 평가했다.
게임 방식도 진화했다. 인조이는 유저의 감정, 가치관, 사고방식이 게임 전반에 반영되도록 설계해 캐릭터와 세계관 모두 ‘나 자신’을 투영하는 공간이 된다. 이는 현대 유저들이 선호하는 자기표현 중심 콘텐츠 흐름과 잘 맞물린다.
흥행 가능성뿐 아니라 크래프톤의 IP 전략에서도 인조이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크래프톤이 5년 안에 매출 7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전체 매출의 60%는 기존 ‘배그’ IP 프랜차이즈화로, 40%는 신규 IP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인조이를 포함한 신규 프로젝트는 회사 미래를 책임질 핵심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지난해 약 1400억 원을 신규 개발에 투자했으며 향후 5년간 최대 1조 5000억 원까지 투자하는 계획도 밝혔다. 결국 인조이의 성공은 크래프톤이 ‘배그’에 이어 또 하나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IP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