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애경산업 매각 수순...미래 먹거리로 '항공업' 선택
AK홀딩스·애경자산관리 보유 지분 63.38% 매각 검토
애경산업·제주항공·에경케미칼 등 실적 부진 이어져
"애경산업 매각은 유동성 확보·항공업 집중 포석"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애경그룹이 생활용품·화장품 사업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매각한다. 그룹이 모태 사업인 애경산업을 정리하는 만큼, 이번 매각은 단순한 애경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애경그룹의 향후 사업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를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는 1일 CEO 간담회를 열고 매각 절차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이 좋지 않았다"며 "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79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2023년 대비 23.5% 감소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의 영업이익도 각각 20.0%, 28.5% 줄었다.
애경그룹의 재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328.7%로 늘어났으며, 순차입부채는 2조원을 넘어섰다. AK홀딩스는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아 AK플라자와 제주항공 등 계열사 지원을 이어왔다.
계열사들의 실적도 하락 일변도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액인 1조935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고환율 여파로 전년 대비 52.9% 감소한 799억원에 그쳤다. 애경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불황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4% 하락한 1조64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5.7% 급감해 155억원에 그쳤다.
이에 AK홀딩스의 계열사 지원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AK홀딩스가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은 3155억원에 달한 반면, 보유 현금은 274억원에 불과했다. 계열사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애경그룹이 매각 대상으로 애경산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시장 입지를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생활용품·화장품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자는 복안이다.
애경산업은 '2080(치약)·케라시스(샴푸)·루나(화장품)'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쟁사 에이피알에 밀려 시장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에 홈쇼핑과 이커머스 등 온라인 시장 확대로 글로벌 중소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신흥 뷰티 브랜드도 계속 등장하고 있어 애경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에 관심을 가질 기업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소비재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 관심이 높은 중국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애경그룹은 애경산업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항공(제주항공)에 집중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생활용품과 화장품 시장에서 소비자 수요는 갈수록 저가 제품이나 백화점 브랜드로 몰리며 애경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기업으로 경쟁력이 있고, 항공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애경그룹이 항공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타당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 매각이 성사될 경우 애경그룹의 재무구조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3829억원으로 단순 지분 가치만 2426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산가치 등을 반영해 실제 매각 금액은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애경산업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BEST 뉴스
댓글(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