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춘 기자 입력 : 2025.03.28 09:35 ㅣ 수정 : 2025.03.28 09:35
최병춘 경제부장
[뉴스투데이=최병춘 경제부장]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는 다른 민간 기업과 다르게 남다른 공익성을 부여하고 있다. 금융사에 공익적 역할과 엄정한 내부통제를 기대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화가 자신의 것이 아닌 고객이 믿고 맡긴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금융업은 자칫 경영 과오가 단순 고객의 손실 여부를 떠나 우리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산업은 다른 사업군에 비해 강한 공적 통제를 받으며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금융산업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둘 수 없다.
결국 산업발전을 위해선 금융사들이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시장 자율성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되는 것은 시장의 신뢰다. 금융사가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느냐 만큼 내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가 다른 사업군에 비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매번 각종 부당행위로 스스로 신뢰에 흡집을 내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에 이어 최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수백억원대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사실이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부당대출 규모도 막대하지만 ‘일선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기관의 CEO를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이 관여된 사건이라는 점, 일부에선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했다는 사실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한국 금융시장 제1선을 담당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받고 보다 높은 안정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1금융, 그리고 말 그대로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에서도 부당행위가 벌어졌다는 것은 금융산업 신뢰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적발한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선언적 내부통제와 온정주의적 조치’를 반복되는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 금융수장이 반복해온 ‘내부통제 강화’ 약속은 구체성과 실효성 없는 말뿐 조치일 뿐이고 처벌 없는 금융권의 온정주의적 조치가 부당행위 근절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비단 당국만의 시선은 아니다. 금융권의 반복된 일탈을 바라보는 금융소비자 또한 ‘바뀌겠다’라는 금융사의 말을 쉽게 믿기 힘들어졌다.
반복된 일탈은 ‘더는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을 키우고 결국 보다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
당장 금융당국은 이번 부당행위 사태와 관련해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금품수수나 배임 등 형법상 범죄 혐의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한편 내부통제 실태 점검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국제결제은행(BIS) 은행감독준칙을 참고해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제도개선도 검토키로 했다.
부당행위에 대한 CEO 등 임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한층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