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부당대출 파장] 금융당국, 총체적 부실 지목…‘종합금융’ 향방은
부당대출, 현 경영진 체제서 60% 넘게 취급
경영실태평가 하향 시 동양·ABL 인수 차질
금감원 “우리금융 생보사 인수·합병 과정 미흡”
금감원, 이달 중 금융위에 경평 결과 송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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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금융감독원은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에도 부당대출이 60% 이상 이뤄졌다며 사실상 ‘임 회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여기에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생보사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좌초될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는 등 의사결정 절차가 미흡했다. 이번 검사 결과가 임 회장의 숙원 사업인 종합금융그룹 추진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5일 금융감독원의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에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이 400억 넘게 취급됐다.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은 총 73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앞서 수시검사에서 밝혀진 350억원 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와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충원 금감원 부원장보도 사전 브리핑에서 “(우리금융) 내부통제와 조직문화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산정해 현재 진행 중인 보험사 인수 심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으로부터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받아 지난달 중순부터 심사에 착수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2등급인데, 금감원이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경시 등을 지적한 만큼 평가 등급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가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되고, 평가 비중도 기존 5%에서 15%로 3배가량 대폭 상향 조정된 점은 평가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요인이다.
금융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현재 진행 중인 생보사를 인수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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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 절차도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금융 내규에 따르면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먼저 받고, 이 심의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임종룡 회장은 리스크위원회 개최 전 이미 이사회에 동양·ABL생명 인수 안건을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또 동양·ABL생명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당일 리스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열었다.
금감원은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사회는 인수·합병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고 비판했다.
박충현 부원장보는 “일을 하면서 여러 계약서를 많이 봤는데, 당사자(우리금융) 과실이 없는데도 제3자(당국) 요인으로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은 심사 기간이 2개월이다. 원론적으로는 3월 중순에 발표가 나야 하지만, 자료 제출 기간은 빠지게 돼 있어 최종 결론은 4월 이후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감원이 3등급 결정을 내려도 금융위원회에서 '인수 승인'을 결정할 수는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이복현 원장은 “2월 중 금융위에 경영실태평가 등 정기검사 결과를 송부해 3월 중에라도 금융위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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