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근절되지 않는 ‘제약사 리베이트’…보이지 않는 종속관계 끊어야
사정기관의 수사에도 리베이트 사태 되풀이
성분명 처방 제도, ‘리베이트 근절’ 실마리
사회적 합의 통해 근절 방안 만들어야

[뉴스투데이=최정호 산업 2부장 대우] 지난해 검경의 리베이트 수사로 제약 업계는 뒤숭숭했다. 지난해 7월 35건의 리베이트 관련 수사를 통해 의사 119명과 임직원 18명이 입건됐다. 당시는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의사 단체와 정부가 첨예하게 갈등하던 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의사들을 굴복시켜 의대 정원 증원을 실현하려는 정부의 사정(査定)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최근 모 제약사 임원이 회삿돈 6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임원이 횡령한 자금을 리베이트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에서 나온 수사 내용이다. 검찰은 이 같은 시점에 수사 상황을 밝혔어야만 했을까. 업계에서는 “의사 단체들을 사정하기 위해 수사했던 거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리베이트는 제약 업계의 뿌리 깊은 관행이다. 많은 산업군 중에서 유독 제약 업계만 리베이트로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 산업 자체가 B2B와 B2C 중간에 걸쳐 있다. 일반 식료품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기호에 맞게 구매하는 것이지만, 약은 다르다. 의사가 처방을 해야 팔리는 것이고 또 약사법에 의해 일반의약품은 약사만이 집적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 손에 약이 들어올 때 의사와 약사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제약사 직원들의 리베이트는 근절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는다.
권영희 신임 대한약사회장이 성분명 처방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약은 성분이 하나지만 만든 제약사별로 여러 개의 이름으로 존재한다. A라는 성분의 소화제인데 제약사별로 수십 개의 약이 있는 셈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B제약사 C제품으로 처방하는 게 아니라 A라는 성분만 처방하는 방식이다.
흔히 동네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건네면서 “옆에 있는 약국에 가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의사가 처방한 약이 옆에 있는 약국에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병원에 간 환자들이 자신들의 약국으로 와야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의사에게 리베이트 했을 수도 있다. 또 제약사 입장에서도 동네의원과 옆에 있는 약국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양쪽에 리베이트 했을 수도 있다.
리베이트를 뿌리 뽑기 위해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의사는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그 밑에 약사가 있고 그 아래 제약사 영업사원이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종속 관계를 끊어야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분명 처방은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약에 대한 선택권이 환자에게 주어지고 의료와 의약이 전문 영역이다 보니 전문가인 의사와 약사의 도움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리베이트 고리가 남아 있다. 제약사가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하고 환자에게 해당 약을 선택하게 만들면 된다.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명확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검경 또는 공정위 실적만 높여 줄 수 있는 강압적 방법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가 나와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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