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분 싸움' 몰두하는 의료계...환자들은 정상화를 원한다

최정호 기자 입력 : 2024.10.04 10:26 ㅣ 수정 : 2024.10.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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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정호 산업2부 부장대우] 1881년 세자르 리츠(리츠 칼튼 호텔 창시자)가 지배인으로 일하던 호텔에 에드워드 7세(영국 윈저가의 왕)가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후 세자르 리츠는 왕가의 서비스를 호텔 운영에 접목했다. 

 

이때부터 세간에는 '세자르 리츠가 일하는 호텔에 가면 왕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다. 현재 이 말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주머니를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널리 쓰이고 있다.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통용될 수 있을까. 손님이라 할 수 있는 환자들은 현 의료시스템 개혁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한시라도 빨리 의사단체들이 집단행동을 멈추고 병원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의료계는 현재 신분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다. 간호법 통과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던 PA간호사가 합법화되자 대한의사협회 고위 관계자는 "그럴 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 장기 말 주제에 플레이어인 줄 착각 오지시네요"라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이는 의사들 스스로가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또 의사들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특권 의식 침해와 연관성이 있다. 이전까지는 고등학교 생활 동안 전교 10등권을 유지하던 학생들이 의대를 갈 수 있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전교 20~30등권도 허용돼 일종의 우월의식이 깨지게 된 것이다.   

 

신분 싸움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간호사 단체들은 “간호조무사는 간호보조원인데 동네 병원에서는 간호사로 불린다”라는 식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간호조무사 단체도 “우리는 간호사들 발 아래에 있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8월 간호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법안 조율 단계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생의 학력을 전문대 졸업생까지 포함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됐다.   

 

전문대학교에 간호조무과가 생겨도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과 간호학원 수강생만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차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간호조무사는 고졸 출신이라 학력이 낮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또 간호조무과를 다니다 간호대학교로 편입을 시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간호조무사들의 학력이 전문대학교 졸업으로 바뀐다면, 간호대 4년 출신 간호사들과 대등하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지위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종합병원에는 진료라는 개념 앞에 다양한 신분들이 존재한다. 최상위에 교수가 있고 임상강사와 전공의, 인턴, 간호사, 간호조무사 순이다. 이것이 깨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의대 정원 증원과 간호법 국회 통과와 같은 굵직한 사건이 발생하자 종합병원의 신분 질서가 깨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퍼져나갔고, 이내 의료시스템은 멈춰섰다. 

 

왕은 돌아오라고 하는데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손님은 왕인데 왕은 없고 의료계는 때 아닌 신분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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