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현실에 맞는 대응책 찾아야
윤 대통령 제약바이오 공약 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신약 개발 위한 재정 마련책과 임상시험 능력 배양 현실적 방법론 제시해야
[뉴스투데이=최정호 산업2부 부장대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곧 임기 안에 연매출 1조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개발하는 것과 글로벌 50위 제약사 3곳을 육성하겠다고 밝혀 바이오 제약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담대한 구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바이오 제약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능해 보인다. 신약 개발과 제약사 육성에는 오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을 위해 후보물질을 선정하고 전임상 단계까지 마치는데 몇 년이 걸린다. 연매출 1조 원 이상을 올리면 미국·유럽·중국에 수출해야 하는데 이들 국가의 보건당국에서 허가를 취득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영업력을 동원해 시장을 장악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신약이 개발돼 나왔다고 하더라도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하려면 대통령 임기 5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글로벌 50위 제약사들의 경우 연매출이 5조 원 이상이다. 국내 제약사 중 연매출 규모가 1조 원 이상인 곳은 유한·종근당·한미·대웅·GC녹십자 뿐이다. 이들조차도 과연 5년 안에 매출 4조 원을 추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이루려는 두 가지 과제는 차기 정권에서나 가능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시키고 싶다면 한국 업계의 현실에 맞는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국내 신약 개발 분야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개발 자금 확보와 임상 시험 능력 배양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 유수의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 기업이 신약 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약 100억 원을 모으는데 그친 것은 자금조달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고금리 시대, 투자경색기를 맞아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라도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예산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세금으로 신약 개발 기업들에게 정기 지원을 한다면 성과는 빠르겠지만 여러 가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게 문제다. 세금으로 민간 기업을 지원한다는 질책과 다른 산업군과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민간 메가펀드 조성도 업계 내에서 논의되다 흐지부지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상시험도 매우 중요하다. 임상시험을 진행하려면 역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전임상 단계까지 들어가는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게 임상시험이다. 또 시험 간 부작용 우려 등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임상시험을 꺼린다. 이렇다보니 국내 신약 개발은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라이선스 아웃을 하면 당장 큰돈을 벌지만, 독자 개발 성공 시 거둬들이는 수익보다는 적다. 임상시험까지 국내 기업이 해낸다면 연매출 1조 원 규모의 신약 개발은 먼 나라 얘기,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의(이하 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거시적이고 대범한 목표를 선정한데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 대단히 아쉽다. 지난해 첫 회의를 한 위원회 위원들의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17명의 위원 중 교수와 의료인(의사)만 10명이다. 제약바이오 관련 단체장 3명과 기업 대표 3명, 금융사 대표 1명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인 위원 구성이다.
교수와 의사, 금융사 대표가 신약 개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기업을 팔고 나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라이선스 아웃을 막을 묘안을 갖고 있을까? 또 임상시험 능력 배양을 위한 단계별 전략을 수립하고 재원 마련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이게 한국 바이오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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