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사 '고무줄 회계'에 칼 빼들었다…해지율·손해율 산출 지침 내놔
보험업권 K-ICS 비율 20%p 하락 전망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과 보험부채 할인율 등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관련 지침을 제시하면서 보험사의 자의적 계리가정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사들은 올해 말부터 이번 지침을 반영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일 '계리적 가정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상품 고유의 특성과 계약자 행동의 실질을 반영할 수 있는 해지율·손해율 산출방법론을 발표했다.
IFRS17은 결산 시점의 시장금리를 감안한 할인율과 손해율, 해지율 등 최적 계리가정을 반영해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한다. 계리가정은 개별 보험사가 경험통계·계약자 특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정한다.
다만 계리가정과 관련해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통해 회계이익을 부풀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사용하는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익에 드러나지 않지만 위험이 미래로 이연되고, 이로 인해 미래 상황에 따라 건전성이 갑작스럽게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보험사의 건전성이 급격히 하락하게 되면 보험사의 부실, 장래 보험료 급증 등을 유발해 보험계약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지침을 마련했다.
당국은 보험사가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지나치게 높게 가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해지 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줄어 보험사의 이익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당국은 이번 지침을 통해 보험사가 앞으로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산정에 '로그-선형모형'을 적용하도록 했다. 부족한 경험통계를 보완하고 해외사례·산업통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 중 로그-선형모형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당국은 로그-선형모형을 원칙으로 하되 각 사의 경험통계 등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모형을 적용하는 경우 한정된 모형 내에서 감사보고서·경영공시에 타 모형 선정의 특별한 근거와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히 공시하고 이를 금감원이 집중 점검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도록 정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추가해지 상승 지침도 나왔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5~7년 정도로 짧지만 10년 시점 보너스가 부과돼 환급률이 높은 종신보험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사실상 저축성 상품으로 인식해 보너스 수령 시 해지할 유인이 크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보너스 지급 시점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해지를 고려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향후 실제 지급 시점에 추가해지가 대량 발생하면 유동성 부담 및 당기손실 급증이 우려되는 만큼 합리적인 수준의 추가해지를 반영하도록 개선을 추진한다.
표준형 상품의 누적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해지를 설정하는 것이다. 최소 기준인 30%는 방카슈랑스 채널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11차년도 해지율 산업통계의 최근 10년 평균이 29.4~30.2%인 점을 감안했다.
손해율 연령군단을 구분하는 방안도 내놨다. 다수 보험사는 보험부채를 산출하면서 손해율 가정을 경과기간·담보별로만 구분하고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당국은 이 경우 연령에 따른 손해율 추세가 반영되지 않아 향후 보험부채와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부정확하게 산출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경험통계가 충분하고 연령 구분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이 존재하는 담보에 대해서는 손해율을 연령별로 구분해 산출하도록 한다. 자사 통계가 충분한 경우에는 경과기간별·연령별 손해율을 직접 산출하고, 직접 산출이 어려운 경우 경과기간별 연령합산 손해율과 연령별 상대도를 활용해 간접 산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험부채 할인율 곡선에서 실제 국고채 금리를 활용하는 구간인 '최종관찰만기'는 30년으로 확대된다. 당국은 이를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금리 상황에 따른 시행 여건을 면밀히 살핀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발표한 △지급여력비율(K-ICS) 해지위험액 정교화 △해지율 계리가정 가이드 △할인율 현실화 △최근 시장금리 인하 추이 등을 반영해 재무영향평가를 진행한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 3.0% 기준 보험업권 K-ICS 비율이 2분기 말 217.3%에 비히 약 20%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속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 보험회계에 대한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며 "개선조치를 통해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만들고 산업이 장기적인 시계에서 성숙하는 토대가 확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