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4] MACRO Diving의 천국, 아닐라오(3) 포켓몬의 피카츄를 닮은 누디!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4.08.30 12:07 ㅣ 수정 : 2024.08.30 12:07
회초리산호 위에 붙어있는 송사리 같이 작은 녀석의 이름은 Whip Goby 어른 엄지 손톱보다 약간 큰 누디(갯민숭 달팽이)는 피카츄를 닮아 발리의 다이버도 다양한 누디 사진을 올리면서 '피카츄 누디'로 명명 물구나무 선 듯이 유영하는 '면도날 고기', 몸길이는 최대 15cm 긴 주둥이와 옆으로 압축된 몸체를 가지고 있는 '유령 실고기'도 발견
[필리핀(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피그미 해마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마스터 다이버(이하 마스터)는 회초리 산호를 가리킨다.
필자는 앞에서 보았던 Bumblebee shrimp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는데, 송사리 같은 아주 작은 녀석 한 마리가 회초리산호 위에 붙어있었다. 이 녀석은 회초리산호에 붙어사는 Whip Goby이다. 이 녀석은 일본 남쪽부터 호주의 Great barrier reef, 피지까지 태평양 지역에 폭넓게 분포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놈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가는데 마스터가 필자를 돌아보며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킨다. 대략 이 지점부터는 시야가 맑아져서 물체를 인식하기 좋았다. 이번에는 카메라의 줌렌즈를 작동시키지 않고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본 순간! 세상에! 이렇게 생긴 누디(갯민숭 달팽이)가 있다니. 포켓몬에 나오는 피카츄를 닮은 녀석이다(이 녀석의 크기는 어른 엄지 손톱보다 약간 큰 정도). 너무나 신기해서 카메라에 여러 장을 담았다. 필자는 이 녀석을 ‘피카츄 누디’라고 부르기로 했다.
다이빙을 마치고 서 대표와 이 ‘피카츄 누디’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보니 서 대표가 이런 얘기를 한다. “포켓몬의 작가가 ‘스쿠버 다이버’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수중에서 이런 종류의 누디를 보고, 이들을 모델로 해서 실제 누디와 유사한 느낌의 포켓몬 캐릭터(피카츄 등등)를 그렸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얘기다.
최근 인터넷에서 어느 다이버가 작성한 다이빙 후기를 읽었는데, 그 다이버는 발리에서 촬영한 여러 종류의 누디 사진을 게재했고 그 사진 중에는 필자가 보았던 피카츄 누디와 색상은 다르지만 유사한 모습의 누디 사진이 있었다. 그 다이버도 이 누디를 ‘피카츄 누디’라고 설명했는데,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들 유사한 것 같다.
피카츄 누디를 발견한 즐거움을 뒤로하고 출수하여 수면 휴식을 가졌다. 휴식 후에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려는데 보트의 엔진에 이상이 생겨서 엔진을 수리할 겸 해서 보트를 리조트 쪽으로 이동했고, 자연스럽게 두 번째 다이빙은 리조트 앞에서 진행했다.
두 번째 다이빙은 다이빙 시간 65분(수심이 낮은 곳에서 이것저것 관찰하다보니 꽤 오랜시간 동안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최대 수심 5.5m(평균수심 3.5m), 수온은 25도, 시정은 부분적으로 양호했지만 대부분 좋지 않았다.
첫 번째 다이빙에 이어서 두 번째 다이빙도 수온이 25도 내외였고, 다이빙 시간이 40분을 넘어가자 몸이 추워짐을 느꼈다. 게다가 다리에 약하게 쥐가 나기 시작했다. 다이빙을 하다가 쥐가 나는 것은 가끔 겪는 일이기에 바로 조치를 했지만 추위는 어떻게 조치할 방법이 없었다.
다음에 이런 수온(24~25도 정도)에서 다이빙을 할 때는 좀 더 두꺼운 잠수복을 입던가 아니면 잠수복 안에 조끼를 착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필자는 열대지방에서는 입고 벗기가 편리한 2.5mm 잠수복을 입는다).
여기서는 입수 후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하강 라인 근처에 살고 있는 작은 수중 생물들이 보였다. 처음 본 녀석들은 Razor fish(아래 왼쪽 사진 참조). 아주 작은 녀석 서너 마리가 거꾸로 서서 이동하고 있었다.
Razor fish(우리말로는 등꼬리치 또는 면도날 고기)는 생긴 모양이 면도날을 닮았다고 해서 ‘면도날 고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로 방향으로 헤엄치는 보통의 물고기와는 달리 뾰족한 주둥이가 아래로 향하면서 마치 물구나무를 선 듯이 유영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몸길이는 최대 15cm이고 인도-태평양 열대 산호초 지역의 수심 1~20m에서 서식한다. 여러 마리가 단체로 물구나무 선 듯이 유영하기 때문에 다이버의 눈에 띄기 쉽고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기 때문에 관찰하기 좋은 녀석이다.
마스터가 하강 라인이 고정되어 있는 곳으로 다가서더니 하강 라인 고리 부근을 가리킨다. 처음에는 잡풀이 떠다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살아있는 생명체다. 이 녀석의 이름은 Harlequin Ghost Pipe fish(아래 오른쪽 사진). 이름에 유령이란 단어가 붙을 만큼 조금 도깨비 같은 인상을 준다.
Harlequin Ghost Pipe fish(우리말로는 유령 실고기)는 긴 주둥이와 옆으로 압축된 몸체를 가지고 있고 서태평양과 인도양 등에서 발견되며 위장술에 능하고 크기는 성체가 10~12 c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는 곳의 산호색에 따라 빨강이나 노랑, 검정 등의 다양한 보호색을 띤다고 하며, 이 녀석들도 등꼬리치와 유사하게 서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