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4.08.17 08:20 ㅣ 수정 : 2024.10.11 16:57
신문사에 근무하다 명리학의 매력에 빠져 제2의 인생 시작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씨네21’에서 ‘명리 아카데미’ 강의 진행 자신의 사주를 볼 수 있다는 확신 생기면서부터 상담 도전 명리학은 우리가 오고 가는 곳 말해주는 ‘운명의 내비게이션’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게 하는데 도움 퇴사 준비하던 직장인에게 1년만 참아보라고 조언해 임원 승진 이끌어 명리를 통해 큰 스케치 그리는 것 가능, 사주 명리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살다 보면 인생의 전환점들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명리학의 매력에 빠져서 오랜 시간 독학을 거쳐 명리학 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는 황충연씨. 명리학은 동양철학과 밀접한 학문으로, 개인의 운명과 삶의 경로를 예측하고 방향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명리학 전문가는 개개인 생년월일과 시간에 따른 사주팔자를 분석해 성격, 직업, 재물운, 건강운, 인간관계 등을 예측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인생의 육십갑자를 살아본 경험과 명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며 고민을 나누는 지금의 삶이 즐겁다는 황씨를 만나 명리학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황충연씨와 일문일답.
Q. 명리학 전문가로 나선 계기가 있었다면?
A: 사주명리를 처음 접한 것은, 1980년 이른바 광주민주항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읍이 고향이던 저에게 당시 대학생이던 큰 형님이 항쟁 발발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집에 돌아오지도 않은 채 생사가 불분명하자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역술인 집을 찾아가셨다. 그때 형님의 사주를 풀어본 그 분의 ‘형님이 살아있다’는 말은 우리 가족에게 그야말로 극락, 천사의 목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그 순간 사주 명리학에 ‘필’이 꽂혔던 저는 이후 밤낮 미친 듯이 공부해서 이후 제 인생의 궤도를 바꾸게 되었다.
Q. 명리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수십년간 명리를 연구하면서 든 확신은 명리학은 종교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학문이다. 흔히 불교와 동양철학에선 ‘우리는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란 화두가 있다. 명리는 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운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마디로 ‘때’를 살피는 학문이다. 또한 명리는 인간의 운명뿐만 아니라 동양의 우주론에서 출발해 사람의 오장육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통합된 정교한 학문이다. 흔히 물질의 이치를 밝히는 학문이 물리학이라면 명(命)의 이치를 밝히고자 하는 학문이 명리학인 셈이다.
Q. 흔히 사주팔자란 무엇인가?
A: 사주의 가장 기본은 한 사람이 태어난 날에 어떤 기운 혹은 성품과 강점을 가지고 출생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명리학에서 인간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5가지 기운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본다. 각각은 또 양(陽)과 음(陰)의 성격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인간은 총 10가지 기운을 가지고 태어나는 셈이다. 가령 양목(陽木)의 경우 곧게 뻗는 느티나무처럼 남에게 굽히지 않는 성격이고, 음목(陰木)은 넝쿨을 닮은 성격이어서 풀처럼 부드러우면서 유연하다. 명리학은 이런 개인 성품과 함께 그 사람이 가진 사회 속성에 해당하는 음양오행의 특징을 결합해 한 사람의 인생행로에서 큰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Q. 사주팔자는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는 건가?
A: 하루에도 수십번씩 ‘나는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명리에서 본다면 삶은 내가 스스로 선택해 나온 것들이 거의 없다. 부모도, 환경도, 신체도 등등 따라서 개중엔 자기의 환경을 스스로 노력해 바꾸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따지고 보면 그 또한 그가 타고난 사주 총량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변화일 것이다. 이를테면 손홍민 선수를 보고 미래 축구선수를 꿈꾸며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축구를 열심히 가르치는 부모들이 많은데, 손 선수 같은 강인한 체력이나 재능, 환경 등을 타고나지 않았는데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이다 보면 무리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알고 과분한 욕심을 탐내지 않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운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웃는 것이다. 흔히 관상은 바꿀 수 없어도 인상은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많이 웃어줘야 하는데, 거꾸로 가까운 사람일수록 인상을 쓴다. 주변에 보면 없는 사람, 실패한 사람일수록 방어적이고 웃음이 없는 반면 부자이고 성공한 사람일수록 매사 털털하고 많이 웃는 것을 볼 수 있다.
Q. 현대사회에서도 명리학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A: 기술과 과학이 발전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명리학 전문가를 찾는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기 위해서이다. 큰 결정을 앞두고 있거나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명리학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명리학은 심리학적 상담과도 유사한 면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을 보면 의외로 대기업의 대표이사, 변호사 등 주로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수장이거나 주로 조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을 통솔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상대방을 잘 알면 본인이 더 조심하면서 슬기롭게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인배들은 남을 모르고 남을 무시해서 자기 멋대로 하다가 다치기 쉬운데 반해 대인배들은 그와 반대이다. 다시 말해 지천(知天)은 몰라도 지인(知人)을 아는 것이 조직을 이끄는 힘이기 때문이다.
Q. 본인 사주도 자주 보나?
A: 오랫동안 배운 명리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남의 사주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제 사주를 스스로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부터였다. 10년 넘게 밤낮으로 공부를 하면서도 상담은 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사주를 감히 봐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내 사주를 A4용지 3장 분량으로 풀어보았다. 어릴 때부터 살아온 이런저런 경험과 얘기들을 나열해 보고, 그때 왜 그런 아픔이 있었는지, 나는 왜 이런 성품으로 태어났는지, 아버지가 왜 그때 돌아가셨는지, 잘 나가던 조직을 나와서 왜 명리학 상담을 하게 되었는지 등등을 명리학 이론을 토대로 풀어 보았더니 그때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더라. 물론 자주 보지는 않아도 저도 제 사주를 가끔은 보고 있다.(하하)
Q. 한마디로 성공할 팔자, 실패할 팔자란?
A: “명리학으로 살펴보는 사주팔자는 필연적으로 주어진 명(命)과 우연적으로 만나는 운(運)을 8자의 일종의 비밀 코드로 제시함과 동시에 푸는 열쇠도 함께 제공한다. 이를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차는 명(命)이고, 차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가 운(運)인 셈이다. 즉 각자에게 주어진 명과 운으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이는 부귀영화를 얻고 어떤 이는 처절한 좌절과 실패의 쓴 맛을 보기도 한다. 한 예를 들자면, 명문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며 능력도 뛰어났던 지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많이 늦자 지친 나머지 정년을 앞두고 퇴직 의사를 밝히며 하소연하길래, 그의 사주를 풀어보니 아주 늦게 꽃이 피는 그런 운이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1년만 더 버텨 보라고 말했다. 그는 반신반의하면서 버텼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업적을 수행해 임원으로 승진됐다. 지루했지만 ‘때’를 기다린 덕에 자칫 놓칠 뻔했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처럼 타고난 명을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나아가거나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실패의 절반을 줄이고 성공의 절반을 손에 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명이라도 때를 모르면 꿈을 펴지 못하고 때를 알아도 의지가 없으면 꿈을 이룰 수가 없다. 즉 명리는 자신의 명을 알고 운을 살펴 지혜롭게 처신하는 것이다.
Q. 서양에서 태어난 아이도 명리학에 기반해 사주팔자를 똑같이 적용할 수 있나?
A: 답부터 말하면 똑같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이들의 사주를 상담해 온 경우가 많은데 풀어보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와 풀이 방법은 같다. 다만 사주를 풀 때는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이 필요한데 이 경우에는 태양, 지구, 달의 관계에서 시가 정해지는 것이므로 미국에 있으면 미국의 시간, 서울에 있으면 서울의 시간을 적용해야 한다.
Q. 명리학은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측면이 많다. 따라서 대중적인 친근감을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이를 위해 몇 년 전부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씨네21에서 ‘명리 아카데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험상, 명리학을 통해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최근 유행하는 성격 진단 도구인 MBTI 등으로 검사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명리를 통해 직원이나 동료들의 성격 등을 파악하게 된다면 자연히 부서나 팀 운영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줄이고 집중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은퇴 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주 명리를 통해 지나온 인생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명리를 통해 삶의 큰 스케치를 그릴 수는 있어도 세부적인 것을 알 수는 없으므로 사주 명리를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Q. 명리학 전문가로서 미래 소망이 있다면?
A: 제가 명리를 배우고 익힌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지만 그 큰 뜻을 헤아리기에는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운명의 여정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이들에게 등대 같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 또한 오래전 저희 가족이 끔찍한 두려움 속에서 앞날이 캄캄했을 때 빛이 되었던 ‘그것’처럼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긍정적인 희망을 주는 마중물 같은 역할이 되고 싶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