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금리에도 ‘우르르’...은행 예금에 자금 몰린다
시중·지방·인터넷은행 정기예금 상단 3.5% 안팎
긴축완화 기대에 채권금리↓...예금도 덩달아 하락
“오늘이 고점” 막차 수요 몰려 예금 잔액은 쑥쑥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적용 중인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주요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금리가 하락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수신금리 매력도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막차 수요’에 힘입어 증가세가 뚜렷하다.
1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5~3.50%로 집계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에 각각 연 3.35%, 연 3.30%를 적용하고 있다. 토스뱅크 3·6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연 3.00%를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금리를 높게 쳐주는 지방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BNK부산·BNK경남·전북·광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5~3.45% 수준이다. 지난달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구 DGB대구은행)는 1년짜리 정기예금에 연 3.50%를 준다. 사실상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상단이 현재 기준금리(연 3.50%)에 겨우 매달려있는 셈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건 채권금리 영향이 크다.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채권금리가 떨어졌고,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정기예금 금리도 덩달아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통상 은행이 정기예금 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5월 기준 연 3.33%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금리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가입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91조1542억원으로 전월 말(889조7080억원)보다 1조4462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849조2957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이 41조8567억원 불어났다.
지난해 말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였던 걸 고려하면 현재 금리 수준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가입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 가입하는 게 가장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막차’를 타려는 고객들이 은행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예금 상품 가입 기간별로 금리를 차등 적용하면서 수요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5대 시중은행의 3개월,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0~3.45%로 만기 1년보다 하단이 오히려 높다. 반면 만기 2년과 3년은 적용 금리 하단이 연 2.70%까지 내려간다.
정기예금은 가입 당시 설정한 금리가 계속 적용되기 때문에 장기 상품은 은행 입장에서 비용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반면 가입 기간이 짧은 상품은 만기가 도래했을 때 낮아진 시장금리를 적용한 재예치 수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하락기 은행에 유리하다. 최근 고금리를 내세운 은행들의 특판 상품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아직 증시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3%대 금리까지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에 가입자가 늘고 있다”며 “은행의 예금 잔고 조절이나 시장금리 하락세를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예금이자가 떨어지는 건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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