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급증세가 나타나자 뒤늦게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한 ‘주범’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급증세가 나타나자 뒤늦게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우리WON주택담보대출과 아파트담보대출 중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본부조정금리를 0.1%포인트(p) 축소한다. 우대금리격인 본부조정금리가 줄었다는 건 사실상 최종 대출금리도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달 들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하나은행은 1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p 인상했고, KB국민은행도 3일부터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금리를 0.13%p 높여 잡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전일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0.01%p 올렸다.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건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비대면 대출 갈아타기(대환) 서비스와 최근 주택 거래 확대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09조6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이 중 주담대 증가분만 5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7558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영업일 만에 2조1825억원 증가했다.
금리가 오르면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대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와 차주 신용도 등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되는데, 준거금리는 건들기 어려운 항목인 만큼 가산·우대금리 조절로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주담대는 건당 액수가 크기 때문에 느슨하게 운영하면 금방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가을 이사철도 있어 선제적으로 조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사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오는 15일부터 은행권 가계대출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조사에 나서는 점도 은행들의 발빠른 금리 인상 배경으로 지목된다. 은행권이 연초 제시한 대출 증가율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는지, 이자 이익을 위한 무리한 대출 시행이 없었는지 등을 종합으로 들여다 본 뒤 문제가 있으면 엄중 조치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은행권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월에도 가계대출 급증세가 나타난 바 있는데, 당시 금융당국은 금리 경쟁력으로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을 펼친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를 주범으로 지목한 바 있다.
다만 당시와 현재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일단 이번에는 연내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대출금리 구성 중 준거금리에 해당하는 은행채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이 내려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지난 8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금리는 연 2.88~5.71%로 하단이 2%대를 기록했다.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지난 5일 기준 연 3.37%로 연저점을 기록한 게 대출금리 하락에 주효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은행채 등 준거금리 하락세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 디딤돌·버팀목대출과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상품 공급이 활성화된 점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기여했다. 통상 정책대출은 연초부터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재원으로 공급되다가 기금이 소진되면 은행 재원으로 이뤄지는데, 이 때부터 정책대출 실적이 각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에 포함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을 공감하고 안정화가 될 때까지 당국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면서 “금리 하락기와 정책대출 영향 같은 환경 변화를 우선 고려해 가계대출 지도 방향을 수립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