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654)] 바닥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출산율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6.20 23:19 ㅣ 수정 : 2024.06.20 23:19

출산율과 혼인건수 모두 역대 최저 기록한 가운데 육아지원이 아닌 결혼장려를 위한 정책요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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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혼인건수가 작년 50만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번 달 5일 발표한 2023년 인구동태통계 조사결과, 일본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자녀수를 나타내는 합계특수출생률이 과거 최저치인 1.20을 기록하며 일본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신생아수와 혼인건수 역시 전후(戰後) 최소를 기록하였으나 물가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가중되고 임금개혁은 늦어지면서 출산은커녕 결혼조차 망설이는 젊은 세대들로 인해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더욱 가속이 붙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출생률은 2016년부터 8년 연속 하락하여 지금까지 최저치였던 2005년과 2022년의 1.26보다 낮았으며 당초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23년 4월에 발표했던 2023년 예상치인 1.23마저 하회한 결과였다.

 

연령별 출생률을 보면 가장 하락폭이 큰 연령대는 25~29세 여성이었고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들의 평균연령도 31.0세를 기록해 사상 처음 31세를 돌파했다.

 

지역별로 가장 출생률이 낮은 곳은 도쿄의 0.99로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중에 유일하게 1.0을 하회했고 도쿄의 주변지역인 사이타마와 치바, 가나가와는 나란히 1.1대를 기록했다. 반대로 가장 높은 출생률은 오키나와의 1.60이었지만 47개 모든 지역이 전년 대비 출생률이 하락했다.

 

외국인을 제외한 신생아 수는 전년대비 5.6% 감소한 72만 7277명을 기록했고 사망자 수는 전년대비 0.4% 늘어난 157만 5936명으로 과거 최다를 기록했다. 사망자에서 신생아 수를 뺀 자연감소 인구수도 84만 8659명으로 전년 대비 5만 명 증가하여 인구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2005년 1.26을 기록한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2015년에 1.45까지 상승했던 출산율이 다시 하락하는데는 미혼과 만혼의 영향이 크다. 2023년 혼인건수는 전년 대비 6.0% 줄어든 47만 4717쌍으로 전후 처음 50만 쌍을 밑돌았는데 한국처럼 혼외출산이 드문 일본으로서는 혼인건수가 출산율로 직결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일본종합연구소 측은 결혼은 물론이고 자녀출산과 교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하며 저임금과 비정규직 등의 고용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올해는 일본 정부가 인구감소에 제동을 걸기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한지 만 3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엔젤 플랜’이라는 이름의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는데 버블경제가 무너지며 전후 최저 출생률인 1.57쇼크를 맞이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2003년에 인구감소사회 대책 기본법을, 2012년에 자녀육아 지원법을 시행하고 2023년에는 어린이가정청까지 새로 발족하면서 지금까지 우리 돈 약 660조원에 달하는 66조 엔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속절없이 하락했다.

 

관련 정책들은 결혼해서 자녀가 태어난 뒤의 육아지원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어린이집 정비에 따른 대기아동 감소 등 일부 긍정적 효과를 거두었지만 출산율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당장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할 경우의 지원금을 확대하고 남성 직장인들의 육아휴직을 더욱 장려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더 이상의 예산낭비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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