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 이주환의 ESG공시 금융] 국내 기업들은 준비가 안됐다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4.29 16:16 ㅣ 수정 : 2024.04.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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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굿잡코리아 포럼]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는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모습.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 국내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2026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의무를 갖는다. 당초 2025년이었는데 1년 연기됐다. 이는 기업들이 공시를 수행할 여력이 없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했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또 연기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생각이다. 유럽은 올해인 2024년, 미국은 내년인 2025년에 의무공시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여기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IFRS(새 국제회계기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참고해 대한민국 현황에 맞는 공시 기준을 제정 중이다. 그 초안은 이달 30일 공개된다. 3월에 공개키로 한 기존 일정보다 한 달 늦춰졌다. 기업들이 따라야할 공시 기준 초안이 늦게 나오면서, 그만큼 준비도 늦어진 셈이다. 

 

실제로 ESG 공시와 관련된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로 꼽혔다. ESG 공시의무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업종별 ESG 공시 세부지침 및 가이드라인 제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국내 기업 중 일부는 한국의 공시 기준 외에도 준비해야할 게 있다.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이다. CSRD는 유럽 재무 보고 자문 그룹(EFRAG)이 제정하는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표준(ESRS)을 기준으로 보고한다.

 

용어가 헷갈릴 수 있는데, CSRD는 지속가능보고서를 의무화하는 지침이고, ESRS는 해당 지침에 맞게 기업들이 어떤 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공시해야 하는지 나타내는 구체적 요구사항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이 ESRS를 제정하는 곳이 EFRAG(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다. 

 

CSRD에 따르면 EU에 있는 기업뿐 아니라, EU 외부에 있는 기업들도 공시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CSRD에서 정한 Non-EU 기업 기준 공시 대상 범위에서 우리 기업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30% 이상은 CSRD에 따라 공시의무가 발생한다고 한다. CSRD는 기업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인 Scope1과 Scope2 외에 기업의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Scope3까지 공시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공급망 전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CSRD는 지침사항이어서 EU 회원국마다 CSRD를 법률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CSRD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요건에 따라 2026년부터 늦으면 2029년부터 공시의무가 발생해 EU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공시하는지 학습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거다. 

 

물론 이 시간을 의미있게 활용하기 위해선 ESG 공시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가 우선시 돼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반 이상의 국내 기업들은 ESG 공시와 관련한 전문인력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ESG 공시에 투자하는 비용 또한 부담요소다. 

 

2025년부터 유럽과 미국이 ESG 공시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우리 기업들은 한숨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ESG 공시는 단순히 우리가 “환경을 아끼고 있어요” 또는 “사회에 도움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수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ESG와 관련된 어떤 활동이 얼마만큼의 재무적 가치가 있는지, 미래의 상황 변화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할 리스크는 얼마로 예상되는지 등 구체적인 수치를 산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과 관리는 예정대로 2026년부터 공시가 시작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수행해야하기에 생각보다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ESG 공시를 잘 준비하고, 공시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ESG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는 곧 대한민국에 맞는 공시 기준이 늦게 나올수록 기업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기업들의 부담과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대학에서는 부족한 ESG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인적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ESG에 공시가 눈앞으로 다가왔음에도, ESG를 잘 안다고 응답한 대학생이 약 10% 정도인 것을 보면 ESG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전문인력 확보에 장애물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이 공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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