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중 기자 입력 : 2024.03.09 22:50 ㅣ 수정 : 2024.03.09 22:53
민주당 원내대표 지낸 박광온 의원, 친명계 김준혁 후보 '총선 승리'를 위한 지지 약속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포함에도 불구하고 '선당후사'를 실천하는 '새정치'를 보여줘 하위 20% 혹은 10% 포함 뒤 격렬하게 반발하거나 탈당한 다른 비명계 의원들과 대조돼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인 박광온 의원(수원정)이 국민에게 ‘감동의 정치’를 선물했다. 현역 평가하위 20%에 선정되는 바람에 당내 경선에서 친명계인 김준혁 후보(한신대 교수)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지만 깨끗한 승복의 자세를 보여줬다. 경쟁자였던 김준혁 후보는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표했고, 친명계로 추정되는 당원들도 박 의원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의 4.10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권력투쟁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진 정치인인 박 의원이 국민이 원하는 ‘새정치’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준혁 후보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광온 의원님께서 선거사무소에 방문해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해주셨다”며 “박 의원님의 배려와 지지, 넓은 뜻을 이어받아 반드시 총선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여당의 폭정을 막고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면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박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칭찬 일색인 릴레이 댓글도 달렸다. “박광온 의원님이 대인배로군요. 존경합니다. 함께 손잡고 꼭 승리하시길 빕니다”, “박광온 의원님의 통큰 결단과 지지를 얻었으니 반드시 승리할겁니다”, “아름다운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선의의 경쟁은 이래야 한다 !!박용진이도 경선에 떨어지면 꼭 이렇게 하기 바란다!!!”, “박광온이 오늘 너무 잘생겨보입니다” 등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박광온 의원은 당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됐던 사실도 경선 패배 후 뒤늦게 공개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6일 수원정 선거구에서 김준혁 교수가 공천됐다는 사실을 발표한 직후, SNS에 글을 올려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사랑하는 수원 영통구 시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죄송하다. 제게 큰 지지를 보내주셨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면서도 “하지만 하위 20%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부족한 저의 탓”이라고 말했다. 패배를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린 것이다. 다른 비명계 민주당 의원들이 하위 20% 혹은 하위 10% 평가에 대해 ‘비명횡사’라면서 격렬하게 반발한 것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박 의원은 “제가 (경선 이전에) 하위 20%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이다. 민주당의 통합과 총선승리였다. 박광온을 지켜달라는 호소도 하고 싶었다”면서 “합당한 결정이 아니더라도 그 결정을 존중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등 중대국면에서 항상 ‘통합론’을 강조했었다. 경선 패배라는 충격적 결과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준 것이다. 더욱이 박 의원 입장에서 하위 20% 평가는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이다. 직전에 원내대표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동료 국회의원들과 국회 출입기자들이 선정하는 ‘백봉신사상’ 대상을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누가 봐도 박 의원이 하위 20%에 포함된 것은 비명계에 대한 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 의원은 경선 이전에 하위 20% 포함 사실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다른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핵심들을 격렬하게 비난하거나 탈당 대열에 합류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 의원이 뒤늦게 하위 20% 포함 사실을 언급한 것도 하위 20% 패널티로 인해 불과 3표 차이로 경선에서 패배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 같은 박 의원의 경선 결과 승복과 친명계 김준혁 후보에 대한 지지 행보는 ‘선당후사’의 극적인 실천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박 의원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진성성’의 발로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