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158)]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철학적 명제를 재활용한 이케아 광고
신재훈 입력 : 2023.11.15 16:55 ㅣ 수정 : 2023.11.15 16:55
브랜드의 철학과 감상을 모두 담아낸 공감 가는 광고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다”라고 한 말처럼 유명인의 명언을 활용한 광고는 흔하다.
그러나 철학자의 말, 특히 심오한 사상을 담은 철학적 명제를 활용한 광고는 흔치 않다. 그것도 광고 컨셉, 메시지와 너무나 찰떡궁합을 이루는 경우는 정말로 흔치 않다.
중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데카르트가 방법론적 회의 끝에 도달한,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제 1원리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를 이케아가 교묘히 활용하여 광고를 만들었다.
그래서 광고의 제목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IKEA한다]이다.
이것 저것 잡동사니로 가득한 공간 바닥에 한 남자가 앉아있고 경쾌하고 여유로운 음악과 함께 자막이 하나씩 나오며 그에 맞는 상황과 매칭하는 제품들이 보여진다.
“나는 직접 만든 것을 애정한다”는 자막과 함께 오마르 선반유닛 \54,900이 보이며 모델이 뭔가를 직접 만든다. 장면이 바뀌어 “내 눈에 예쁜 게 중요하다”라는 자막과 함께 어린이 스툴 \9,900이 보이며 모델이 아이들과 놀고 있다.
다음 장면에는 “나의 물건은 곧 나의 역사다”라는 자막과 함께 칼락스 유닛선반 \199,000이 보이며 모델이 자신에게 소중한 잡다한 물건들을 수납한다.
다음은 “쇼핑은 구매보다 경험이다”라는 자막과 함께 빌리 책장 \109,000이 보이며 모델이 전화 통화로 사기 전에 쇼룸에서 써본다고 말한다.
그 다음은 “과학자보다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다”라는 자막과 함께 고기 없는 미트볼 \4,900 그리고 “I love EARTH”라고 접시 위에 쓰여진 글씨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부부와 아이가 함께 있는 행복한 모습이 보이며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을 실현하며 사는/ 진짜 삶을 위해/ 이렇게 이케아로 생각대로 산다”라는 자막과 나레이션으로 마무리 된다.
이케아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철학적 명제를 활용하여 광고를 만든 이유는 뭘까?
우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싼 가격에”라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이케아의 브랜드 철학과 관련 있다. 소비자들을 후회로 빠뜨리는 것은 필요한지, 가격이 적당한지, 더 나은 제품이 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충동구매다. 이 경우 이케아를 선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반면 합리적 소비, 즉 구매하기 전에 이것 저것 따져보고 비교하고 생각을 많이 할수록 이케아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케아가 제발 구매하기 전에 생각 좀 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광고 중간에 깨알같이 제품과 가격까지 보여주며 합리적 가격의 좋은 제품임을 어필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정말 가성비 높은 제품임을 한방에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러한 이성적 설득의 메시지에 더해 브랜드의 감성과 지구와 환경을 위하는 철학까지 보여주며 가성비와 함께 가심비도 함께 잡았다.
(이케아의 브랜드 철학을 잘 보여주는 광고를 첨부하였으니 참고하기 바람) 한 마디로 브랜딩과 세일즈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광고다.
마케팅 차원에서 더 주목할 것은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지구를 위해 현명하게 생각하는 합리적 소비를 하라”라는 의미를 담은 [이케아 하다]라는 표현이다.
고유명사인 브랜드가 카테고리 대명사를 넘어 특정 행위를 지칭하는 동사가 된 제록스처럼 소비자로 하여금 일상에서 “복사를 제록스”로 “복사하다를 제록스하다”로 표현하듯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스마트하게 소비하라를 “이케아 하다”로 표현하게 만들려는 빅 픽쳐가 숨어있는 것이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