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92)] 잔인한 4월도 나에게는 축복이었다(하)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3.06.01 11:19 ㅣ 수정 : 2023.06.01 15:06

담당의사의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으나 재활치료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위로로 희망과 용기를 가져
잔인한 4월의 아픔은 많은 지인들의 뜨거운 배려와 도움으로 하나 둘씩 회복되는 축복으로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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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또하나의 생일이 같은 동기 김종완, 이재준, 필자 모습[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대구 가야기독병원에 헌병 수사관이 파견되어 사고조사를 하면서 무장한 복장의 헌병근무자가 중환자실 앞에 배치되자 병원 관계자들은 신기하면서도 놀라며 대단한 사람들이 입원한 것으로 생각하여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정성어린 진료에 임하게 됐다. 

 

또한 청와대에서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여 처리하라는 통보를 하자 경찰 출신 가해자를 옹호하려던 담당 경찰은 태도를 바꾸어 정확하게 사고 처리를 하였고, 우려했던 것처럼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뀔 수 있는 상황도 방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육군대학 숙소에서 출근 준비를 하던 동기는 사고발생 전화를 받고 학교본부에 보고한 뒤에 종합시험을 앞둔 수업도 마다한 채 현장까지 달려와 사고처리를 완벽하게 도와주었다. 사고로 부상을 당한 동기들의 가족에게는 동두천 부대의 인접에서 근무하던 팽준호와 양종수 동기가 소식을 전하며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걱정과 불안에 떨던 가족들을 직접 태워 대구까지 내려오는 수고를 해주었다. 

 

이렇듯 많은 동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 모두를 포함한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고, 그 덕분에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한 세명의 동기들은 하나 둘씩 회복되며, 뜨거운 동기애에 감사함을 느끼게 만드는 축복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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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무적태풍부대 사단사령부 모습과 부대마크 [사진=국방부]

 

■ 사단장 이취임식날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단장은 망연자실했으나 따뜻한 배려와 혜택을 제공  

 

필자를 포함한 세명의 부상 동기들은 뜻하지않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하며 군생활에도 먹구름이 끼였으나 기대 이상의 관심과 배려 덕택에 군생활을 끝까지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너무도 감사한 상관 및 지인들도 있었다. 

 

사고발생 당일인 4월25일은 무적태풍부대 사단장 이취임식이었는데, 이임하는 이영대 사단장(학군 4기)은 아침에 출근해서 필자의 사고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茫然自失)했다고 한다.

 

故 이영대 사단장은 3년간의 작전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필자를 아껴주고 믿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직전에 근무했던 부대인 수방사령부에서도 참모장과 작전장교로 수방사가 필동에서 남태령으로 이전시에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뜻이 서로 통했었다. 그는 청천벽력같은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고 후임 사단장 박기준 장군(학군 5기)에게 뒤처리를 잘해줄 것은 신신당부했다.

 

그 덕분에 같은 부대에서 사단참모부 보좌관을 했던 김종완 동기와 필자는 그 두 사단장의 따뜻한 배려로 많은 혜택을 받으며 군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필자와 김종완 동기의 부상 정도가 너무 심해서 군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자 무사히 건강하게 회복되어 돌아오면 바로 대대장으로 취임할 수 있도록 입원 기간을 예하부대의 부대대장으로 보직을 조정하여 휴가처리가 되도록 조치를 해주었고, 해당 연대장이었던 정형진 장군도 흔쾌히 동의하여 안심하고 치료와 재활에 전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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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병원과 앰뷸런스[사진=김희철]

 

■ 서울행 앰뷸런스 안에서 잔인한 4월도 우리에게는 감사한 축복이었음을 깨달아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자 함께 ‘94-1기 고급과정(대대장반) 교육을 받던 동기들은 수료후 각자의 임지로 출발하여 대대장으로 취임했다. 그중 일부는 취임 일정에 여유가 있어 치료를 받던 병원으로 찾아와 위문과 격려를 하는 동기애도 보여주어 감사했다. 

 

하지만 카풀제 세명의 동기들은 교통사고에 따른 부상으로 집에서 장거리인 대구 가야기독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할 운명이었다. 

 

따라서 골반이 골절되어 침대에서 꼼짝못하고 누워있어야만 했던 필자의 머리속에는 만감이 교차됐다.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에서 근무하던 동기가 조언했던 것처럼 “바로 전역을 하게 될지? 또는 회복이 되더라도 정상적인 근무보다는 전문분야에서 군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군생활을 할지?”라는 고민에 빠져있을 때, 긴급수술을 집도했던 담당 의사가 병실을 찾았다. 

 

앞으로의 진로 고민에 빠져있던 필자는 담당 의사에게 “선생님, 제 몸이 이런 상태인데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물론입니다. 하지만 재활치료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힘을 내세요...”라며 희망적인 위로의 대답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입원한지 2주차가 끝나갈 무렵 옆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던 김종완 동기에게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연락이 왔다. 그의 용산고등학교 시절에 절친이었던 을지병원 박준영 이사장이 서울로 올라와서 자기 병원에서 치료를 해주겠다고 제안하며 앰뷸런스를 보내겠다고 했다.

 

박 이사장의 제안에 대구의 병원에서 치료중인 우리들은 모두 동의하며 너무도 감사했다. 아무 인척도 없는 대구보다는 근무하던 부대와 가깝고 친척들과 지인들이 있는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훨씬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재준 동기는 보행이 가능한 상태이라 이동시에 가족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었다.

 

우리는 대구에서 출발하여 서울 을지로에 있던 구 을지병원으로 이동하는 앰뷸런스 안에서 다시 태어나 덤인생을 살 수 있게 해준 신과 물심양면으로 전우애를 보여준 동기들께 감사드렸고 더불어 또하나의 생일을 정했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1994년 4월24일을 세명의 재탄생일로 정하고, 잔인한 4월도 우리에게는 축복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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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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