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PC 인문학여행] 최재붕 교수, "메타에서는 한국이 세계 2위, 고객의 심장이 노래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3.29 05:02 ㅣ 수정 : 2025.03.29 05:02
KPC 박성중 회장, "AI의 영향력과 활용법에 대해 생각하자" 최재봉 교수, 26일 'AI 사피엔스 시대 생존 전략' 주제로 강연 "5년간 애플 5배 성장할 때 삼성은 제자리걸음, AI 혁명 시급" "AI에 대한 투자, 인재 양성, 고객 중심의 사업 전략이 생명"
한국생산성본부(KPC)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AI 사이엔스 시대 생존 전략'을 주제로 'KPC 인문학 여행' 2회차 강연을 개최했다. [사진=박진영 기자]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한국생산성본부(KPC)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KPC 인문학 여행, 통찰과 영감' 2회차 강연을 열었다. KPC 인문학 여행은 인문학적인 시각을 통해 경영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할 수 있도록 올해 총 11회차로 구성됐다.
이번달 강연은 성균관대학교 최재붕 교수가 'AI 사피엔스 시대 생존 전략'을 주제로 진행했다. 최 교수는 최근 AI 기업들의 기술 발달 수준에 대해 안내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과 인재 양성 방법 등에 대해 다뤘다.
한국생산성본부의 박성중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AI가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KPC 인문학 여행의 총괄 디렉터인 조선영 이사장은 "최재붕 교수의 강연을 통해 AI가 우리 생활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확인하고,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박성중 KPC 회장이 28일 'KPC 인문학 여행'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 기술 혁명에 주저하는 대한민국, 혁명 인지하고 미리 대비해야
최재붕 교수는 "코로나 이전 디지털전환 시대(2020년)에 애플은 시가총액 1501조, 삼성은 370조를 기록했다. 이후 (투자자들은) AI 전환 기업에 자본을 집중했고, 올해 애플은 시가총액 5306조로 성장했다"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시가총액은 395조로 매년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은 테크(tech)를 별로 안 좋아한다. 전세계 표준 문명과 우리나라의 격차가 심해지면 나라가 망한다"라며 "조선 시대 (양반들은) 봉건체제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방을 늦추다가 국가가 없어졌다. 내 마음에 있는 쇄국의 장벽을 넘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은 부작용에 민감하며, 혁신을 두려워한다"라고 말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테슬라는 언론 광고 대신 유튜브, 인스타 등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정말 홍보라고 생각해 디지털 시대의 공감에 성공했다"며 "혁명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혁명을 인지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에 명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핵심…수능 아닌 생활 속 경험 통해 상상력 키워야
최 교수는 오픈AI, 미드저니 등 LLM(Large Language Model)을 활용한 AI 기술의 현재를 소개하고, 미래 인재 양성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AI로 그린 작품 '시어터 오페라 스페이셜(Theatre D'opera Spatial)'은 미국 미술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900번의 질문을 수정해서 만들었다"면서 "명령어를 잘 입력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문장 구사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인문학 교육과 문장 구사력, 문해력,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해진다"며 "이 모든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원초적인 교육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했다.
최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수능 위주의 암기식 교육이 창의력을 요구하는 AI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대학에서 학생들에게 AI를 활용해 1분 분량의 동영상을 만들라는 과제를 주면 대부분의 학생이 영상을 잘 만들어 제출한다"며 "하지만, 수능 학원에서 공부하고, 수능만 잘 봐서 입학한 학생들은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라며 우리나라 교육이 변화해야 될 미래 방향에 대해 말했다.
최 교수는 "AI의 발달은 의료와 교육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교사는 인성 교육이나 진로 및 고민을 상담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학생들은 코로나 시대에 지식 주입은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피지컬(Physical) AI에 대해 소개했다. 구글 웨이모(자율주행 자동차)를 예로 들면서 사람보다 더 안전한 AI 기술의 발전을 거부하는 문화에 대해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음료를 만들고, 비서 업무를 수행하는 테슬라의 AI 로봇 '옵티머스(optimus)'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10시간 일하고 10분 충전하는 로봇의 업무 효율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재붕 성균과대 교수가 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KPC 인문학 여행'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 AI 기술 패권 경쟁에 한국이 유리한 입지 선점…기업의 낮은 예산 투입과 인재 유출 현상에 주의해야
최 교수는 AI 기술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선진국들의 경쟁 양상을 소개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한국이 AI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국가이다. 하지만, 중국은 자체적인 AI 생산기술이 없다. 이에 대만을 전략적으로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동차 공장, 반도체 공장에 대한 지원만큼 AI 시장에 대한 패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초거대 AI 소프트뱅크, 오라클, 오픈AI 합작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딥시크(deep seek)를 투자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고 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미국 엔비디아 시가총액 850조원을 하루 아침에 증발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또, "일본머스크는 딥시크 충격 한달만에 GPU 20만장(약 10조원)을 활용해 데이터를 계산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GPU 80만장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네이버가 2만장 정도를 활용하는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인재 경쟁에서도 미국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우리 기업들의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최신 기술인 딥 리서치(Research)를 활용해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을 효율화하는 방안에 대해 다뤘다. 최 박사는 "딥 리서치는 금융권에서 많이 사용한다. 경험이 풍부한 하이엔드(high-end) 컨설턴트가 질문을 잘해서 보고서를 내면 박사급 연구원 10명 이상이 제출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보고서를 생성한다"며 "중소기업이어서 박사급 연구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옛말이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AI, 공유 택시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막고 있는 정부를 대신해 민간에서 적극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최 박사는 "On-device AI의 발달은 제조업의 미래"라면서 "우리나라와 중국이 제조업 분야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신뢰받지 못하는 국가이므로 우리나라 경쟁력이 더 높다. 지금의 미중패권 경쟁 구도에서 미국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과 협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AI 등 미국의 AI기업 대표들이 한국에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제조업 수장들을 만나고 있다"며 "제조업은 기반을 다지는데 수십년이 걸리는 것이 특징이므로 우리나라는 그들에게 파트너십을 맺기에 너무 좋은 국가이다"고 했다.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2025 KPC 인문학 여행' 강연장 모습 [사진=박진영 기자]
■ AI시대 기업 생존 기준은 '기술력' 아닌 '구독과 좋아요'…고객 중심의 혁신이 관건
최 교수는 자동차, 조선 등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며 실패를 예견했던 한국의 과거와 예상을 뒤엎고 세계 최강이 된 제조업 분야의 예를 들어가며 "30년 전의 역사가 오늘날 AI 분야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반복 앞에 기술보다는 고객 중심의 경영을 통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최 교수는 "쿠팡이 처음 시작했을 때 모두 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묻지마 자본'을 무시할 수 없다"며 "기술이 좋다고 자랑하는 기업이 아니라 '구독과 좋아요'가 많은 기업이 살아남았다. 기업의 생존 기준은 '구독과 좋아요'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브영의 매출 20조원 중 20%는 외국인이 자치하고 있으며, '조선미녀' 인스타 광고는 지난해 매출 3000억을 돌파했다"고 말하면서 "성공의 열쇠는 기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넘어갔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박사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보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고 한다. 고객은 한국에 와서 피부 미용도 받고, 화장품도 사고 싶은데, 우리나라가 제공하려는 것은 잼보리 등 전통적인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우리는 혁신에 대한 정보는 보지 못한다. 혁신의 힘을 배워서 에너지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8일 'KCP 인문학 여행'에서 강연한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 AI시대에 강력한 라이벌은 중국이 될 것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나쁜 상황에서 AI 패권 장악은 우리나라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진영 기자]
■ 넷플릭스 언어선택 2위 '대한민국'…고객 심장 파고들어 엔터‧메타 사업 선도해야
최 교수는 AI 사업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사업들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국경없는 20억 소비 시장인 메타 시장이 뜨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 엔터, 뷰티 산업이 세계 최상위 수준에 있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예언했다.
특히, 국내 엔터 분야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유튜브에서 유일하게 100억 뷰를 돌파한 것이 한국의 베이비 샤크(baby shark)"라고 소개하면서 "2023년 하반기 넷플릭스 언어선택 1위는 미국, 2위는 한국으로 집계됐다. 데이터를 보면 성공할 수 있다. 선진국이 되었는데 (사업 방식이) 개도국에 멈춰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이어 "메타세상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2위 문화강국"이라며 "고객의 심장이 노래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자본가 기술을 고객의 감동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협력할 선진국은 많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따라갈 수 있는 선진국은 없다"며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리더들이 열심히 배우고, 다음 세대들이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