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727)] 최신 IT기술과 아날로그 현장의 부조화에 일본기업들 속앓이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2.21 02:30 ㅣ 수정 : 2025.02.21 02:30

IT투자는 코로나 이전보다 39% 늘었지만 노동생산성은 38개국 중 29위로 여전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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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들의 IT 투자실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IT투자가 늘고 있지만 정작 투자 목적인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을 바꾸었지만 일하는 방식이 예전 그대로라 투자가 빛을 보지 못하고 투자라는 것도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도에 그쳐 특별한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전국 경제 관측조사에 의하면 대규모 결제시스템과 같은 고정자산으로 계상된 소프트웨어 투자는 2023년 7조 4000억 엔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비교해 39% 늘어난 금액으로 인력부족 대응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빠르게 디지털화를 추진한 결과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투자를 늘렸음에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현상에 대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는데 첫 번째는 시스템 투자가 이루어져도 현장은 기존 근무방식을 고집하면서 업무효율화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IT인력난으로 관련 인재들의 이직이 잦아지면서 시스템을 완성한 엔지니어가 타사로 이직해버리면 시스템을 운영하고 개선할 수 있는 노하우가 인수인계되지 않은 채 몇 년 사용되다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시스템 투자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IT투자 방향이 대대적 혁신이 아닌 소규모 개선 정도에 그친다는 점이다.

 

독일의 대형 IT기업 SAP의 일본법인인 SAP재팬은 ‘유럽 기업들은 통합업무 시스템(ERP)을 도입해 기업 전체의 근무방식을 바꾸고 업무효율화를 꾀하지만 일본은 단편적인 수정에 그쳐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일본 정보시스템 유저협회의 기업 IT동향조사에서도 하드웨어를 포함한 기업들의 IT예산 중 ‘현행 시스템의 유지와 경영’에 배분되는 비율은 75.5%인 반면 ‘새로운 시책’에 투자되는 비율은 24.5%에 그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의 조사비율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일본생산성본부가 발표한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3년 기준 56.8달러로 38개 주요 국가 중에 하위권인 29위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일본생산성본부는 ‘투자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작업 효율화는 물론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 개발도 뒤처지고 생산성이 정체되었다’고 평가했다.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기업이든 IT투자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단순히 투자금액만 많다고 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에 맞춰 현장도 변해야만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일본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몸소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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