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31 03:14 ㅣ 수정 : 2025.01.31 06:46
베트남, 태국 등 현지 대학 기부강좌를 통한 채용 확산에 한일 기업 신경전도 가중
한국과 일본기업들 모두 동남아 쪽으로 채용시장을 넓히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기업들이 국내만으로는 충분한 인력충원이 불가하자 점차 해외대학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기존의 단순노동이나 서비스 관련 인력 확보를 넘어 최근에는 전문직에 해당하는 고도인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 아시아 주요 대학들에 기부강좌를 설치하면서 해외 대학생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채용루트를 개척하는 모습이다.
한 예로 재생가능에너지 서비스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시로쿠마전력(しろくま電力)은 베트남 명문대학 중 하나인 하노이공과대학에 2020년부터 기부강좌를 운영해오고 있다. 현지에서 전기 지식과 일본어 등을 2년 동안 배운 후 일본 내 발전소나 공장에서 전기설비 보수업무를 맡기 위한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부강좌가 설치된 이래 4년간 50여명의 베트남 학생이 제3종 전기 주임 기술자에 합격하여 일본 기업과 현지 법인 등에 취직했는데 시로쿠마전력이 당초 베트남에 기부강좌를 설치한 이유는 전기기술자들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채용난 때문이었다.
나가노현에 위치한 아르피코 홀딩스(アルピコホールディングス)는 작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Darma Persada대학에 이어 올해는 네팔의 복수 대학에 기부강좌를 열고 인력확보 루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일본어학과 3~4학년을 대상으로 기업 임직원이 직접 5회 정도 온‧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일본 취업의 장점과 생활환경, 담당 업무 등을 설명하며 우수한 학생은 인턴십으로 일본에 직접 초청한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기업들의 해외대학 기부강좌 설치를 2020년부터 보조금사업으로 지정하여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강좌 운영에 필요한 강사료와 교재비, 기타 경비 등을 최대 3분의 2까지 보조하며 수강생이 인턴십으로 일본을 방문할 경우 항공권까지 지급한다.
해당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해외산업인재육성협회에 의하면 첫 해 7개사였던 참여기업은 2024년에 55개사를 넘어섰고 IT(59%), 제조(19%), 건설(11%) 등 특히나 인력부족이 심각한 분야들을 중심으로 기부강좌가 개설되었다. 이를 위해 협력한 국가는 베트남이 29건으로 제일 많았고 태국(7건)과 미얀마(6건)순이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대응이나 해외사업 전개 등을 위해 현지 인재들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일본 내 유학생은 이공계 출신을 중심으로 이미 채용경쟁이 격화되어 있어 기부강좌나 인턴십 등으로 해외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현지 채용도 결코 녹록하지는 않다. 특히 최근에는 K-POP 인기를 앞세워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었다.
기부강좌를 운영 중인 한 일본 기업의 간부는 ‘채용전형 도중에 점찍어뒀던 후보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러한 실종자들을 계속 추적해보면 한국 기업에 입사해있는 경우들이 다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간부는 한국 기업들은 채용프로세스가 빠르고 대우면에서도 더 이상 일본 기업들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현지 인력들을 양성하고 데려오기 위해 국내와는 또 다른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