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24 01:27 ㅣ 수정 : 2025.01.24 09:18
정부 주관 유식자연구회에서 기업별 잔업시간 공개 제안, 인권강화 계기될까
일지옥에 빠진 일본 직장인들의 과로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 종업원의 노동시간, 그 중에서도 시간 외 근무에 해당하는 야근과 휴일근무 등에 대해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노동기준법을 검토하기 위해 만든 유식자연구회가 지난 달 중순에 공표한 회의록에 의하면 근무환경에 대한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당분간 기업들의 자주적 대응을 요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정보공개 항목은 여러 가지가 거론되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균 잔업시간이다. 기업별 노동실태를 외부에서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종업원들의 평균 시간 외 근무시간은 물론 월 60시간 이상 잔업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인원수를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토록 하는 방안이다.
후생노동성이 지난 해 10월에 발표한 과로사 등 방지대책백서에 의하면 뇌와 심장질환 등으로 노동자 재해보상보험(한국의 산재보험과 동일)을 인정받은 건수는 2023년 기준 216건으로 4년 만에 다시 200건을 돌파했다. 이 중 사망은 58건으로 이 역시 전년의 54건 대비 증가했다.
또한 주당 근로시간이 49시간 이상인 종업원의 비율을 보면 일본이 2023년 기준 15.2%를 기록하여 미국(11.8%), 영국(8.9%), 프랑스(8.3%), 독일(4.6%) 보다 월등히 높았고 남성만 놓고 봐도 일본은 21.8%로 미국(15.7%), 영국(12.3%) 등보다 높았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인재확보와 동시에 기존 인력의 이탈방지가 중요한 경영과제로 떠올랐다. 때문에 종업원들이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를 공개함으로써 노동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기업 간 경쟁을 촉발시키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유식자연구회는 판단하였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은 사원에게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전공이나 희망직무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근무부서를 배치하고 장시간 노동과 당사자의 동의 없는 전근 등을 당연하게 요구해 왔다. 이번 정보공개 논의는 단순한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 일본식 고용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유식자연구회의 최종 목표는 기업들에게 인권존중 방침과 실태를 물음으로써 근로자의 인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원래부터 인적자본은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필수요소였지만 이제는 거기에 인권보호를 더해 종업원들의 가치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한 가지 웃픈 점이라면 후생노동성의 과로사 등 방지대책백서에서 일본은 주당 근로시간이 49시간 이상인 종업원의 비율로 세계 선진국들을 압도했지만 이런 일본보다 심각한 국가로 한국이 거론되었다.
주당 근로시간이 49시간 이상인 종업원 비율에서 한국은 16.8%(남성 20.9%, 여성 11.7%)를 기록하여 일본보다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왔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커녕 문제제기조차 없는 상황을 보면 일본으로부터 좋은 것은 모른 척하고 나쁜 것만 배워온다는 네티즌들의 농담이 꽤나 설득력 있게 들려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