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2.04 02:15 ㅣ 수정 : 2025.02.04 02:15
물가 상승과 극심한 인력난에 초봉 인상 유행, 기존 직장인들 박탈감은 경영 리스크
일본 신입사원들의 연봉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입사원 초봉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계속되는 물가인상에 신입사원 채용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탓인데 주요 기업들의 과거 3개년 신입사원 초봉은 평균 9%정도 상승하여 전체 직장인의 임금인상률을 1포인트 이상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퍼스트 리테일링(ファーストリテイリング)은 올해 3월 입사 예정인 신입사원들의 월급을 작년 대비 3만 엔 높은 33만 엔으로 책정했다. 정기 보너스와 상여금 등의 부정기 수입까지 더한 연봉은 500만 엔을 훌쩍 넘기는 수준으로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대우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JR동일본과 타이세건설(大成建設) 등이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5~7% 인상하였고 미츠이스미토모은행은 내년 신입사원 연봉을 현행 25만 5000엔에서 20% 가까이 인상된 30만 엔으로 결정하는 등 신입사원 처우개선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신입사원 연봉을 낮게 책정하여 입사시킨 후 재직기간에 맞춰 승진과 임금인상을 거듭해 50대에 연봉피크를 맞이하는 연공서열 방식을 표준으로 삼아왔다.
이런 기조가 눈에 띄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이후다. 이전까지는 전문직에 해당하는 게임과 IT업계를 위주로 임금인상 소식이 들려왔지만 인력부족에 직면한 소매와 건설, 철도는 물론이고 우수 인재확보가 핵심인 상사(商社)와 금융기관 등이 임금인상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일본경제신문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2024년도 주요 일본 기업들의 평균 초임은 약 24만 800엔으로 2021년 대비 8.8% 상승하여 같은 기간 전체노동자의 임금인상률 7.4%를 1.4포인트 상회하였고 노무행정연구소에 의하면 81%의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작년 봄에 진행된 기업별 노사교섭에 의해 일본 직장인들의 평균 급여는 3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되었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는 이보다 더 높은 폭으로 뛰어올라 실질임금은 여름과 겨울보너스가 지급된 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기에 대형취업포털 리크루트의 조사에 의하면 2024년 대졸자 취업시장의 유효구인배율은 1.75배로 3년 연속 상승하며 여전한 인력난을 기록했다. 특히 1990년 전후로 대량 채용된 버블세대 직장인들이 50대 후반에 진입하면서 향후 정년퇴직자는 더욱 늘어날 예정에 있어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퍼슬종합연구소 측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처우개선에만 집중할 경우 반대로 중장년 종업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근로의욕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낡은 연공서열 방식이 수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회사에 오래 근무하는 인센티브가 저하되는 것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