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빚덩이…1064조 넘는 대출에 연체율도 역대 최대

김세정 기자 입력 : 2024.12.31 08:06 ㅣ 수정 : 2024.12.31 08:06

대출 잔액 1064조4000억원, 2012년 이후 최대
자영업자 대출 중 은행권 비중 641조9000억원
연체율, 올 3분기 기준 18조1000억원…역대 최대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 중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출액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 잔액과 연체액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등 대내외 변수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대출금을 연체한 자영업자는 더 늘고, 내년에도 높은 수준의 금리 부담에 짓눌릴 가능성이 커졌다. 

 

3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자료는 한국은행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했다.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

 

대출 잔액 1064조4000억원은 지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다. 2분기 말 1060조1000억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4조3000억원이나 더 불었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권에서 641조9000억원, 비은행권에서 422조5000억원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올해 1분기 0.3%로 반등한 뒤 2분기와 3분기 모두 0.4%가량 늘며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자영업자 대출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사업자 대출이 711조8000억원, 가계대출이 352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3분기 말 현재 754조4000억원으로, 작년 3분기 755조6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이들 177만4000명은 1인당 평균 4억3000만원의 대출을 갖고 있는 셈이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다. 이 상태의 자영업자는 사실상 더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한계 상태로 추정된다.

 

대출 규모가 늘어난 만큼 연체액도 덩달아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금액은 3분기 말 기준 대략 18조1000억원이다. 2분기 말 15조9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더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연체율도 오름세다.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70%로, 2분기 1.50%보다 0.20%p 높다. 1.70%는 2015년 1분기 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image

 

금융권에서는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자영업자가 내년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더 증가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심리 감소, 최근 정치 상황까지 겪으며 한계에 달한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은행이 대출을 막을 수는 없고 부채를 매각하거나 손실을 감수하는 방식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저소득 자영업자 차주는 1만5000명, 저신용 자영업자 차주는 3만2000명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이 증가했고 연체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이다.

 

한은 안정분석팀 관계자는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한 점에 유의해 자영업자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들이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지속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재취업 교육 등 재기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