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이 살린 KB, 은행이 이끈 신한...금융사고에도 실적은 굳건
KB·신한금융 3분기 누적 순익 작년보다 늘어
ELS 배상·ETF 손실에도 타 계열사서 상쇄해
사업·이익 다각화 따라 실적 경쟁 좌우될 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지주들의 올 3분기 경영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나란히 증가했다. 금융사고 악재에도 은행과 비(非)은행 계열사가 상호보완하며 이익 하방 압력을 낮췄다는 평가다. 앞으로 금융지주들의 실적 경쟁은 사업·이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953억원으로 전년동기(4조3765억원) 대비 0.4% 증가했다. 상반기까지 당기순이익(2조7815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3조76억원)보다 7,5% 줄었지만, 3분기 별도 기준 1조614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시현하며 역대 최대 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눈에 띄는 건 KB금융 순이익을 구성한 은행 및 비은행의 기여도 변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은행과 비은행이 각각 63%, 37%를 나타냈는데, 올해 같은 기간의 경우 이 비중이 각 7%포인트(p)씩 증감돼 은행 56%, 비은행 44%로 재편됐다.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6179억원으로 전년동기(2조8554억원) 대비 8.3% 감소했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불완전 판매에 따른 배상 영향으로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9315억원)보다 58.2% 감소한 3895억원에 그친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은행 이익 역성장은 비은행이 상쇄했다. KB증권·KB손해보험·KB국민카드·KB라이프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의 올 3분기 누적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934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5933억원) 대비 21.4% 증가했다. 특히 KB증권과 KB손해보험은 1년 전보다 당기순이익을 각각 51.4%, 36.0% 늘리며 전체 비은행 실적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도 올 3분기 누적 3조98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2022년(4조3154억)에는 못 미치지만 전년동기(3조8183억원) 대비로는 4.4% 성장했다. 3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238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조1921억원)보다 3.9% 늘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카드·신한라이프·신한투자증권·신한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올 3분기 누적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28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5340억원)보다 16.4%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로 신한카드(17.8%)와 신한라이프(9.2%) 등은 당기순이익 증가를 기록했지만, 신한저축은행(-19.4%)과 신한캐피탈(-47.9%) 등은 큰 폭 줄어들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올 3분기 누적 19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2234억원)보다 14.8% 감소했다. 3분기 별도 기준으로는 16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선물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약 1300억원의 운용 손실이 반영된 결과다.
신한금융 비은행 부진을 만회한 건 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1028억원으로 전년동기(2조5591억원)보다 19.4% 급증했다. 이 기간 신한은행의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각각 5.6%, 27.5% 증가한 게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이 급성장하면서 그룹 전체 실적도 개선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이익 구조 다각화는 금융지주들의 핵심 경영 과제로 지목된다. 대내외 환경 변화나 금융사고 등으로 그룹 전체 실적이 요동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분야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체급을 키워온 것도 지속가능성 확보에 기인한다.
앞으로 금융지주들의 실적 경쟁도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 운용 성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증권·보험·카드 등의 분야에서 견고한 이익 창출력과 리스크 대응력을 제고해야 실적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내년부터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고 있어 대출 자산 성장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그룹 전체 이익을 경상적 범위에서 관리하려면 자회사별 밸런스 뿐 아니라 내부통제 같은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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