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675)] ‘제발 돈 좀 쓰세요’ 노년층 지독한 절약에 경제 위축 우려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9.03 01:36 ㅣ 수정 : 2024.09.03 01:36

60세 이상 고령세대가 일본 소비의 40% 차지, 소비활성화 묘안 찾아야하는 정부만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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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령층이 현금을 서랍장 안에 보관한채 소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재정 보고서에 의하면 노후를 위해 비축해놓은 금융자산이 실제로는 80세를 넘겨도 평균 10~20%정도 밖에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후의 기나긴 노후와 장수를 당연시하면서 수입이 없는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억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대응이겠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노인들의 절약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특히 한참 소비가 활발한 사회초년생이나 중장년층이 아닌 노년층의 소비에 일본 정부가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60세 이상 고령세대가 일본 국내 소비의 40%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즉, 고령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닫을수록 일본 경제가 빠르게 얼어붙는다.

 

연령별로 보면 세대 당 금융자산은 연령을 거듭할수록 우상향하여 정년을 맞이하는 60~64세에 정점을 찍는다. 이때의 보유자산은 세대 당 평균 1800만 엔으로 65세를 지나면서 모아둔 자산을 조금씩 소비하기 시작하지만 85세 이상이 되어도 보유자산은 평균 1500만 엔으로 큰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고 특히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금 잔고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경제재정 보고서는 ‘공적연금이나 추가 노동 등을 통해 대부분의 소비생활을 커버하면서 노후를 위해 축적한 자산은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면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미래의 리스크를 경계하는 모습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60세 이상의 고령세대가 국내 소비지출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절약의식이 강해지면 소비 전체를 끌어내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심지어 이렇게 마지막까지 아끼고 아낀 자산은 다시 정년에 가까운 고령의 자식들에게 넘어가면서 마찬가지로 소비되지 못하고 재차 축적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본 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점이다.

 

실제로 일본 상속인의 연령은 80% 이상이 50세 이상이기 때문에 3~40대처럼 주택구입이나 자녀양육 등을 위한 큰 소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유산을 남겨두려는 행동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30년 넘는 경기침체를 경험한 일본인들에게 앞으로는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만들어내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때문에 경제재정 보고서는 소득이 높은 세대일수록 유가증권을 적극적으로 보유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경제성장 기대감 주입을 위한 차선책으로 가계소득 향상을 꼽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8월 들어 일본 주식시장이 폭락과 반등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바람에 일본 고령층의 현금자산은 앞으로도 쉽사리 옷장에서 빛을 보는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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