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수에즈 운하 막혀도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수주 급증하는 이유는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7.17 05:00 ㅣ 수정 : 2024.07.17 05:00

글로벌 선사, 아프리카 희망봉 노선 활용해 유럽 향하는 물동량 급감
글로벌 3위 선사, HD한국조선해양과 컨테이너선 18척 건조의향서 체결
국내 조선사, 해외 선사와 대규모 컨테이너선 건조계약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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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이 바다를 운항하고 있다. [사진=HD현대]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해상 운송로를 막아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하를 수 개월째 통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 이들 반군이 홍해를 봉쇄하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 운하가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지금까지 막힌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국내 조선업계에는 오히려 호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많은 선사들이 이집트 정부가 운영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대신 남아프리카 희방봉으로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들이 아프리카로 항로로 돌려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만큼 실질적인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과 해운물동량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더욱 많은 컨테이너선이 필요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컨테이너선을 운항할 때 수에즈 운하를 거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 이동하면 약 9000km를 더 가야 하고 이에 따라 항해 소요 시간이 7~10일 더 걸린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의 총 선복량은 변화가 없지만 운항 횟수가 줄어들어 실질적인 선복량이 감소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전 세계 컨테이너선을 대부분 제작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조선사에 컨테이너선 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발주한 신조선 물량 4168만CGT 가운데 한국은 1008만CGT(25%)를 수주했으며 중국은 2493만CGT(60%)를 수주했다. CGT는 수주 물량에 부가가치를 반영한 단위값이다.

 

이러한 통계를 감안하면 한국과 중국 조선사가 전 세계에서 발주한 신(新)조선 물량을 대부분 수주한 것이나 다름없다. 

 

수주 전체 물량을 따지면 중국이 한국보다 많지만 한국 조선사들은 휘파람을 불고 있다. 

 

특히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추진 엔진을 활용한 친환경 컨테이너선 건조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향후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 물량인 거의 대부분 한국 조선사가 차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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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화 통과가 어려워지자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수에즈 운하 우회로 컨테이너 운임이 수개월째 급상승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의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톱티어(일류) 선사부터 중견 선사까지 한국 및 중국 기업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조선3사는 수주물량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에 다양한 선종(선박 종류)를 수주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상반기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8척 △석유제품운반선(PC선) 48척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 운반선 36척 △에탄운반선 1척 △액화이산화탄소(LCO2)운반선 2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6척 등 총 112척을 수주했다.

 

이에 질세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 16척 △VLCC 7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 1척 △해양플랜드 설비 1기 등 총 27척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19척 △VLAC 2척 △셔틀탱커(근거리 원유운반선) 1척 등 총 22척을 수주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 수주는 상반기에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해운 물류난이 발생해 당시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와 수주가 이뤄졌다"며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 까지 컨테이너선 관련 물량이 거의 없고 LNG운반선과 해양플랜트  발주 및 수주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컨테이너선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 국내 조선업계에는 큰 혜택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된 신호탄도 쏘아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15일 익명의 유럽 선사로부터 컨테이너선 12척 등 총 3조7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해 대규모 컨테이너선 수주의 포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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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연도별 추이 [사진=수출입물류정보 커뮤니티]

 

■ 수에즈 운하 우회에 따른 컨테이너선 부족 두드러져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수에즈운하로 진입하기 위한 길목인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시작해 수에즈운하가 사실상 막히게 됐다.

 

이후 약 8개월이 지났지만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SK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는 글로벌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곳이다.

 

후티 반군의 공세로 수에즈운하 통과가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에서 글로벌 선사는 이를 우회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서유럽으로 이동하는 노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운임을 대변하는 상하이컨테이너지수 SCFI는 지난해 11월 1000포인트 수준에서 올해 6월 3700포인트까지 급상승했다.  운항 차질에 따른 선복량 감소로 SCFI가 크게 오른 것이다.

 

한승한 연구원은 “운임 급등은 코로나19로 해운운임이 급등하던 2021년 6월과 같은 수준”이라며 “물동량이 후티 반군 압박이 발생하기 전인 2023년 11월에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1억8900만t이 통과했지만 올해 6월에는 6700t에 그쳐 무려 65% 줄어든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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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복량 기준 글로벌 선사 순위 [사진=알파라이너]

 

■ CMA-CGM 등 글로벌 선사, 국내 조선사와 건조계약 협상 서둘러 

 

한국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 덴마크 선사 머스크(Maersk), 대만선사 에버그린(Evergreen) 등 글로벌 선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높은 운임을 통해 마련한 수익으로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를 진행하는 등 '덩치 불리기'에 나섰다.

 

이후 2023년 글로벌 선사들의 컨테이너선 선복량 규모가 커지면서 운임이 하락해 선사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후티 반군의 공습이 시작됐고 수에즈 운하 통과가 어려워져 해운 운임이 또다시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선복량 기준 글로벌 3위 업체인 프랑스선사 CMA-CGM은 지난 6월 '한국 조선업계 대표 주자' HD한국조선해양과 컨테이너선 18척을 건조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CMA-CGM이 현 상황에 적극 대응해 컨테이너선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HD한국조선해양은 또 올해 7월 컨테이너선 12척 수주를 성사시켰다.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회사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SK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2위 선사 머스크, 4위선사 코스코(COSCO), 3위 선사 하팍로이드 등도 삼성중공업 및 한화오션과 건조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선사들의 발빠른 움직임은 국내 조선 3사에게는 좋은 기회다.

 

단순히 신조선 수주 때문이 아니라 최근 상황이 신조선 가격을 계속 올려주는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올해 상반기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 135억달러(약 18조67000억원) 가운데 121억1000만달러(약 16조7500억원)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목표 97억달러(약13조4100억원) 가운데 48억7000만달러(약 6조7300억원)를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수주 목표를 밝히지 않았지만 증권가 추정 수주목표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 가운데 60억6000만달러(약 8조4000억원)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는 올해 초부터 향후 3년치 누계 수주 물량을 이미 확보해 수주에 목말라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의 야드(선박 건조 공간) 남은 공간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신조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하는 글로벌 선사들은 조선사와의 가격협상능력이 떨어지고 조선사의 협상능력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신조선 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한승한 연구원은 “조선 3사들은 건조설비 증축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선가(선박 가격)를 지속적으로 높이며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등 마진 극대화를 진행 중”이라며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는 앞으로도 계속돼 이에 따른 수퍼사이클(대호황)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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