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불투명…증권사 ISA로 대탈출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7.09 08:15 ㅣ 수정 : 2024.07.09 08:15

금투세 피하려 증권사 ISA로 머니무브 현상 가속화
올해 정부 ISA 납입한도 3배 늘리는 세제 확대 계획
증권사, ISA특판 내놓거나 이벤트 늘리며 고객 유치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증권사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리에 총력을 펼친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과세의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개인투자자 이탈을 우려한 대책 마련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리에 총력전을 펼친다. 

 

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되는 ISA 계좌에 미리 가입하려는 절세 수요가 몰리면서, ISA 가입자 수와 투자 금액이 동반 상승세다. 이에 증권사들은 금융당국과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상품 개발 및 고객 유치 대응책 마련에 중점을 뒀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증권사 ISA 가입금액은 13조9383억원으로 은행 ISA 금액인 13조7115억원을 뛰어넘으며 머니무브(자금이동) 현상이 두드려졌다. ISA 신규 가입자는 대부분 증권사만 가입할 수 있는 중개형 ISA에 쏠렸다.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신탁형·일임형과 달리, 개인이 개별 종목을 직접 투자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개형 ISA 가입자 수도 지난해말 393만명에서 올해 5월말 443만명으로 50만명이 늘면서 ISA 가입자수뿐 아니라 투자금액 증가분까지 증권사가 은행을 눌렀다.

 

즉 현재 ISA는 1년에 2000만원씩 최대 5년 동안 1억원까지 납입이 가능한 데, 금투세 시행 전 미리 ISA 계좌를 만들어 1년치 한도인 2000만원을 추가 납입하기 위해서다. 

 

특히 2021년 중개형 ISA가 도입된 이후 올해가 3년 만기를 맞는 해인 만큼 ISA 신규 가입자 및 자금 유입 및 이동하는 추세도 맞물린 데다 올해 정부는 납입한도를 연간 4000만원, 비과세 한도를 연간 5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리는 세제 확대 계획을 내놔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상태다. 

 

ISA는 해당 계좌 내에서 투자 기간 발생한 금융소득과 투자손실을 상계한 후 200만원(서민·농어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초과 소득은 세율 9.9% 분리과세 된다. 

 

이를 통해 고배당 주식·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시 배당소득세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해외주식 ETF·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채권·ELS(주가연계증권)·RP(환매조건부채권) 상품 매수 시 이자소득세 및 배당소득세 절약이 가능하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폐원으로 폐기됐지만 여당은 22대 국회에서 ISA 비과세 한도 상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야당도 ISA 계좌 납입 한도를 현재보다 상향하고 납입금을 전액 비과세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등 여야 모두 ISA 세제 혜택 강화를 주장해 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하튼 금투세 시행 대비책으로 절세 혜택을 노린 투자자들이 미리 중개형 ISA에 가입해 투자 한도 확대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시장은 세제혜택 강화에 맞춰 금투세를 폐지해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금투세 도입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여야가 합의해 2025년 1월로 연기한 바 있다. 그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법의 허점이 드러나고, 시스템 완비도 안됐다. 

 

최근 정부 여당과 야당은 각각 폐지, 강행 주장을 반복하는 가운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원점 재검토’ 입장을 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16개 증권사 CEO들이 내년 금투세 원안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CEO들은 금투세 관련 여러 문제점이 있으니 보완이 된 후 시행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4월 총선 이후 금투세 폐지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절세를 기대하는 투자 수요가 ISA 상품으로 몰리면서 증권사들도 분주해졌다. 

 

하나증권은 ISA 계좌만 개설해도 최대 4만원 상당의 혜택을 주는 중개형 ISA 계좌 개설 이벤트를, KB증권·교보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 등은 중개형 ISA 세전 연 5%대 특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또는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모집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투세 방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세금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증권사 ISA 계좌로 몰리고 있다”며 “여기에 발맞춰 증권사들은 ISA계좌 전용 특판 상품을 내놓거나 이벤트를 늘려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기조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