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4)] 김상모 전남교육청 진로진학상담센터장, "급간별 차별화된 진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부진, 자유학기제는 유명무실"
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6.13 03:43 ㅣ 수정 : 2024.06.14 09:44
"미래 교육과 교실이 어떤 모습일지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행사 첫 추진" "청소년이 현장서 직업 체험을 하고 직접 진로를 탐색‧설계하는 기회 마련" "진로 전담 교사 수요 많지만, 전문 교사수는 턱없이 부족해 인력 충원 절실" "진로교사 임용 후 보수 교육 과정 없어, 고용정보원 등 전문기관서 연수 필요" "급간 이동에도 진로 상담 연이어 가능한 전남의 '진로진학지원포털' 인기" "전남 주요 도시 5곳의 진로진학상담센터 학부모 접근성 강화, 벤치마킹 봇물" "전남은 미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글로컬교육'의 청사진 역할 할 것"
미래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닷새간 열렸다. 전남교육청·교육부·전남도·경북교육청이 공동 주최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청소년들이 미래의 고용 시장에 안정된 정착을 할 수 있는 지원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뉴스투데이>는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신직업‧미래직업 가상공간 체험' 부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특강 등을 취재하고 김영중 고용정보원장 인터뷰, 김상모 진로진학상담센터장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또, 에듀테크 기업인 아이오티플러스, 테크빌교육, 자작자작 등의 대표를 만났다.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의 진로 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과 미래 AI교육 산업의 전망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여수(전남) /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미래의 교육 현장은 어떨까. 청소년들은 자라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청소년 시기에 책상에 앉아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현실에서 체험하기는 힘든 먼 미래의 것이다. 꿈 많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현장에서 이런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이 전남 여수에서 열렸다.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김대중, 이하 전남교육청)은 지난달 29일부터 5일간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를 주최하고, 학령기 청소년들이 직접 미래 교실을 경험하며 현장 직업 체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설계하도록 도왔다.
한국에서 첫 시도되는 이번 박람회를 운영하는 숨은 장인(匠人)이 있다. 바로 김상모 전남교육청 진로진학상담센터장이다. 김상모 센터장은 이번 박람회를 직접 기획하고, 행사 기간 동안 현장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총괄 운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뉴스투데이>는 박람회 첫날 김상모 센터장과 인터뷰를 갖고 '2024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와 기대하는 효과, 전남 지역의 진로‧진학 교육의 실태와 나가야 할 방향 등을 취재했다.
김상모 센터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교실은 어떤 모습일지, 미래교육은 어떠할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첫 박람회가 여수에서 열렸다"면서 "관심 있었던 미래 직업을 직접 체험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서 감개무량하다"며 박람회를 준비한 소감을 밝혔다.
김상모 센터장은 전남교육청 대입‧고교학점제 담당 장학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대입강사 등을 거쳐 전남교육청에서 진로진학상담센터장과 진학지원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30년 경력의 진로‧진학 전문가로 서울대, 경희대, 전남대 등 전국의 주요 대학 입학자문위원으로 근무했고, 매년 대입 시즌이면 전남 지역 언론에서 앞 다퉈 취재 요청을 받고 있다.
다음은 김상모 진로진학상담센터장과 일문일답.
Q.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는 어떤 취지로 열게 되었나.
A: 미래 교실은 어떤 모습이고, 미래 교육은 어떻게 이뤄질지 알아보자는 취지로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를 시작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고, 교육에 대한 저마다의 화두(話頭)를 가지고 있다, 주로 ‘미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교실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화두를 많이 던지는데, 실제 우리가 눈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한 곳에서 미래의 교육 현장을 확인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사회적인 합의에 따라 이번 박람회를 추진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미래교육박람회에 글로컬(Glocal)이라는 이름을 더한 이유를 많이 묻는다. 글로컬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지역의 것을 세계화시키고, 세계의 것을 한국의 교육에 접목시키자는 의미에서 추가했다. 이번 박람회는 미래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인 ‘글로컬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전남 지역 학교들의 미래교육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은 학교를 강한 학교로 키워온 전남이 글로컬 교육의 중요성을 세계와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Q.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는 어떤 코너들로 구성되었나.
A : 5월 29일부터 5일 간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진행되는 미래교육 박람회 안에는 미래 교실 코너가 마련됐다. 미래교육‧진로교육 박람회는 진로 결정을 위한 자기이해 코너, 진로진학관, 직업체험 코너, 명인명장이 진행하는 직업 소개 코너, 학생에게 직접 진로‧진학 상담을 해주는 진로진학 상담관 등으로 구성되었고, 29일부터 3일 간 운영된다.
진로교육 박람회의 행사 중에는 진로토크콘서트가 있다. 토크콘서트는 하루에 한 명씩 사회의 저명인사를 초대해 진행한다. 작곡가 김형석, 손홍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 외국인 연예인 조나단과 패트리샤 등이 참석한다.
주말 동안의 행사도 푸짐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전남교육청 미래교육과에서 진로교육 박람회 과학축전을 진행한다. 전남교육청은 진로직업 체험관에 신산업 분야 16개 부스를 운영하고, AI, VR, 메타버스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Q. 2024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A : 청소년들이 미래교육박람회에서 평소에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직업 체험을 하고 진로를 탐색‧설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은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자기이해를 위한 검사를 먼저 해야 한다. 직업 체험을 해보고, 관련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부스에 대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중학생은 입시를 통해 고등학교를 가야 한다. 고등학교 특성화 부스에서 고입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진로‧진학 관련 부스에 20여 명의 상담센터 선생님이 참여하고 있다.
Q.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 진로‧진학 시스템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A : 초등학교는 진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초등학생은 진로에 대한 ‘인식 단계’에 있다. 어린이들이 진로에 대한 건강한 인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인생 설계에 있어서 부모님의 의견이 더 크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전남교육청의 진로진학상담센터는 어린이의 올바른 진로 인식을 돕기 위해서 진로‧진학 상담사를 초등학교로 파견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상담 지원에 대한 요구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학교 규모에 비하면 상담사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학생은 ‘진로 탐색’ 단계에 있다. 학교 급간에 맞는 맞춤형 교육 체제를 확립하고, 진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급간이 바뀔 때 진로 교육 프로그램은 중복이 되지 않아야 한다. 중학교에서 진행했던 진로 프로그램을 고등학교에서도 운영을 하다 보니 학생들은 진학을 하면 흥미를 빨리 잃어버린다. 또, 중학교의 시험 없는 자유학기제는 진로 교육을 위한 제대로 된 과정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진로 설계’를 목표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남의 고등학교는 진로진학 상담 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진로 전담 교사가 진로 교육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급 규모와 상관없이 학교당 교사 1명을 배정하다 보니 제대로 된 진로 교육을 할 수가 없다. 진로 교사를 위한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 진로 교사는 300~400시간의 부전공 연수를 받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발령을 받은 다음에는 교사가 받을 수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교육부는 진로교사를 배출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에서 벗어나 고용정보원 등 전문 기관과 후속 교육을 통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Q. 전남교육청에서는 청소년의 진로진학 상담‧교육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 전남교육청에서는 진로진학지원포털을 구축 중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상담 이력을 관리하는 이력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교사는 학생이 진학을 했을 때 이전 학교에서 어떤 상담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남교육청은 이미 1단계의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포털 오픈을 시작했다. 올해 추가 개발을 완료하면 내년에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진로진학지원포털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학부모의 진로‧진학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학부모 진로진학 아카데미를 1년에 4번씩 운영하고 있다. 초‧중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세대의 진로‧적성탐색, 고교 분석, 고등학교 교육과정 대입 연계 안내 등의 연수를 실시하고,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에게는 대학 입시의 이해, 입시정보 탐색 방법, 학교생활기록부의 이해 등의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Q. 전남교육청만의 특성화된 진로 교육 사업은 무엇인가.
A : 전남교육청에서 진로로 특화된 부서는 단연코 ‘진로교육과’라고 할 수 있다. 진로교육과에서는 진로진학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전라북도 교육청 등 다른 기관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온다. 다른 지역 교육청은 진로 상담 센터가 없는 곳도 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청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학부모들의 접근이 어렵다. 전남교육청은 여수, 순천, 광양, 목포, 나주 등 5개 시의 중심 지역에 진로진학 상담 센터를 임대해 학부모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작년 5월부터 진로진학 상담 센터를 운영했고, 5개 센터의 1년 임대료는 5억 원 규모다. 센터에는 진로‧진학 상담 전문가가 상주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을 현장에서 해결하고 있다. 센터의 모든 상담은 전남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진로진학지원포털을 사용해 이뤄진다.
Q. 향후 박람회 운영 계획은.
A : 이번 박람회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전국에 비슷한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할 예정이다. 이번 박람회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박람회다. 올해 박람회를 통해 교육적인 효과가 검증이 된 것들을 학교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음 박람회는 경북에서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로 올해 박람회는 교육부, 전라남도, 전라남도 교육청, 경상북도 교육청까지 4개 기관이 주최‧주관하고 있고, 여수가 후원하고 있다.
한편, 전남교육청은 진로교육 박람회를 매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도 진로교육박람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박람회 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했는데, 올해는 초‧중‧고등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박람회를 진행한다. 고등학생을 위해서는 ‘2025학년도 대입정보 박람회’를 운영한다. 6월 13일 초당대학교, 14일 순천만 생태문화교육원에서 이틀간 운영할 예정인 대입정보 박람회는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전국의 82개 대학이 참여하는 큰 행사로, 고3 학생이 수시원서를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박람회다.
Q. 전국의 많은 청소년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
A: 진로를 말할 때는 진학이 항상 따라붙는다. 진로 설정을 못해서 진학을 못하거나 학업에 의욕이 없는 학생이 많다. 진학을 잘하더라도 진로 설정이 되어 있지 않다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소년들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서라도 철저한 자기 이해와 진로 상담을 통해서 진학 준비를 하면 좋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