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다, 직격 인터뷰⑤] 정형준 인의협 사무국장 “의료계 구조조정이 필요, 의사 수만 늘리면 파국 면할 길 없어 ”

최정호 기자 입력 : 2024.05.14 11:27 ㅣ 수정 : 2024.05.14 16:15

자유방임은 경제에만 적용, 의료계에 적용해 공공성 사라져
환자 치료 및 입원 병원 찾지 못해 구급차서 객사 유발
급여와 비급여 혼합진료, 돈만 밝히는 의료 시스템 변질 원인
의사 늘리는 것 중요, 붕괴된 의료 시스템 바로 잡는 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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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단체와 비정부기구(NGO)를 중심으로 의사 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의사 수가 부족한 데다 지역별 의료 수준 격차가 심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의사 수도 많고 의료 수준도 수준급이라며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를 늘리자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의사 수 부족으로 생기는 의료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의사 수 부족과 관련해 전문가 연쇄 인터뷰로 해법을 찾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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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준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사무처장(현 재활의학과 전문의) [사진=본인 제공]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정형준 인도주의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사무처장은 ‘의사(재활의학과 전문의) 시민운동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의사로서 취약 계층 의료 봉사에 힘써 왔으며 국내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정 사무국장은 인터뷰 말미에 서울시 산하 단체에서 했던 의료봉사를 회고했다. 이 단체가 서울시의 예산을 받고 인의협의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보니 의료기기 판매 기업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굳이 고가의 의료기기가 필요 없다”라고 조언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단체는 많은 의료기기를 구입했다. 정 사무국장은 “그곳에서 의료봉사 하면서 첨단 의료기기를 다 사용해봤다”며 농담조로 말했다. 

 

이는 현재 개원가(1차의료기과·동네의원)의 현실과 맥이 닿아 있다. 종합병원·준종합병원 의사들이 개원을 시도하면 병원 컨설턴트로부터 어떤 비급여 진료를 해야 이윤을 낼 수 있는지 설계를 받는다. 또 의료기기 판매 기업들이 비급여 진료에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들을 임대해 쓸 것을 종용한다. 컨설턴트와 의료기기 기업들은 해당 병원이 이윤을 내야 자신들도 수익 발생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까지 해준다. 

 

정 사무국장은 “후배가 개원했다고 해서 가본 적이 있는데 병원인지 카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라면서 “비타민 주사(고가의 비급여 영영주사) 학회까지 있는 판국에 개원의가 한의사를 비판할 명분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정 사무국장에 따르면 개원가가 설립되고 운영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환자를 위한 게 없다. 공공성이 큰 의료에 돈이 개입되다보니 자본주의 논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때문에 “의사가 있어야 하는 곳에 진짜 의사가 없는 것인가”하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14일 <뉴스투데이>가 정 사무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의 첫 화두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선진화 됐는가“였다. 

 

■ 5대병 원 고도 의료 발전하고 1차병원 의료는 수준 낮아져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이른바 ‘서울 5대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성모·서울·아산) 위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던 것이다. 

 

여기에 정 사무국장은 “3차병원인 서울 5대 병원이 발전하다보니 고도의료(난치병·희귀병) 진료만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환자가 많은 경증·중증·표준진료에 대해서는 발전이 더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증·중증·표준진료는 1차의료기관(동네의원·전문병원)이 담당해야 하는 몫이나 환자 맞춤형 진료보다는 수익 내기에 급급해 안해도 되는 비급여 진료를 난발하고 있어 발전이 더딘 것이란 분석이다. 

 

정 사무국장은 “현 1차의료기관의 상황을 보면 환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서울 5대 병원으로 가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라면서 “1차의료기관에서 상급 병원 전원 소견서를 써주는 게 뭐 힘든 일이겠는가”라고 말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느니 서울 5대 병원을 가는 것을 정 사무국장이 종용하는 근간에는 교수들이 학회 회원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5대병원 교수급이면 학회에서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명예가 실추되는 진료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정 사무국장은 “대학병원 교수는 개원의보다 연봉은 적지만 명예직이기 때문에 최소한 배운데로 진료하는 게 이들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1차의료기관에서 급여로 해도 될 진료를 비급여로 했다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학회에서 추적에 들어가 큰 타격을 입힌다. 일본 의사회 및 학회가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급여 진료했다고 해서 지적할 의사가 있을까. 오히려 비급여 진료를 광고하는 구조가 돼 버렸다.  

 

■ 서울 5대 병원도 ‘자본주의’ 앞에 어쩔 수 없어, 로봇수술 판치고 중환자실 없고

 

자본주의 논리 침투에 있어 서울 5대병원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 사무국장이 우선 적으로 지적한 게 로봇 수술의 의도적 권유다.

 

정 사무국장은 “서울 5대 병원의 수술방 10개 중 로봇 수술실은 9곳, 의사가 직접 개복하는 수술실은 1곳 정도될 것”이라면서 “서울 5대 병원이 대부분 로봇 수술만 전부 가동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의사의 개복 수술과 로봇 수술의 차이는 흉터가 얼만큼 남느냐다. 수술의 예후가 따위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로봇 수술은 흉터가 덜 발생하나 비급여라 비싸고 개복 수술은 자국이 크게 남지만 급여라 치료 비용이 적게 든다. 

 

3차 의료기관에 오는 환자들은 더 이상 갈 병원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수술을 못 받으면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문제는 병원들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로봇 수술을 종용한다는 점이다. 

 

정 사무국장은 “의사가 별로 없기 때문에 개복 수술하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지만 로봇수술은 수술방이 많기 때문에 일주일이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라면서 “환자들이 서울 5대 병원까지 왔는데 돈 1000만원 아끼자고 개복 수술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전공의들이 의료기관을 떠났기 때문에 로봇 수술이 말도 못하게 많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 안에서 객사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환자 보호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사무국장은 의사가 없는 것과 중환자실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만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환자를 발견하면 119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게 되는데 인근 종합병원에 전화하면 ‘스텐트 시술’할 의사가 없다고 얘기한다. 또 간신히 스텐트 시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도 심근경색 환자가 입원할 중환자실 병상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경우 전체 병상 수와 중환자실 비율을 산정하는 게 있는데 그 수치가 낮다. 특히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들이 일반 병동에서 빨이 회전돼야 수익이 나는데 중환자실에서 오랫동안 입원해 있으면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정 사무국장은 “위급환자가 발생해도 당장 처치해줄 전공의가 또 입원할 중환자실 병상이 없어 구급차 안에서 환자가 객사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 양심적 가정의학과·내과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의사들의 “진심어린 조언” 필요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반대하는 단체들은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정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의료 접근성이 낙후됐다는 의견을 보였다. 1차 의료기관(동네 병원)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이다. 

 

정 사무국장은 “동네병원이 예방건강 증진과 만성질환 관리, 조언 등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 이 기능이 무너졌다”라고 개탄했다. 

 

원래는 고혈압 환자 관리의 경우 가정의학과의원이 담당하는데 타과 전문의들이 개원하면서 환자를 빼앗아 가고 있다. 고혈압 환자를 잡기 위해 화려한 인테리어와 굳이 필요 없는 의료장비들을 구비해 비급여 진료를 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사무국장은 “아들이 간단한 질병으로 몸이 좋지 않아 동네병원을 갔는데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진단서와 처방전을 갖고 집에 왔다”며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나 확인하기 위해 처방전을 봤는데 일단 약이 너무 많았고 아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것들이 있어 놀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심적인 가정의학과와 내과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 사무국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라 관련 질병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그가 예로 든 게 척추협착증이다.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비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동네병원에서 척추협착증으로 내원한 환자를 오랫동안 봐왔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질병이 발생했을 것인지 알 수 있다. 생활습관을 바꾸고 또 이 환자가 재활치료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되는지도 대략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보다 유여한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두고 정 사무국장은 “진심 어린 조언”이라고 했다.

 

정 사무국장은 “(환자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수술과 시술이 의미가 없어 환자에게 치료를 권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진료비를 많이 받는 병원의 경우 수술을 권한다”면서 “수술을 권하는 게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환자를 잘 알지 못한 치료학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 타국과 비교되는 의료 강국의 민낯, 무정부 상태 의료계 현실

 

가까운 일본과 대만의 경우만 봐도 의료 시스템이 바로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은 급여와 비급여 혼합 진료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때문에 급여 진료 병원과 비급여 진료 병원으로 나뉘기 환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우리나라 동네병원의 경우 혼합진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가 실비보험에 가입했는지 물어보고 비급여 진료를 권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병원들은 상담실장을 둔다. 의사 진료 전에 실비보험이 있는지 물어보고 치료 효과가 크다고 비급여 진료를 권한다. 그리고 의사가 비급여 진료를 처방하면 끝이다. 

 

대만의 경우 ‘전민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는데 핵심은 ‘총액 예산제’다. 보험 예산을 정해 놓고 필수의료 분야 급여 진료를 적게 한 병원은 건보 지급을 삭감하는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애달픈 제도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급여 진료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환자를 많이 받아야 하는 수고까지 감수해야 한다. 

 

정 사무국장은 “아는 의사가 흉부외과 권위가자 되기 위해 관련 병원에서 일하다 해당 과가 없어지면서 응급의료과 과장으로 발령 받아 진료를 보다 의료소송 등으로 개원을 결심하게 됐다”며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피부과 의사들이 할 수 있는 머리 심는(비급여 탈모치료)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TV 드라마에서는 종합병원에서 외과의사가 흉부외과 시술을 할 수 없게 그려지지만, 우리나라 의료법 상 문제될 게 없다. 외과의사가 책임질 수만 있다면 흉부외과 시술을 해도 된다. 의사가 자존심을 버린다면 흉부외과 전문의가 응급의학과 과장이 되고 탈모 병원장이 될 수 있다.  

 

한편, 지난 2022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2162조원이다. GDP대비 경상의료비 비율은 9.7%로 213조원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경상의료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덴마크의 지난 2022년 GDP는 3954억달러(541조원)이며 경상의료비는 9.3%인 50조원 수준이다. 무상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상의료비율은 우리나라와 덴마크가 비슷한 수준이지만 무상의료의 유무가 갈리고 있다. 물론 덴마크는 인구는 594만명으로 우리나라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혹자들은 비교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할 수 있다. 

 

또 덴마크에는 시가총액 595조원(덴마크 GDP보다 많음)인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기업 ‘노보디스크’가 있다. 올해 1분기 노보디스크는 13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제약바이오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6조원 수준이다. 1조원 매출을 기록한 제약사는 손에 꼽힐 정도다. 

 

의료 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민낯이다. 

 

정 사무국장은 “수치적 계산으로 의료 현장에 의사가 있게 하려면 간호사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면서 “국내 의료시스템 실정상 결국 필요 없는 의사 수요가 늘게 되고 이들은 또다른 수익을 창출해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제한된 의사들을 재분배하고 시장경제 논리에 맞서야 하는데 우리나라 의료계는 무정부적 상태”라고 개탄했다. (시리즈 끝)

 


■ 정형준 사무처장 프로필 : 재활의학과 전문의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 위원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정 사무처장이 속해 있는 인의협은 이주노동자를 포함함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 지원 단체다. 또 생명의 존엄성이 해치 인권이 추락하는 비인도적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대안 제시에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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