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사례분석] 유한양행, 전략 신약 ‘렉라자’ 무상공급으로 제약사 사회공헌 신 모델 제시

최정호 기자 입력 : 2023.12.02 06:55 ㅣ 수정 : 2023.12.05 09:37

폐암치료제 ‘렉라자’ 판매로 7500억원 규모 수익 포기하고 무상공급 택해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 운영 등 사회공헌 시스템 구축해 S분야 A+ 등급
B+등급이었던 지배구조 등급…투명 이사회 구성 통해 A등급으로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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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 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 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 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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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대표이사 조욱제 사장.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유한양행(대표이사 조욱제 사장)이 지난해 전담부서인 ESG경영실을 신설하면서 ESG경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의 기업 이념이 지배하는 곳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유일한 박사가 강조한 ‘비재무적’ 가치창출과 ‘투명경영’ 등이 지난 1936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 창업가 정신을 현대화해 나가고 있다. 이는 ESG경영과 상당 부분 맥이 닿아있다.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경영 평가에서, 유한양행은 지난해 종합 B+등급에서 올해 A등급을 받으며 한 단계 상승했다. 전 부분이 한 단계 씩 상승한 것이라 더욱 고무적이다. 특히 사회(S) 분야는 A+등급을 받으며 유한양행이 가진 기업 가치에 부합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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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거래소, 표=최정호 기자]

 

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에 기부하면서 독특한 사회 환원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유한양행이 이익을 낼 수로 최대주주인 공익재단에 배당되는 시스템이다. 이 배당금을 갖고 공익재단들은 사회복지 및 교육 등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타 제약사들이 갖고 있는 사회공헌재단들의 자금 흐름 시스템이 유한양행의 이 같은 시스템을 모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한양행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제약업의 특성을 살리고 ESG와 연계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 프로젝트는 △노숙인 건강지원을 위한 ‘노숙인 무료진료소’ △지역 복지관과 연계해 노인 건강증진을 위한 ‘우리동네 건강의 벗’ 사업 △저소득 국가유공자(노인)를 대상으로 안티푸라민 나눔상자를 전달하는 ‘안티푸라민 나눔사업’ △바이러스로부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19 해피홈 아동위생책자 보급사업’ 등이다. 

 

또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까지 기부금을 90억원(전년 동기 대비 233.3% 증가)까지 늘리며 사회 공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은 76억원과 GC녹십자 23억원, 종근당 6억원을 기부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금액이다. 

 

■ 제약사의 사회공헌 롤모델 제시, ‘렉라자’ 폐암 환자에게 무상 공급...라이선스 아웃 수익의 절반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불 

 

유한양행이 올해 진행한 사회 공헌 활동 중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렉라자’의 무상 공급이다. 렉라자는 약물 내성에 따른 1차 치료제로 효과가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쓰는 2차 치료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치료제로 쓰기를 원하는 환자라면 인원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급여권에 등재되기 전까지 무상 공급하기로 지난 7월 결정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 공급은 제약사의 사회 공헌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전략 신약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폐암 환자는 2만8000명 정도다. 이중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받을 수 있는 환자는 9800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3세대 항암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의 환자 1인당 약값이 650만원임을 감안하면 연간 7800만원의 약제비가 소요된다.

 

유한양행이 9800명의 환자에게 렉라자를 무상으로 공급하면 최대 7650억원의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렉라자의 제조‧유통에 비용 지출이 생기게 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개발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1조4000억원에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했다. 유한양행은 1조40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절반에 해당하는 7650억원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7월 열린 ‘유한양행 R&D 및 사회공헌 기자간담회’에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렉라자 무상 공급에 대해 “투병만으로도 힘든 폐암 환자들이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는 것을 막고자 사회 환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 지배구조 개선 위해 이사회 구성 변경, ‘사외이사’ 과반수 이상 포진시켜

 

유한양행은 지난 2020년 지배구조(G) 분야에서 B+등급을 이어오다 올해에 A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유한양행은 창업자의 뜻에 따라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제도를 도입해 기업은 사회 소유라는 창업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회사와 함께 성장한 인재들이 경영을 맡을 수 있는 구조다. 

 

오너의 경영 세습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 유한양행의 이 같은 사례는 귀감이 돼 왔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그간 지배구조 분야에서 B+에 머물러 있었다. 이에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로 돌파구를 삼았다. 타 기업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이 오너 및 측근들로 돼 있다. 오너의 일반적인 의사결정과 불투명한 경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3월 기준 유한양행 이사회 구성원은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를 늘려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또 다방면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진이라 경영 고문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유한양행의 사외이사는 생명과학과 교수인 지성길 이사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박동진 이사, 공인회계사인 김준철 이사, 변호사인 신영재 이사다. 특히 신 이사의 경우 여성이라는 점에서 다영성 확보 측면에서도 유한양행이 공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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