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92)] 방공유도탄여단장② 여단장 취임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2.09 13:04 ㅣ 수정 : 2023.02.09 13:04

대대 편제가 복구될 때까지 상당 기간 동안 지휘, 훈련 및 전술적 운영에서 고통을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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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여단장 취임식 / 사진=최환종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필자가 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에 애로사항은 여단장의 지휘폭이 과다함은 물론이고 여단장(준장)과 유도탄 포대장(소령)과의 계급 차이(또는 군 생활 경력)가 너무 많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적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당시 공군본부의 편제 개편으로 인하여 지휘체계는 단순화 되었지만 현실적이고 전술적인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공군본부에서는 어떠한 전투실험도 없이 탁상공론(물론 검토 위원회를 구성하여 검토는 했지만)으로 여단 편제를 조정하였다.

 

이에 따라서 대대 편제가 다시 복구될 때까지 방포사는 상당한 기간동안 지휘, 훈련 및 전술적 운영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한국군 방공포병의 ‘여단-대대-포대’ 편제는 미 육군의 편제를 반영한 것이었다. 전투 경험과 전쟁 경험이 많은 미 육군이 ‘조직의 슬림화’를 몰라서 안했을까?).

 

당시 합참의장도 방포사의 대대 해편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편제에 관한 권한은 공군 참모총장에게 있으니...

 

서류상 인수인계를 마치고는 숙소에 가서 여단장 취임사를 작성하며 다음날 있을 여단장 취임식을 준비했다(일부 장교들은 취임사/이임사 등을 정훈장교에게 일임했지만, 필자는 발칸포대장 취임 때부터 이.취임사는 직접 작성했다).

 

다음날 아침, 12월 초의 여단본부 지역 날씨는 쾌청했고 따뜻했다. 여단장 집무실에서 사령관(소장 이연수, 공사 30기)에게 인수인계 결과를 보고하고 이어서 보직 신고를 하였다. 그리고 연병장에 마련된 여단장 이취임식 행사장으로 나갔다. 단상에는 부모님과 장모님, 검열단의 동기들, 주한 미 육군 35 방공여단장, 大新고등학교 선배들 등 내외귀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단장 이.취임식이 시작되었고 인사참모의 인사명령 낭독과 함께 여단에 대한 지휘권이 필자에게 주어졌다. 암울했던 대위(통신장교) 시절, 고민 끝에 방공포병 장교로 병과를 전환한지 26년여 만에 드디어 여단장에 취임하였다. 초급장교 때는 아무 희망이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았었는데, 장군 진급 예고와 더불어 여단장에 취임하다니. 만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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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단장 취임식 후 기념사진 / 사진=최환종

 

취임식 행사를 마치고 사령관 및 모든 손님들이 돌아간 후에 필자는 여단장으로서 참모들과 첫 대면을 했다. 지원병과 장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참모들이 과거에 한번씩은 같이 근무했던 장교들이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전투준비태세 완비’, ‘責任은 나에게, 功은 부하에게’ 등의 취지로 훈시를 하고는 여단 본부 지역을 둘러보았다. 사실 어제 여단본부 지역을 둘러보고 싶었으나  아직 전임 여단장이 있으므로 지휘권 침해가 우려되어 부대 순시는 오늘 하게 된 것이다.

 

약 8년여 만에 돌아온 여단본부 지역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작전참모와 같이 여단지역을 돌아보며 잠시 감회에 젖었다. 작전참모는 과거 필자가 대대장 시절에 00포대에서 포대장을 했던 장교로서 매우 명석하고 능력이 뛰어난 장교였다. 지나간 얘기를 하면서 여단본부 지역을 같이 돌아보는데, 부서별로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다음날부터 각 참모부서 별로 업무보고를 받으며 현안업무 처리를 해나갔다. 여단장 취임 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임무 중의 하나가 예하 부대를 돌아보며 각 부대의 전투력 수준이나 장단점 등을 확인하여 여단 전체의 전투력과 강약점을 파악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여단을 지휘할 때의 지휘 중점에 포함시켜야 한다. 방공유도탄 여단의 예하 부대(포대)는 임무 특성상 모두 독립 부대이고 여단 본부와의 거리가 상당히 이격되어 있어서 모든 예하 부대를 돌아보고 파악하는 데에 적어도 한 달은 소요된다.

 

예하부대 순시는 때로는 해당 부대에서 하루 밤을 자면서 그 부대원들의 애로사항이나 부대 분위기, 전투력 수준을 파악한다. 필자는 첫 번째 순시 부대로서 필자가 2차 포대장을 하며 매우 고생했던 00포대를 선정했다. 00포대는 방포사 예하 포대 중에 가장 높은 고지대에 위치한 포대로서 근무하기에 매우 열악한 환경의 포대이다(00포대는 지난 설 연휴때, YTN에서 ‘악천후에서 주어진 임무 완수에 충실한 이 포대 장병들’을 취재하여 TV 뉴스 시간에 보도했다. 취재 기자는 현재 기온이 영하 15도라고 하며 매우 춥다는 것을 강조한다. 필자 경험상 영하 15도는 봄날인데.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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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뉴스에 보도된 00포대 [사진 = YTN 화면캡쳐]

 

여러 가지 이유에서 00포대를 첫 번째 순시 포대로 결정했고, 필자는 포대에서 하루밤 자면서 포대원들과 많은 얘기를 하면서 포대 분위기도 파악하고자 했다. 그러나 해당 포대에서는 여단장이 하루밤 잔다는 것에 대해서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으리라. 필자도 포대장 시절에 여단장이나 사령관이 와서 하루 잔다고 하면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으니까...

 

00포대에 인접한 도시에 도착하자 저 멀리 00포대가 위치한 산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00포대는 지금도 근처를 지나가다 포대가 있는 산봉우리가 보이면 잠시 상념에 빠진다.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이 더 많았기에...)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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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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