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89)]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⑭ 장군 진급 예정자 발표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1.13 16:58 ㅣ 수정 : 2023.01.13 16:58

마음을 비웠던 그해 가을, 장군 진급 소식을 듣고 공중에 붕 뜬 기분을 느껴
공군사관학교 4학년 때 1학년이었던 후배들과 함께 장군 진급을 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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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진급반 장교들의 연합사 방문. 고교 동기 1명도 육군 장군으로 진급했다. 워낙 늦게 장군 진급 예고를 받다보니 3년 후배들과 같이 장군 진급을 하게 되었다 / 사진=최환종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가을은 깊어가고 내년도 장군 진급 예정자 심사 시기가 다가오면서 왠지 모를 답답함이 지속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서울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심정이라니, 아직 내가 완전히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동기생중에 조종사들은 벌써 장군 1차 진급한지 오래되었고 그들중 일부는 이미 2성 장군으로 진급했는데 아직 그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니...

 

그러는 사이에 장군 진급자 1차 심사가 시작되었고, 필자는 심사가 시작되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장군 진급 예정자 발표 며칠 전부터 뜻하지 않은 소문이 들려왔다. 필자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이다. 벌써 몇 년째 듣는 얘기인가? 그리고 이 소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착잡함과 희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어느덧 장군 진급 예정자 발표 당일이 되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검열관실의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 하면서 북한산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데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의 벨이 울린다. 긴장하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저편으로 공군본부에서 근무하는 후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선배님! 장군 진급을 축하합니다!”

 

그때의 그 기분이란!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즉시 아내에게 전화해서 진급 소식을 알렸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 기분이었으리라.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공군참모총장에게 전화를 했다. 감사 인사를 드리며 공군의 발전을 위하여 더욱 노력하겠다고 하자 총장은 웃으면서 격려를 하였다.

 

그때부터 계속 걸려오는 축하 전화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그때 검열관실에는 동기 검열관 두어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진급 소식이 없었다. 축하 전화를 받으면서도 그들에게 미안했다. 지금 그들의 심정은 말이 아닐텐데...(당시 검열단 소속 대령 중에서 장군 진급 예정자는 필자 한사람 뿐이었다)

 

한차례의 전화 폭풍이 지나가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직속상관인 검열단장에게 아직도 인사를 못했다. 검열단장에게 가서 인사를 하자 검열단장은 환한 얼굴로 필자의 장군 진급을 축하해주었다(검열단장은 그때 3성 장군으로 진급했고, 며칠 후에 해병대사령관으로 부임하였다).

 

한편, 장군 진급 발표가 난 후에 지인들과 무슨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태백산의 까마귀가 생각이 나서 그들에게 까마귀 얘기를 했다. 과연 까마귀들이 행운을 가져다 주었을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 생각을 다했다. 아무튼 그 다음부터는 까마귀를 미워하지 않았다. 믿거나 말거나.

 

장군 진급 발표가 나고 다음 주부터 약 4주간의 ‘장군 진급반 교육’에 입과했다. 검열단에서 군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장군 진급반 교육’에 입과하게 되니 사람의 일이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장군 진급반 교육에 입과하는 날부터 정든 검열관들과 헤어지게 되었고,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쉬웠다.

 

당시 장군(준장) 진급 예고를 받은 공군 장교는 필자의 1년 선배부터 3년 후배까지 00명이었다. 필자가 워낙 늦게 장군 진급 예고를 받다보니 3년 후배들과 같이 장군 진급을 하게 되었는데, 필자가 사관생도 4학년때 1학년 생도였던 후배들과 같이 장군 진급을 하게 된 것이다.

 

장군 진급반에 입과한 장교 중에는 필자의 고교 동기 동창생도 있었다. 육군 장교 중에 고교 동창생이 여러 명 있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장군 진급을 해서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그 친구는 장군 진급 후에 연합사에 부임하여 근무했고, 필자와 같은 해에 전역하였다.

 

장군 진급 예정자 발표가 나자 재미있는 현상이 또 나타났다. 필자가 검열단으로 부임한 이후, 몇몇 후배들이 은근히 필자를 무시하는 것이 눈에 보였었는데(필자가 이제는 장군 진급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다), 장군 진급 예정자 발표 이후에는 그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세상 인심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가여운 후배들이다.

 

한편, 필자가 장군 진급 예정자로 결정되자 많은 선후배, 지인들이 축하하고 자신의 일 같이 좋아했다. 그 중에서 특히 잊지 못할 한 분을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그분은 필자의 고등학교 선배로서 필자보다 무려 18년 선배이다. 선배와 처음 만난 것은 필자가 연합사에 갓 부임하던 시기였다.

 

선배가 고교 동문이면서 공군 장교인 동문들을 미 8군 장교클럽으로 초청하였고 그 자리에서 선배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당시 선배의 신분은 주한 미군 주임원사. 상당히 특이한 신분이기에 선배 장교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후에 선배에게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여러 차례 들었는데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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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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