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2.12.16 16:28 ㅣ 수정 : 2022.12.16 17:07
호크 포대의 임무수행 전 과정을 공중에서 지켜본 데 더해 오래 된 '작은 희망사항'도 이뤄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무기는 목표 지역 부근에 도달했고, 전방석의 조종사는 필자에게 임무기가 호크 포대의 추적레이다 범위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렸다. 잠시 후 조종석 계기판의 RWR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경고음이 들렸다. 호크 포대에서 가상적기인 임무기를 잘 포착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 RWR(RADAR Warning Receiver) : 적의 추적 레이다에 해당 항공기가 포착되었음을 알리는 경고장치
조종사가 호크 포대 추적 레이다의 추적에서 벗어나려고 여러차례 회피기동을 실시하였지만 호크 포대의 추적레이다는 집요하게 임무기를 포착하고 있었다. 호크 포대로부터 근거리까지 접근한 조종사는 Pop-up 기동(최근 개봉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의 편대가 적 기지를 공격하던 형태)으로 호크포대를 가상 공격하였다.
이때 기체가 급상승하면서 상당한 중력이 가해졌는데, 이때는 1주일 전에 실시하였던 ‘G 내성 훈련’ 때와는 달리 G-suit를 입고 있었으므로 비교적 쉽게 중력을 이겨낼 수 있었다(다음날 허벅지가 뻐근해서 왜 그런가 하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어제 필자가 검열비행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후배 조종사가 하는 말이 G-suit를 착용했더라도 중력을 이기기 위해서 온몸에 힘이 들어가므로 허벅지가 뻐근한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임무기는 정점 고도에 도달한 이후, 목표를 공격하기 위하여 하강하며 포대에 접근했다. 이번에는 순간적이지만 Negative G가 가해져왔다(Negative G가 가해지면 인체는 ‘청룡열차를 타고 상승하다가 정점에서 아래쪽으로 급하강할때 느끼는, 몸이 붕 뜨는 듯한 다소 불쾌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은 보통 Positive G보다는 Negative G를 더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임무기가 포대를 공격하기 위하여 접근하는 동안 필자는 조종석 계기판의 RWR 경고등과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작동되고 있음(호크포대 추적 레이다에 포착되고 있음)을 인지했고, 포대의 각종 단거리 대공무기가 임무기를 향하고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임무기 조종사와 호크 포대 장병들 모두 성공적으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검열결과는 ‘매우 만족’이었다.
필자는 임무기가 포대에 대한 공격 임무를 마치고 고도를 높인 후에 기지로 기수를 향하자 임무기 내에서 공작사 00본부를 호출하여 ‘현 시간부로 해당 검열 종료’를 선포했다.
기지로 돌아오면서 전방석의 교관 조종사는 필자에게 F-16을 조종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누가 얘기했는지 교관 조종사는 필자가 FAA 조종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바라던 바였다. 조종간을 넘겨받은 필자는 조종간의 감각을 느껴 보았다.
F-16의 조종간은 생도시절 비행훈련때 조종했던 T-37의 조종간과는 다르게 Joystick 같은 형태로 조종석 우측에 위치해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으나 이내 조종간의 감각을 익혔고 생각보다 무척 예민하게 반응함을 느꼈다. 조종간을 다루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의도한 고도와 방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본적인 기동을 해보았다. 먼저 Aileron roll을 좌, 우 한번씩 했는데 기체는 매우 부드럽게 반응했고, 고도 손실 없이 수평 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임무 조종사에게 루프(Loop)를 해보겠다 하고는 오랜만의 비행이기 때문에 정점을 알기 어려울 것 같아서 정점고도일 때를 알려 달라고 했다.
※ Aileron roll(횡전, 橫轉) : 수평 비행 도중에 옆으로 한 번 회전하고 다시 수평 비행을 계속하는 비행
※ 루프(Loop,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비행하는 것) : 루프 기동의 정점에서는 배면 비행 상태가 됨. 공중제비라고도 한다
Throttle을 최대 출력 상태에 놓고 조종간을 부드럽게 뒤로 당겼다. 기체는 힘차면서도 부드럽게 반응했다. 30여년 전에 비행했던 T-37은 루프 기동을 할 때 EGT 계기를 보면서 그 제한치를 넘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조종간을 당겨야 했는데, 임무 조종사에게 EGT를 신경 써야 하느냐고 물으니 F-16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조종간을 당기고 있으니 어느덧 정점이다. 잠시 후 루프를 완성하고 수평비행 상태로 돌아왔다. F-16은 T-37과는 차원이 달랐다. 매우 힘차고 부드러웠다. F-16으로는 첫 루프인데도 멋있게 루프를 해냈다.
※ EGT(Exhaust Gas Temperature, 배기가스온도) : 항공기 엔진의 연소실에서 연소된 후 터빈 출구를 통해 배기 되는 순간에 측정한 배기가스의 온도. 터빈 날개(blade)를 구성하는 재료의 내열성에 한계가 있어 그 한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갈 경우 터빈 날개가 파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배기가스 온도를 관찰하면서 엔진을 작동해야 함.
마냥 조종간을 잡고 있을 수는 없어서 필자는 임무 조종사에게 끝으로 임멜만 턴(Immelmann turn)을 해보겠다고 하고는 역시 정점고도일 때를 알려 달라고 하고는 조종간을 뒤로 당겼다. 부드럽게 상승한 기체는 잠시 후에 정점에 도달했고 필자는 곧바로 반횡전하여 기체를 수평으로 했다. 의도한대로 기수는 최초 시작할 때의 방향과 180도 반대 방향이 되었다.
※ 임멜만 턴(Immelmann turn, 비행기가 반공중제비를 한 후 그 정점에서 반횡전(半橫轉)해서 정상적인 수평 상태로 되돌아가는 기술) : 비행 방향을 반대로 바꿀 때 사용함. 제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전투조종사 M. 임멜만에 의하여 고안된 비행 방법 임.
비행교관의 배려로 잠시나마 F-16을 조종해본 필자는 기지로 돌아오는 내내 표현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느꼈다. 검열관으로 탑승하여 공대지 공격과정과 호크 포대의 임무수행 전 과정을 공중에서 지켜보았고, 후방석에서 잠시나마 조종간을 잡고 F-16을 조종해 본 것에 더하여, 전부터 생각했던 ‘기회가 되면 우리 전투기에 탑승해서 우리 비행장에서 이착륙하고 싶다는 작은 희망사항’이 이루어지게 된 것 때문이리라.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