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79)]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④ 씁쓸했던 연평도 꽃게잡이 선원 월북사건 '불시검열'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2.10.17 09:32 ㅣ 수정 : 2022.10.17 09:32

연평도 경계태세 질타하는 언론보도에 부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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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수화기를 들으니 검열단 행정과장이다. “최 대령님! 어제 야간에 연평도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긴급하게 불시검열을 나가야겠습니다. 빨리 준비 하십시오. 30분 이내로 출발합니다.” 행정과장은 육군 대령으로 필자보다 2년 정도 후배 장교다.

 

새벽에 자는 사람을 깨워서 불시검열을 나가라고 하니 누군들 좋겠는가. “0대령! 다른 사람이 가면 안되나? 꼭 내가 가야해?” 그러자 행정과장 답변은 “검열단장님이 불시검열팀 인원을 지정하셨습니다. 최 대령님 외에 0명이 더 갑니다.”,  “그래? 바로 나갈께!”

 

검열단장 지시인데 가야지. 후다닥 준비를 하고 숙소 로비로 나갔다. 불시검열을 나가는 검열관들이 모두 모이자 행정과장이 짧게 상황을 설명한다. “어제 야간에 연평도에서 누군가가 어선을 탈취해서 월북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조사입니다.” 그리고는 새벽이라 헬기는 지원이 안되고 긴급하게 해군 고속정을 준비시켰다고 한다.

 

‘어선 탈취’로만 보면 단순히 해상 상황으로만 인식할 수 있지만, 문제점 확인을 위해서는 항구의 상황뿐 아니라 초병이나 해상 감시 레이다 운영, 보고 체계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잠이 덜 깬 상태로 검열관 일행은 차량에 탑승해서 0함대사로 이동해서는 고속정에 올랐다.

 

4월의 바닷가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고속정에 탑승한 필자는 함내를 둘러보고는 이내 함교로 올라갔다. 어둠이 짙게 깔린 항구는 적막함 그 자체였다. 항구를 빠져나간 고속정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잠시 후 속도를 더 높이자 파도가 함교에까지 들이쳤다(고속정의 함교는 외부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다). 필자의 얼굴과 손에 파도의 물방울이 닿자 금방 추워짐을 느꼈다. 함교에 있는 해군 장병들은 파도가 몰아침에도 동요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제까지 도서 지역으로 출장을 갈 때 해군 함정을 타봤어도 구축함 등의 큰 배만 탔었고, 그것도 날씨가 좋을 때만 ‘탑승객’으로 탔었기에 쾌적한 항해만을 경험했다(직접 파도에 몸이 노출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해군 생활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이날 함교에서 파도와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내 생각이 편협하였음을, 해군 승조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봄철에도 이런데 겨울철에는 얼마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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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위치. 연평도에서 군사분계선까지는 정말 지척(咫尺)이다 (연합뉴스, 2019. 4. 18)

 

잠시 후 함내로 들어온 필자는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고 몸을 누일 곳을 찾았다(이에 앞서 우리 일행이 항구에서 고속정에 승선하자 함장이 승조원들의 침대를 검열관들에게 내주었다. 우리가 미안해하자 연평도까지 이동하는 동안에는 임무 수행 때문에 취침하는 장병이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와 파도와 부딪치는 배의 충격이 그대로 온몸에 전해져왔다 (그날 해상에는 어느 정도의 파도가 있었다. 견디지 못할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민한 육군 선배 장교 한명은 연평도까지 이동하는 내내 배멀미에 시달렸다).

 

배의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서 자는 동안에 어느덧 고속정은 연평도 부근에 도착했다. 함교로 나가 보니 동이 트기 시작했고, 검열관들은 동트는 것을 보면서 검열계획을 토의했다. 그러는 동안 연평도가 저 멀리 희미하게 보였다.

 

연평도에 상륙하니 연평부대 참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음이 얼굴에 나타났다. 검열관들은 간단하게 참모들과 인사하고는 연평부대 본부로 가지 않고 사전에 계획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필자는 선배 장교 1명과 같이 해상 레이다 운영 부서로 가서 어제 야간부터 새벽까지 레이다에 탐지된 선박 현황을 확인했다.

 

연평도에서 누군가가 어선을 탈취해서 월북했다는 사실은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3일 밤 10시 49분쯤 연평도에서 탈북자 출신 꽃게잡이 선원 1명이 자기가 타고 일하던 9t 어선을 훔쳐 NLL을 넘어 월북(越北)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이 매일같이 '핵 타격' '전시 태세' 운운하면서 위협하는 와중에 최전방 중에서 최전방인 연평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어이가 없다. 군(軍)은 레이더가 NLL 1㎞ 남쪽 해상에서 이 배를 발견했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연평도 항구에서 NLL까지는 5㎞이다. 그렇다면 이 배는 4㎞를 우리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채 항해했다는 말이 된다. 이러고도 연평도 경계 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조선일보 사설, 2013. 4. 4)”

 

정말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언론에는 상당히 강하게 군(軍)을 질타하는 기사가 실렸는데, 검열관들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루종일 조사를 한 끝에 사건 전모와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자세한 조사 결과를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러나 결국은 사람에 의한 실수로 인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고, 관련자는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탈북자 출신 꽃게잡이 선원은 ‘상당히 지능적인 또는 훈련받은 자(者) 같다’라는 것이 검열관들의 생각이었다.

 

불시검열을 마친 검열관들은 검열단으로 복귀해서 검열단장에게 검열결과를 보고하고 임무를 종료했다. 또 하나의 임무를 마쳤지만 이번 연평도 불시검열은 매우 씁쓸한 임무였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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