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72)] 합참 방공과장 ⑤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패트리어트 요격 시 문제점을 토의한 셈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6.13 09:20 ㅣ 수정 : 2022.06.13 09:20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이 회의에는 일본 자위대 장교들도 참석했다. 처음에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으나 그해 겨울에 이탈리아에 열린 Nimble Titan 회의에서 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는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지 무척 가깝게 지냈다(일본은 패트리어트 뿐만 아니라 SM-3 등의 해상 방공무기도 운용하고 있다.
북한의 각종 탄도탄 위협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한국보다 탄도탄 방어에 대한 관심과 관련 무기체계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높다고 판단한다. 몇 년 전, 한일간에 정치적으로 시끄러웠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한미일의 탄도탄 방어 작전과도 관계가 있다).
Nimble Titan 회의는 여러 분야로 나뉘어져 진행이 되었다. 우리 일행은 각자 관심분야를 선택하여 참석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이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모르던 터라 모두들 힘들게 분야별 세미나에 참석하여 듣고만 있었다. 다만 미래의 탄도탄 작전 분야(기술적인 발전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은 그동안 TMD를 연구하면서 알고 있던 내용이이어서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체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었고, 첫날은 그렇게 힘들게 지나갔다(외국군 장교들은 그동안의 진행 내용을 알고 있었으므로 매우 활발하게 토의에 임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필자는 Ed에게 그동안 Nimble Titan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현재의 위치는 어디쯤인지 알려 달라고 요청했고, Ed는 우리 일행만 따로 모아놓고 그동안의 경과에 대하여 간추려서 설명을 했다. 그제서야 Nimble Titan 회의의 목적과 그동안 진행된 사항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각 주제별로 세미나에 참석하였고, 토의 중에 간간이 외국군 장교들이 우리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국군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 우리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지난 회에서 ‘탄도탄 방어 작전’시에 외교적 또는 법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어느 축구 경기장을 불특정 국가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고 가정하고, 축구 경기장 하프라인 좌측 지역을 A국가, 우측 지역을 B국가, A국가 좌우후면의 관중석을 C국가, B국가 좌우후면의 관중석을 D국가라고 하고 아래의 예를 보자.
[A국가와 B국가의 사이가 좋지 않게 되어서 A국가에서 B국가로 탄도탄을 발사했고, B국가는 이를 방어하기 위하여 탄도탄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여서 A국가에서 발사한 탄도탄을 공중에서 요격했는데, 공중에서 파괴된 탄도탄의 파편이(또는 발사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이 빗나가서) C국가 또는 D국가로 낙하되어서 해당국가에 인명피해나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 C국가 또는 D국가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나 재산상 손실은 누가 어떻게 보상해야할 것인가? ]
위 예를 두고 ‘Nimble Titan’ 참가자들 사이에 많은 토의가 있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한국측 참가자들은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각국 장교들의 토론을 그저 흥미있게 지켜보기만 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그로부터 몇 년 후(2012년 경으로 기억한다)에 북한이 우리의 서해상을 지나 남쪽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했을 때 발생했다. 즉, 국내 언론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한국 영공을 통과할 때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한 요격 가능성 내지는 요격 성공시 파편에 의한 피해 여부 등등을 보도 하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예로 들었는데, 이 경우가 ‘Nimble Titan’ 회의때 토의했던 내용과 거의 유사했다(물론 당시 발사한 북한 미사일이 한국 영공을 통과하더라도 비행 고도가 워낙 높아서 패트리어트로는 요격이 불가능했다).
약 1주일간의 회의가 마무리 되면서 회의 참가 전 인원이 모인 가운데 폐회식을 앞두고 있었다. 어렵고 힘든 회의가 이제야 끝나는가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폐회식장에 들어가는데, Ed가 나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얘기한다. “폐회식에 앞서서 각국 대표들이 회의 종료 소감을 한마디씩 하게 되는데, 최대령은 정식 참가자는 아니지만 앞쪽에 앉아서 한국측 대표로서 회의 소감을 간단하게 말하기 바랍니다.” 순간 당황했다.
이번 회의는 회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회의에 참가했고 이제 겨우 기본 개념이나 흐름을 이해하려고 하는데 소감 발표라니. 더구나 ‘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하라고 했는데 소감을 얘기하라니(통역 장교도 없고). 우리는 정서상 초등학교 때부터 앞에 앉거나 발표하기를 멀리 했지 않은가.......
그러나 어떻게 하랴. 연합사 때부터 접했던 ‘탄도탄 방어 작전’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이번 회의내용과 연관하여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내 순서가 와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