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74)] 합참 방공과장 ⑦ 동의할 수 없었던 한 외교부 공무원의 문제제기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8.08 16:54 ㅣ 수정 : 2022.08.08 16:54

회의 참석이라는 주임무에 몰두해 '로마관광'을 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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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 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잠시 후 우리 일행은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 호텔 로비에 모였고, 거의 동시에 숙소 상태에 대해서 한마디씩 한다. 공통적인 의견은 화장실만 현대적이고 깔끔한 상태이며, 방 내부는 오래전에 건물을 지을 때의 구조(천장의 나무 대들보 등등)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무척 낡았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고급호텔이 왜 이럴까 하고 잠시 토의를 했다.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옛날의 왕궁을 거의 그대로 살려서 호텔로 개조를 했고, 그러다 보니 각 방마다 예전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측컨데 내 방은 신분이 낮은 하인이 사용했던 방 같다 하고, 다른 한 장교가 배정받은 방은 감옥으로 사용했던 방 같다(혹시 옛날에 극형을 받은 귀신이 한밤중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방정맞은 얘기도 나왔다) 하고, 또 다른 장교가 배정받은 비교적 깔끔한 방은 귀족이 사용했던 방 같다는 그런 얘기들을 했다. 현대식 호텔(시설)에만 익숙한 우리로서는 당황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깔끔하고 저렴한 현대식 호텔로 갈걸...

 

다음 날 유럽 장교들을 만나서 우리가 추측한 내용에 대해서 얘기해 본 결과 우리의 추측이 맞다는 것(예전의 왕궁 형태를 대부분 활용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이 호텔같이 오래된 왕궁을 개조한 유서 깊은 시설(호텔)에서 지내는 것을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고... 그러나 우리 일행의 생각은 달랐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깔끔한 현대식 호텔이 좋다!!!’

 

다음날 아침(일요일) 일찍 일어난 필자는 창문을 열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끼어 있는 날씨에 붉은색 계통의 기와지붕이 있는 집들이 보였고, 그 뒤쪽으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돔 형태의 구조물도 보였다. (그날 오후에야 그 건물이 유명한 두오모 성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피렌체 시내를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다. 동행한 방공포병 장교가 ‘피렌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간단하게 요약을 한 것을 비행기 안에서 대략 읽어는 보았다. 그 요약한 내용만 사전에 충분히 숙지했었어도 훨씬 즐겁고 뜻깊은 시내 관광이 되었을텐데 그렇지 못했음이 아쉬웠다.

 

저녁식사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일본군 장교들과 같이 했다. 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로마에 가서 하루 종일 로마 시내 관광을 하고 왔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 여기까지 왔으면 로마를 가봤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임무 위주로만 생각하다 보니 로마 관광이라는 부차적인 임무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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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안에서 바라본 두오모 성당의 돔 지붕 [사진=최환종]

 

그 이튿날인 월요일 아침, 우리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이탈리아 공군대학으로 이동했다. 날씨는 구름이 많이 낀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12월 초 답지 않게 그리 춥지는 않았다. 공군대학에 도착해서는 모두들 큰 강당에 모인 가운데 개회식이 있었고, 이탈리아 공군 측의 간단한 인사말과 더불어 회의 일정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다. 그리고는 각국에서 온 장교들이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필자 역시 한국 참가단의 선임 장교로서 인사말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어느 이탈리아 공군 대령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나를 기억한다고 하면서 이번 회의에 참가한 것을 환영한다고 한다. 얼굴을 보니 지난 여름에 하와이에서 있었던 Nimble Titan 회의에서 만났던 장교다. 개회식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환영 인사를 하는 그런 분위기가 유쾌했다.

 

개회식이 끝나고 각국의 장교들은 주제별로 진행되는 세미나실로 이동했고,우리 일행도 각자 관심있는 주제를 택하여 해당 세미나실로 이동했다. 세미나 주제와 내용은 지난 하와이 회의 때와 유사하게 다소 뜬구름 잡는 내용들이 있었으나 지난번보다는 비교적 접근하기가 쉬웠다.

 

회의가 중반에 이르렀을 때 일이다. 그날 회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회의를 주관하는 미군 대령이 필자를 찾는다. 무슨 일인가 하고 얘기를 들어보니 필자로서도 듣기에 황당한 얘기를 한다. 즉, ‘이번 회의에 참석한 한국 외교부의 어느 공무원이 일부 회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 내용은 불특정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자기는 그 내용에 동의할 수 없고, 이를 한국 외교부에 보고하겠다’는 요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부 회의 내용이란 ‘공군 이야기 72회’에서 잠깐 언급했던 ‘불특정 불량 국가의 탄도탄 공격에 대비한 각종 대책’과 연관된 내용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국가 안보이고, 국가 안보는 그 어떤 국가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사안인데,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극히 소극적인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하다니... 도대체 이 공무원은 어느 나라 공무원인가?

 

필자는 그 미군 대령에게 나는 ‘한국 외교부 공무원’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하고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ED가 보충 설명을 했다. 미국의 정부 시스템을 고려할 때 한국 외교부 공무원이 Nimble Titan 회의에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는 것은 한국이 추후 Nimble Titan 회의에 참가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그 미군 대령은 생각했다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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