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83)]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⑧ 공작사 검열 1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2.12.02 16:20 ㅣ 수정 : 2022.12.02 16:20

전투기 탑승을 위한 'G(Gravity, 중력) 내성 훈련’ 도중에 의식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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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 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거문도 장염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인 초여름의 어느 날, 공군 작전사령부(이하 공작사)에 대한 정기 검열을 앞두고 검열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옆자리에 있는 공군 선배 장교 K대령(검열단의 공군 선임 장교로서 공작사 검열계획을 총괄하고 있었다)이 푸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용인즉, 공작사 검열 내용 중 전투기에 검열관이 동승하여 ‘공중 작전 수행’을 검열하는 항목이 있는데, 공군 검열관(조종사) 중에 동승하려는 검열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검열관 중에는 전투기 조종사가 몇 명 있었는데, 왜 아무도 동승에 지원하지 않았는지 필자도 궁금했다.

 

아무튼 그 얘기를 듣고 보니 그 선배의 입장이 답답하겠다 생각하면서, 그 선배장교에게 “K대령님! 제가 검열관으로 전투기에 탑승할까요?”. 그러자 그 선배 장교는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필자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필자는 그 선배에게 ‘내가 이러저러해서 미국 FAA 조종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공중 상황에 대한 감각은 아직 살아있으며, 검열관이 동승해야 하는 그 검열은 방공포병 포대와도 관련된 검열이므로 충분히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얘기를 듣고 난 선배장교는 “그래? 할 수 있겠어? (당신이 비조종사이니) 절차를 알아보고 다시 얘기해 줄께!” 하면서 얼굴이 밝아졌다. 고민 하나를 해결한 표정이었다.

 

그 다음날인가, K 대령이 필자에게 말했다. “그럼 최대령이 검열관으로 동승하고, 전투기 탑승 전에 항의원(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항공생리 교육훈련(Aviation Physiological Training, 조종사들은 통상 ‘항생교육’이라 부른다) 교육을 받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전투기 탑승 기회였다. 필자는 미국 FAA 조종사 자격증 취득 이후에 기회가 되면 우리 전투기에 탑승해서 우리 비행장에서 이착륙하고 싶다는 작은 희망사항을 가지고 있었다. 그 희망사항이 갑자기 이렇게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며칠 후, 공작사 검열과에서 필자의 ‘항공생리 교육훈련’ 스케줄을 잡았다고 연락이 왔다. 항공생리 교육훈련은 조종사가 공중에서 일어나는 신체적인 변화 등을 체험하고 숙지하여 실제 비행시에 공중에서 일어나는 각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훈련인데 여기서 가장 어려운 것은 ‘G(Gravity, 중력) 내성 훈련’이다.

 

이 훈련에서는 G-suit를 착용하지 않고 6G를 견뎌내야 한다(6G를 견딘다는 것은 내 몸에 몸무게의 6배 중력이 가해지는 것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이다. 당시 몸무게가 75Kg 정도였으므로 450kg 정도의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항공생리 교육훈련’을 받은 것이 생도 3학년 때이다. 거의 30년 전 일인데, ‘G 내성 훈련’을 통과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G 내성 훈련’에서 탈락하면 전투기 탑승 기회는 사라진다. 필자의 평소 체력과 정신력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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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훈련센터의 고공저압환경 훈련 모습. 여기서 저산소증(Hypoxia)을 체험한다. (공군본부 제공=연합뉴스, 2016.10.27.)

 

검열 1주일 전, 공작사 검열준비는 거의 마무리 되고 있었고, 필자는 기본 임무에 더하여 ‘전투기 탑승’을 위한 항공생리교육훈련을 받으러 항의원으로 향했다.

 

30여년 만에 받는 항공생리 교육훈련이다! 혈압, 시력 점검 등 기본적인 신체검사에 이어서 비상탈출, 저산소증(Hypoxia) 체험 등 일련의 교육훈련이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저산소증(Hypoxia) 체험은 고공저압 환경(위 사진 참조)에서 실시하는데, 특정 실내에서 2만~3만 ft의 고도에서 느끼는 신체변화를 경험한다.

 

그 고도에서는 산소가 부족하고 이에 따라 인체는 산소부족으로 인한 저산소증을 경험하게 되는데, 통상적인 방법은 산소마스크를 벗고 A4용지에 자기 이름과 군번을 쓰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간단한 문장을 반복해서 쓰게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3분 정도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씨가 엉망이 되기 시작하는데(산소 부족으로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이 상태가 저산소증에 빠진 상태이다. 2인 1조로 훈련을 실시하고, 한사람은 산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므로 산소마스크를 벗고 글씨를 쓰는 훈련 참가자의 상태를 알 수 있다.

 

훈련 참가자가 글씨 쓰는 것이 어눌하거나 부자연스러워지면 저산소증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므로 즉시 산소마스크를 씌워준다. 그러면 저산소증에서 회복이 된다.

 

드디어 ‘G 내성 훈련’ 차례가 되었다. 담당자에게 중력가속도를 견디는 요령을 설명 듣고는 장비에 앉았다. ‘G 내성 훈련’ 장비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점점 가속도가 증가됨을 느끼며 아랫배에 힘을 주고 호흡에 집중하면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면서 담당자가 필자를 흔들어 깨우는 것을 느꼈다. 6G까지 버티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것이다. 순간 자존심이 엄청 상했다. 아무리 30년 만에 하는 ‘G 내성 훈련’이지만 이렇게 무력하게 무너지다니.

 

(인체에 중력가속도가 가해지게 되면 머리에 있던 피가 아래로 몰리게 된다. 중력가속도가 계속 가해지게 되면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심하면 의식을 잃게 되는데 공중 상황에서 이런 상태가 되면 조종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은 물론 공중전 상황에서는 적기에게 격추 당하기 매우 쉬운 조건이 된다. 최근 개봉된 ‘탑건 매버릭’에서도 그 장면이 나왔는데, 매버릭과 그의 편대원이 목표지점에 폭탄을 투하하고 급상승할 때 시야가 좁아지고 얼굴에 착용한 산소마스크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는 현상 등이 바로 중력가속도가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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