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86)]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⑪ 공작사 검열 4, 그리고 을지연습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2.12.23 17:34 ㅣ 수정 : 2022.12.23 17:34
주말에 아내와 청계천변을 산책...월요일에 출근해보니 후배 장교에게 '관찰' 당한 사실 발견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임무를 마친 F-16은 얼마 후 00기지에 접근하였다. 기지로 돌아오면서 전방석의 조종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조국 영공방위를 위하여 늘 전술전기 연마에 노력하는 전방석 조종사에게 격려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임무기는 00기지 활주로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주기장에 도착하자 수검부대 부대장과 공작사 검열과장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상에서 임무기의 무선교신 내용을 듣고 검열결과가 매우 양호했음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수검부대장이 환한 얼굴로 필자에게 공중 검열에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오랜만에 비행했는데 어땠느냐고(힘들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필자는 웃으면서 “말로만 듣던 F-16에 탑승했는데 좋은 경험을 했네. 전방석 조종사가 기회를 줘서 기본적인 공중조작을 몇 개 해봤는데 기체 반응이 정말 부드러웠어. 오늘 내 컨디션 같으면 다시 비행훈련에 입과해도 되겠네.” 모두들 파안대소했다.
디브리핑을 마치고는 수검부대장과 공작사 검열과장과 같이 차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당시 공작사 검열과장은 방공포병 장교로서 필자가 ‘천궁 시험평가단장’을 할 때 선임장교였고, 필자가 평소에 신뢰하던 장교였다. 공작사 검열과장은 그 해에 대령 진급심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미 한차례 대령 진급심사에서 누락되었던 터라 무척 초조하게 지내고 있던 터였다.
“K 대령! 기운내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그동안 열심히 해왔으니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는가!” (공작사 검열과장은 그 해 대령 진급심사에서 대령으로 선발되었다) 00기지를 떠난 필자는 타 비행단을 검열차 방문하고는 공작사로 돌아왔고 다음 날 공작사 검열은 종료되었다.
한편, 필자는 검열단으로 부임하면서 아내에게 ‘이제는 비상대기가 없으니 일과 후나 주말에 여유있게,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이야기했었다. 사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계절마다 명절 때마다, 또 연말연시에는 각종 비상대기가 있었고 이에 따라서 집안의 대소사에는 전혀 참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설연휴나 추석 연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에는 부대에서 비상대기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태풍이나 폭우, 폭설 등의 악기상일 때에도 부대에서 비상대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초급장교때나 느꼈던 명절 때의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역한지 오래 되었고, 지금은 비상대기가 없지만 명절에 대한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은 없다. 단지 TV 뉴스에서 태풍이나 폭설 등의 악기상이 발표될 때에는 ‘이제는 부대에서 비상대기 안해도 되는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낀다.)
검열단 부임 이후에 봄이 되면서 날이 따뜻해지자 덕수궁과 그 주변부터 걸어 다녔다. 덕수궁은 중학교때 무슨 미술 전시회가 있어서 단체 관람하러 갔던 이후로는 가본 기억이 없었다. 덕수궁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는 근처를 돌아보았는데, 고등학교때 한번 쯤은 걸어 보았을 만한 길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 다음 주에는 경복궁, 그 다음 주에는 남산, 청계천 복원한 곳 등등을 걸어서 다녔다. 경복궁 역시 언제 가 보았는지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랜만에 가보았는데, 봄철의 경복궁은 각종 꽃과 더불어 인산인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사하게 핀 꽃(벚꽃으로 기억한다)들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어느 월요일에 출근하니 후배 한명이 “어제 선배님을 청계천에서 봤는데, 형수님과 같이 다니셨지요?” 한다. 어디서 봤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청계천 어느 다리 위에 서 있는데 필자 부부가 그 아래로 지나가더란다. 세상 참 좁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렇게 ‘관찰’이 되다니.
그리고 가끔 아내와 영화도 보러 갔다. 전에는 비상대기 때문에 영화관을 가더라도 휴대폰을 진동모드로 해놓고 손에 쥐고 있었다. 혹시 부대에서 긴급 연락이 올까봐.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다.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답답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검열단에 근무하는 기간에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고 지냈다.
그 해에는 별도의 여름 휴가를 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서 얘기했던 거문도에서의 스쿠바다이빙과 ‘장염’이 그 해의 여름휴가였다. 8월이 되면서 검열단은 ‘을지연습’ 검열 준비에 들어갔다. 봄철의 ‘RSOI’와 여름철의 ‘을지연습 ’시에는 전군(全軍)의 각급 부대를 검열하기 때문에 검열단의 업무 범위가 상당히 넓다. 그만큼 신경 쓸 것이 많다.
검열관들은 몇 개의 팀으로 구분되어서 지역별, 부대별로 검열업무를 수행하게 되었고, 필자가 속한 팀은 4명으로 구성되어 동쪽 축선에 위치한 육, 해, 공군, 해병대 부대에 대한 불시 검열을 담당하게 되었다. 차량은 4인승 승용차가 배당되었고 운전병은 없었다.
불시검열 업무는 어떻게 보면 정기검열 업무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 그 부대에 대한 임무와 작계 등을 소상히 알아야 효과적인 검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인데, 문제는 대상 부대가 한두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팀의 검열관들은 지도를 펴 놓고는 어느 부대를 갈 것인가를 놓고 토의를 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