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87)]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⑫ 불시검열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2.12.29 10:05 ㅣ 수정 : 2022.12.29 10:05

기본교육 때 방독면을 벗는 병사 발견하고도 '주의'만 주고 끝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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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00사격장 검열 후, 검열단장을 수행해서 갔다 맨 오른쪽이 필자 / 사진=최환종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불시검열 대상 부대를 정하고는 검열 방향을 토의했다. 어느 수준으로 볼 것인가,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집중 토의했다.

 

을지연습이 시작되었고, 검열관들은 각 팀 별로 담당 지역으로 이동했다. 필자 역시 속옷 등을 넣은 큰 가방을 차량에 싣고 임무 지역으로 향했다. 우리 팀은 선배 검열관 2명, 동기 검열관(해병대 대령) 1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되었고, 운전은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는데 실제로는 동기 검열관과 선배 1명이 도맡아 하다시피 했다.

 

아마도 필자가 차만 타면 많이 졸았던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운전을 도맡아 한 선배 장교와 동기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골프 후에 세가지 즐거움 중의 하나가 남이 운전하는 차 타고 조는 거라는데, 검열 다니는 중에 남이 운전하는 차 타고 조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ㅎㅎ.

 

※ 골프후 삼락(三樂)은 따뜻한 물에서 뭉친 근육 풀기, 지인들과 소주 한잔 하기, 집에 돌아올 때 남이 운전하는 차 타고 조는 것 등이다. 공자(孔子)나 맹자(孟子) 등의 인생삼락(人生三樂)을 변형한 우스개 소리가 아닐까 한다.

 

검열은 남쪽의 육군 부대부터 시작했다. 어느 탄약창부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는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사전에 검토했던 육, 해, 공군 부대에 대한 불시검열을 실시했다. 계획검열이 아니기에 검열팀은 ‘무경고’하에 해당 부대에 갔고, 해당 부대는 검열팀이 들어가자 무척 당황했다.

 

기억하기로는 당시 불시검열 결과 큰 문제점은 없었다. 소소한 문제점은 발견되었으나 현지 시정으로 끝냈다. 약 2주일간 불볕 더위 속에서 실시한 불시검열은 해당 부대원이나 검열관이나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모의 화생방 상황에서 방독면을 착용하고 행동하는 장병들의 행동은 검열관이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게다가 방호복까지 입으면 그 자체가 한증막이다. 간혹 그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방독면을 벗고 있는 병사가 보였다. 그러나 그들도 실전 상황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필자가 방공포병으로 특기를 전환한 후, 첫 임지가 00비행장의 발칸포대장이었다. 당시 발칸포대원은 필자를 제외한 전 병력이 육군에서 공군으로 전군한 자원들이었고, 발칸포대의 주임원사는 월남전에 야전포병으로 참전했던 나이 많은 부사관이었다.

 

그 부사관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월남에 도착해서 월남 현지 적응 교육을 받는데, 그중의 하나가 수통에 물을 가득 채워서 다니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면 무겁다고 물을 반만 채워서 다니던 병사들이 실전 상황이 되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통을 여러개 지니고 전투에 임했다.

 

또 한가지는 월남에 도착한 초기에 부대 주변으로 베트콩이 포격을 가하자 병사들이 땅바닥에 엎드리는데 그 모양이 신병 훈련소에서 교육받은 자세 이상으로 철저하게 엎드렸다.’

 

물론 기본 교육을 다 받았기에 그렇게 행동했겠지만, 사람이 위기시에는 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칸포대 부사관이 한 말이 생각이 나서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방독면을 벗고 있는 병사’와 부대장에게는 주의만 주고 끝냈다.

 

어느덧 을지연습이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이 되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근무를 하고 있는 어느 날, 갑자기 강원도 00지역에 있는 공군 사격장을 검열하게 되었다. 불시 검열이었는데, 그날은 날씨가 매우 좋았다. 시정은 7mile clear, wind calm. 구름이 약간 끼어 있었지만 헬기로 이동하기에 정말 쾌적한 날씨였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위치한 이 부대에는 벌써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검열관들은 아직은 기온이 높은 서울에서 갔으니 전투복이 반팔 차림이고 사격장 부대원들은 긴팔 차림이다. 그만큼 온도가 차이 난다는 얘기다. 필자가 과거 강원도 부대에서 근무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때도 9월부터는 동절기 준비를 했었지...

 

불시검열을 모두 마치고 출발하기 전에 부대장과 차한잔 하는 자리에서, 부대장이 하는 얘기가 ‘부대 아파트 인근에 부대에서 관리하는 외래자용 통나무집이 있는데 아직은 추워지기 전이니 시간되면 한번쯤 휴가차 와서 지내는 것도 좋다’고 추천을 한다. 여름철에는 타 부대에서 근무하는 군가족들이 휴가때 이 통나무집을 많이 이용한다고. 이 통나무 집에 대해서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실제 이 지역에 와서 보니 한번쯤 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9월 말 경에 주말을 끼고 휴가를 내서 아내와 함께 부대 통나무 집에서 이틀을 지냈다. 서울에서 오전에 출발했는데 경치 구경하면서 오다보니 통나무 집에 도착했을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통나무 집에 여장을 풀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날 투숙객은 우리 두사람 뿐이었다. 아무리 좋은 별장도 혼자 있으면 적적한데, 첩첩산중에 있는 통나무집 여러 채 중에 사람은 우리만 있었으니 조금 으스스한 기분도 들었다.

 

통나무집 주위에는 작은 개울도 있었고 나뭇잎들은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생각하고는 통나무집 앞에 있는 야외용 식탁에서 고기를 구우며 저녁식사를 했다. 서울은 아직 더웠지만 여기는 해가 지면서 빠르게 기온이 내려갔고, 아내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 마실 때쯤에는 한기를 느꼈다.

 

아내에게 “산속에 오니까 좋으네. 공기도 시원하고. 이틀동안 푹 쉬었다 갑시다.” 라고 얘기는 했는데, 속마음은 이랬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꼭 (예전의 한국 귀신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 같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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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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