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과 '뉴삼성' (2)] 고성능·고용량 등 첨단 D램으로 반도체 회복 본궤도 오른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3.26 05:00 ㅣ 수정 : 2025.03.27 07:08

DDR5 16G 평균 선물 가격 한 달 만에 6.47% 증가세
D램 재고조정 효과 힘입어 메모리 산업 2분기 이후 회복세
중국 정부 '이구환신'으로 내수진작 나선 점도 삼성에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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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반도체 불황과 시작된 ‘삼성전자 위기론(論)’은 그냥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었다. 반도체 시장 변화 흐름을 제때 읽지 못해 불거진 기술 경쟁력 악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가 맞물려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회사의 위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바꾸게 만들었다.  이재용 회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던진 첫 메시지는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 먹으면 산다는 뜻)'이다.  이재용 회장은 회사 경영진에게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라는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스투데이>는 달라진 그와 함께 삼성의 반도체 업계 위상 회복과 업계 맹주 탈환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3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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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DR5 제품 관련 이미지 [사진 = 삼성전자 홈페이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중심의 반도체 시장 변화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올해 AI 반도체 등 첨단 부문에서 성장과 수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세대 기술과 제품 역량을 강화해 반도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 측면에서 고성장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고수익 사업구조를 확보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영역에서도 앞서나가면서 삼성전자로서는 HBM에서 SK하이닉스를 앞질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경영진을 향해 “삼성, 죽느냐 사느냐에 직면해 있다”라며 이례적으로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회장을 중심으로 복합위기를 타개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그동안 고공행진하는 HBM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여 올해 상반기는 과거와 달리 전망이 밝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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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양산한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사진 = 삼성전자]

 

26일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5 16G 제품의 평균 현물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5.05달러(약 7420원)로 한 달 만에 6.47% 증가했다.

 

D램 현물 가격은 대리점과 소비자가 거래하는 가격이며 일반적으로 반도체 업황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통한다.  이에 따라 현물 가격이 최근 오르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D램익스체인지는 또 DDR5 16Gb 제품의 2분기 가격 전망을 기존 3.3달러에서 3.9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올해 하반기 시세를 3.3달러에서 4.2달러로 높였다.

 

낸드는 범용 제품인 128Gb 16Gx8 MLC의 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29달러로 1월 2.18달러와 비교해 5.29% 상승했다.

 

1월 가격은 지난해 12월 2.08달러 대비 4.57% 오른 것이다. 이처럼 낸드는 2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나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Sandisk)는 지난 7일(현지시간) 고객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낸드 가격을 이달 1일부터 10% 이상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Micron)도 낸드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최근 외신에서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까지 오는 4월을 전후해 낸드플래시 가격을 일제히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낸드 가격이 다음달 오를 것"이라며 "D램은 재고조정 효과로 오는 2분기 이후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메모리 산업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중국정부의 내수진작도 삼성전자에 호재다. 

 

중국정부가 올해 들어 가전·전기자동차 등 소비재를 대상으로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중국에서 IT(정보기술) 제품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중국의 이구환신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D램 반도체를 앞다퉈 구매해 재고를 축적하는 점도 있지만 중국 AI 개발업체 딥시크 등장 이후 가성비를 갖춘 AI 인프라를 갖추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메모리 시장 어려움이 이어져 올해 1분기까지 HBM을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 업계 실적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지만 상황이 불과 한 달 사이에 크게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올해 초만 해도 1분기는 반도체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여겨졌다"라며 "그나마 HBM이 성장세를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최근 한달 새 업체 감산 효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라며 "삼성전자가 낸드를 감산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범용 제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반도체 재고 조정 등으로 올해 1분기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가 기존 전망보다 더 나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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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앞줄 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며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이 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위기에 대해 AI 대처가 미흡하고 대규모 투자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에서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고 차세대 공정과 신제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저가형 제품보다는 고성능·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제품군을 늘려 수익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 부회장은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DDR4 및 LPDDR4 등 저가형 시장을 중심으로 D램과 낸드 시장에 본격 참여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저가형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확대해 차별화를 이뤄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수익성과 제품 경쟁력을 모두 거머쥘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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