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빈 깡통 소문을 우문현답으로 극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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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당나라 태종에게는 중신들과 주고받은 리더십에 관한 유명한 문답이 있다. 바로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며 “창업에는 천운이 따라야 하지만 수성에는 본인의 역량과 성격이 문제가 되며 운이나 재수가 차지하는 요소는 적다”라는 언급이다.
교통사고 후유증 재활치료로 동기들보다 2년 늦게 대대장으로 취임해 임기의 반이 지나며 내리막 길을 달리고 있지만, 취임 첫해에 이룩한 선봉대대는 대대원들의 충성심과 열성 덕분이었고 또한 운과 재수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당태종의 말처럼 대대의 수준을 최고 상태로 지속 유지하는 수성은 너무도 힘들었다. 대대장 취임 후 2년 동안에 사단의 전·후반기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우수부대로 선정되자 상급부대 검열을 포함해 대대를 찾는 방문객이 유독 많았다.
하지만 가끔씩은 상급부대의 지도방문과 방문객에게서 호되게 지적을 받아 “우수부대라는 소문만 요란한 빈 깡통이 아니냐...?”라는 혹평을 받을 때도 있었다.
심지어 신임 연대장이 대대를 한번씩 방문하면 잘못을 지적받은 사항들이 열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아 그동안의 지속된 시범과 추가 업무로 힘들었던 대대원들을 더 고생하게 만드는 일들도 종종 생겨났다. 역시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고 느껴졌다.
또한 각 예비군 중대에 배치된 상근예비역 중에 일부는 폭행(살인미수), 교통사고 등을 평균적으로 한달에 한번씩을 저질러 당혹하게 만들었다. 매월 잦은 사고가 발생하자 심지어는 병원관리를 강조했던 사단장은 연대장이 배석한 상태에서 ‘사고 분석 및 대책’을 사고 발생 대대장이 직접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사고 분석 및 대책 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해당 예비군 중대장이 필자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 필자는 부대원 관리를 잘못한 그를 질책하고 혼내줘야 했지만, 희끗희끗한 머리의 나이든 군 선배면서도 창피하고 부끄러워하며 울먹이는 모습에 오히려 그를 달래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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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열단장의 대대 방문은 최고 결과를 얻어내며 보람과 성취감을 만끽하는 분위기로 다시 전환시키는 계기
필자의 대대 책임지역 15개 면사무소에 편성된 예비군 중대의 상근예비역들은 주간 일과가 끝나면 집으로 퇴근한다. 그런데 상근예비역의 사고는 주로 퇴근 후에 발생하지만 그래도 병력을 관리하는 지휘관들에게는 지휘 책임을 묻는다.
사단장에게 사고 분석 및 대책을 직접 보고하도록 한 것은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지휘책임을 물어 벌을 주는 것과 동시에 타부대에게도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필자에게 사고 및 대책을 보고하면서 울먹인 해당 예비군 중대장처럼 필자도 연대장이 배석한 상태에서 사단장에게 직접 보고할 때에는 창피했고 그동안 쌓아온 노력의 공이 한순간 무너지는 심정을 느꼈다.
필자의 보고를 받은 사단장은 사고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병력를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지시와 함께 곧 시행될 군단전투지휘검열 수검시에 군단장이 강조한 것처럼 검열단장인 육군본부 감찰감이 대대를 방문하니 준비를 잘하라는 당부를 추가하였다.
사실 그동안 대대원들을 힘들게 만들었던 각종 시범 준비를 통해 이미 대대는 전투지휘검열 수검 준비가 되어있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우문현답’처럼 군단전투지휘검열 수검의 우려를 현장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군단장, 사단장이 그렇게 관심을 가졌던 육군본부 검열단장은 필자가 수방사 작전장교 시절에 예하 사단 연대장으로 근무하다가 장군으로 진급한 박훤재 육군소장으로 당시부터 이미 알고 있던 상태였다.
대대를 방문한 검열단장은 필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에 7월 중순의 하절기 30도를 훨씬 넘기는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비군 교장을 모두 둘러보며 현장을 확인했고, 이후 대대장실에서 준비한 보고를 모두 청취했다.
그는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육본 검열단장이 타지역으로 출발하자 배석한 이병우 연대장과 사단 감찰·동원참모는 물론 전화로 결과 보고를 받은 사단장과 작전참모도 모두 ‘OK’ 였다.
계속 발생했던 상근예비역 사고로 보완 대책을 사단장에게 보고할 당시와 방문객들이 호되게 지적을 하며 “우수부대라는 소문만 요란한 빈 깡통이 아니냐...?”라는 혹평을 들을 때에는 부끄럽고 창피했었다.
하지만 이번 군단전투지휘검열 수검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노력의 공이 한순간 무너지는 심정의 좌절감을 약간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육군본부 검열단장인 감찰감의 대대 방문으로 그해 후반기에 들면서 최고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며 보람과 성취감을 만끽하는 분위기로 다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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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