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유 기자 입력 : 2025.02.11 18:44 ㅣ 수정 : 2025.02.11 18:44
세월이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평균 2배 넘어 Z세대 구직자, 55%가 어디든 가겠다지만, 70%는 대기업 재도전 의사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층은 속수무책, 정부가 주택문제 해결해줘야
[사진=김지유 기자]
[뉴스투데이=김지유 기자] 최근 청년 구직층이 '마음에 드는 기업만 노리는' 마음을 접고 '어느 곳이든 합격시켜주는 기업에서 일하겠다'고 마음을 돌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연봉과 복지 수준이 월등하게 높은 대기업에 올인하던 청년층이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자 생존 우선 전략을 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HR 테크기업 사람인이 지난 3일 발표한 ‘2025년 취업 목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신입 구직자 464명 중 과반수 55.2%(256명)가 '기업의 형태와 무관하게 취업이 가능하다면 어디든 입사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업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층의 속마음은 여전히 대기업을 꿈꾸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해서는 번듯한 직장인의 삶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채용 플랫폼 캐치가 지난 해 11월 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청년 구직자 1447명 중 71%가 “중소기업 최종 합격 후에도 불합격된 대기업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입사를 최종 선택한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이는 대기업 취업이 여전히 청년층의 주요 목표임을 시사한다.
해당 설문은 Z세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최종 불합격한 대기업에 재도전'하는 것과 '최종 합격한 중소기업 입사' 중 한가지를 선택하는 양자택일 질문지였다. 대기업 재도전을 선택한 이들의 가장 큰 이유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42%)’로 집계됐다. 뒤이어 ‘원하는 기업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서(30%)’라는 강경한 색채의 응답도 있었다.
반면, 중소기업 입사를 결정한 응답자의 46%는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중소기업 선택이 ‘경력 쌓기용’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의 취업준비생이 될 청소년들에게서도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해 5월 29일 발표한 ‘202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대기업(29.5%)으로 나타났다. 국가기관(17.9%)과 공기업(16.1%), 자영업(12.7%)이 그 뒤를 이었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공무원직(14.5%)보다 대기업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지난 해 4월 22일 발표된 통계청의 '2022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영리기업 중 대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은 월 591만원(세전 기준)으로 중소기업(286만원)의 2.1배였다. 연령대별 임금 격차를 보면 20대는 대기업이 340만원으로 중소기업(215만원)의 1.6배 차이였고, 30대 기준으로는 1.9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세월이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커지는 구조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는 임금 외의 근로조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5038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기업 규모에 따라 갈린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에 이르렀으나, 10∼29인 사업체는 50.8%가 응답했고, 5∼9인 사업체는 절반인 47.8%에 그쳤다.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갖춘 '삶의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 환경 개선 ▲복지 혜택 강화 ▲주거 안정성 확보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청년층의 최대 고민은 주거 문제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Z세대가 30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수도권에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이제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층의 주거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굳어졌다. 어떤 청년이 현재 중소기업을 경력 쌓기를 위한 잠깐의 교두보로 인식하고 입사했다고 해도,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면 계속 다니기 마련이다.
*Z세대(Generation Z)란, 밀레니얼 세대(Generation Y)와 알파 세대(Generation α) 사이의 세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후반생부터 2010년대 초반생까지의 청년세대를 Z세대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