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하윤수 전 부산시교육감의 판결...부산시민들, '아쉽고, 안타까워'
[부산/뉴스투데이=황상동 선임기자] "그동안 많은 사랑과 응원 속에서 큰 책임감을 안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오늘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평소 좋아하던 보리밥과 된장찌개를 먹으며 소중한 일상을 되새겼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따뜻한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겠다. 앞으로도 제가 걸어가는 길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길 바라며, 믿음과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더 깊고 단단하게 걸어가겠다."
지난 12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과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을 들어 법원이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에 대해 교육감 자격을 박탈한 후 하 전 교육감이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이에 앞서 하 전 교육감의 당선무효형 선고 과정을 지켜 본 부산시민들이 약 2만9000여 건에 이르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법원 결정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탄원서는 하 전 교육감의 정책성과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보여 주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나아가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들이 제출한 탄원서에는 하 전 교육감의 정책적 리더십과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이룩한 성과에 대한 높은 평가가 담겨 있다. 시민들은 △부산형 학력 신장 시스템 구축 △아침 체인지(體仁智) 프로그램 △늘봄학교 도입 △통학 환경 개선 △특수학교 신설 등 구체적인 사례를 조목조목 들면서 그의 정책이 부산교육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꽤 많은 부산시민들이 형사처벌로 결정한 하윤수 전 교육감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형사처벌로 까지...'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로 교육감 선거에 대해 '갑론을박' 말들이 무성하다. 교육감 선거는 후보자가 정당 공천을 받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정당 차원에서의 지원은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환경에서 후보자로서는 독자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교육 전문성, 교육철학 등을 알리는데 어려움을 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교육감 후보자에 대한 정보 습독도 제한적으로 이뤄져 지금까지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교육감 선거는 선거가 시작되기 전 유사한 교육적 가치관이나 목표를 가진 후보자들 간에 단일화 후보자를 출마시켜 선거에서 경쟁토록 하는 게 통례다. 단일화 후보를 내는 것은 큰 틀에서 보수·중도·진보라는 유권자마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중보·보수 후보 단일화 절차가 이루어진 바 있다.
이러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 예정자들은 외부에 자신의 인지도를 높임과 동시에 교육 전문성이나 교육 정책, 교육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교육감 후보자들은 자신의 교육 철학을 알리기 위해 포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러한 포럼 활동은 부산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관행으로 오래전부터 정착되어 왔다. 지난 2014년과 2018년 부산시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던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 역시 ‘부산교육포럼’의 공동대표로 활동한 바 있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기간과 방식을 매우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다. 허용되는 선거운동기간 또한 교육감 선거의 경우 13일로 매우 짧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이 단기간의 선거운동기간 내에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교육철학, 교육 전문성, 교육 정책의 필요성 등을 제대로 알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유권자가 후보자 결정에 필요한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접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자기 지역의 교육감을 선택하는 것은 어느 선거보다 가장 중요한 선거이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정당 공천으로 치르는 다른 선거와는 달리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후보자들은 후보자 개인이 자신의 교육 전문성 및 교육철학을 알려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유권자들이 접할 수 있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선거기간 붙어있는 벽보가 전부다. 오죽 했으면 맨 앞 1번을 선택해 버리기까지 할까. 결과적으로 현직에 있는 교육감에 대한 인지도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 형태다.
뿐만 아니다. 현직 교육감은 재임 내내 교육 활동을 하면서, 이는 곧 제약을 받는 선거운동 기간이라는 게 없다고 봐야 한다. 반면, 처음 교육감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인지도나 정보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요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새내기 후보들에게는 최악이다. 지역 주민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후보에 대한 이미지나 홍보를 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선거운동의 기간과 방식에 있어 제약을 받게 된다. 이렇듯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에 따라 유권자의 합리적 투표권 행사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어쩌면 기존 선거 방식이 기존 교육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하윤수 전 교육감은 "좋든 싫든 이번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하지만 지금도 나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포럼의 활동을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무소 유사기관으로 의율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 지정하고 있는 포럼은 해당 선거일인 지난 2022년 6월 1일로부터 약 1년 전에 설립돼 약 6개월 전에 사실상 활동이 종료됐는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하 전 교육감은 "이 포럼의 정관상 목적인‘공평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을 실현’하기 위해 부산 교육정책, 교육환경, 교육 당사자인 학생 및 학부모들의 당면한 어려움 등 교육 문제 현황 파악, 학생 및 학부모, 나아가 지역주민과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소통 활동, 이를 기반으로 한 교육정책에 대한 발전적 논의 등 활발한 활동을 수행하였는바, 포럼 활동의 긍정적 효과를 도외시한 채 이 포럼 자체를 선거사무소 유사기관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성낙인 전 서울대학교 총장은 "공직선거법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을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이처럼 선거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의 공정성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이고, 그 자체가 헌법적 목표는 아니다"라며, "이미 유권자에게 잘 알려져 있는 기존의 정치인이나 대형 정당과는 달리, 정치 신인의 경우 그렇지 않으므로, 선거의 공정성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이들에게는 자신들을 충분히 알릴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어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이 저해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부산교육대학교 총장을 재임한 하윤수 전 부산시교육감이 부산교육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그 일단의 표현으로 '포럼 교육의 힘'에 관여한 사실을 두고 이를 사전선거운동을 위한 기구 설립으로 보는 것은 지난 판례에 비추어 봐도 지나친 '견강부회(牽強附㑹)'가 아닐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적시한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지방교육자치에관한 법률위반 대해서도 사회 일각에서는 갑론을박이다.
하 전 교육감이 남해종합고등학교와 부산산업대학교를 졸업해 발급된 졸업증명서에 '남해제일고등학교'와 '경성대학교'로 기재한 법원의 문제 제기에, 하 전 교육감은 '새내기 후보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학교 졸업증명서에 대해서 선관위에 여러 차례 검수까지 거쳤는데도 법원은 이를 허위사실 공표라고 적시해버린다면서...볼멘 소리를 한다. 이어, '굳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토를 단다면 변경된 학교명을 괄호안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표기 오기로 보지 않고, 위조나 허위 기재로 적시하는 자체가 너무 무리한 법의 잣대가 아니냐'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1985년 경성대학교(당시 부산산업대학교) 법정대학 법학교 교수로, 현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한상희 교수는 하 전 교육감에 대한 학력에 관한 허위사실공표 부분을 두고 "하 전 교육감이 학력을 '경성대학교'라고 표기한 것은 허위사실이 아니다. 단지 '부산산업대학'이라는 학교 명칭이 '경성대학교'로 변경되었다는 것 뿐이다. 백번 양보해 이런 행위가 사실과 다른 사항의 기재에 해당되어 '허위'의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직선거법이 추구하는 선거의 공정성,엄정성, 선거운동 기회의 균등성 등의 가치를 침법해 굳이 형사벌로써 처벌할 정도로 무가치한 수준에 이르지는 아니하였다고 판단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법적 조언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기준이 제대로 해석될 때 대의제적 민주주의의 체제하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 헌법의 기본가치에 충실한 판단이 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헌법 원리와 함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 유리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틀에 기반 할 때,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자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하지만 끓어 넘칠 만큼 뜨거웠던 하 전 교육감의 교육을 향한 열정을 접어야 한다고 하니 못내 아쉽다. 법이란 게 상식적이고 공정하다는 것 쯤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번 판결이 이러한 부분에서 한번 더 일고(一考)하지 않고 자칫 간과하지나 않았는지...내내 아쉬움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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