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제 기자 입력 : 2024.12.16 17:38 ㅣ 수정 : 2024.12.16 17:38
합병 따른 항공권 가격 상승과 서비스 저하 가능성 커 마일리지 통합,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 제시해야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한 가족이 됐으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항공사가 될 것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이 발언은 두 항공사 합병이 단순한 기업 통합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산업 전체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점을 웅변한다.
이번 합병은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성공적인 통합이 되려면 대한항공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항공권 가격 상승과 서비스 저하 가능성이다. 합병으로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으며 이는 소비자 편익 감소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합병 승인 조건으로 일부 슬롯(항공사가 특정 공항에서 이·착륙 가능한 시간대) 반납을 요구하며 시장 경쟁 유지를 시도했지만 소비자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항공료 책정 투명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마일리지 통합 역시 소비자에게 민감한 문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적립 구조와 가치가 달라 동일한 비율로 통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보다 약 30%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 전환 비율이 약 1:0.7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10만 마일은 통합 후 약 7만 마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중요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브랜드 통합이 합병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시아나항공 '윙 로고'가 사라지는 만큼 새 브랜드는 두 항공사 정체성을 모두 아우르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를 넘어 서비스 철학까지 포함한 깊이 있는 통합이 이뤄져야 하며 소비자들이 이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브랜드 로고, 슬로건, 유니폼 디자인 등을 소비자와 함께 고민하는 공모전이나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 통합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과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항공권 가격 변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정 기간 주요 노선 가격을 동결하는 방안도 소비자 신뢰를 구축에 효과적이다. 일부 슬롯 반납 등 공정위 시정 조건이 소비자에게 와닿지 않는 상황에서 가시적 정책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합병은 대한항공이 '글로벌 톱10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하지만 독과점 우려와 소비자 신뢰 회복, 브랜드 통합 등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이 국내 소비자 신뢰를 얻고 내부 통합을 성공적으로 일궈내면 세계 항공시장에서 명실상부한 메가 캐리어로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