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얼죽신’ 열풍이 부른 고분양가 시대...청약은 그저 신기루인가

김성현 기자 입력 : 2025.01.27 07:00 ㅣ 수정 : 2025.01.27 07:00

전국 아파트 분양가, 15년 만에 매매가 추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5년 이하 가장 높아
양극화 심화되면 시장 전체로 상승 확대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이라는 신조어가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듯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극심해지면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택난 해소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했던 청약 제도는 이제 고분양가라는 현실에 부딪혀 그 의미가 퇴색해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분양가격은 15년 만에 매매가격을 추월했다. 부동산R114는 24일 “2000년부터 전국 아파트 가격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09년 이후 15년 만에 평균 분양가격이 평균 매매시세를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7개 시도에서 모두 역전이 일어난 가운데 개별 지역 중 서울의 분양가 매매시세 추월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거래는 살면서 자주 겪는 일이라 볼 수 없다. 기본 금액대가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만큼 일생에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에 한 번 사면 평생 살 것을 목적으로 애초에 좋은 집에 들어가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실제 신축 아파트 선호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3일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의 ‘2024 연령별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5년 이하 신축(1.60%)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신축이 사랑받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략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지어진 소위 1세대 아파트 단지들은 그저 집에 불과했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있다 한들 단지 내부로 바로 진입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었다. 반면 최근 지어지는 4세대 아파트들은 지하 주차장은 물론 주차 후 바로 이동 가능한 엘리베이터는 기본이며 피트니스 센터, 골프장, 독서실, 심지어는 실내 수영장, 골프장과 같은 시설도 들어서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 행렬이 계속되는 이유다.

 

고분양가의 원인은 비단 고급 단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26으로 지난 2020년 11월(100.97) 대비 약 29% 상승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르며 공사비도 꾸준히 오르는 형국이다. 공사비가 오르면 건설사는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신축 아파트만 내놓으면 완판 시켜주는 소비자들 덕분에 분양가를 낮게 잡을 이유도 없다.

 

계속해서 오르는 분양가는 결국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신축 아파트로 인해 올라간 집값은 주변으로 옮겨간다. 좋은 입지와 상급 브랜드를 갖춘 아파트에 집중된 수요는 결국 양극화로 이어진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는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1∼3분기 서울 주요 자치구의 거래량 및 평균 실거래가 추이를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자치구별 거래 건수가 회복 추세를 보인 가운데 강남3구의 거래 건수는 1분기 대비 105.6% 증가했다. 반면 도봉구는 70.3%로 가장 낮은 증가세를 보이며 지역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극화로 시작된 상승이 결국 시장 전체의 가격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미 지난 정권을 통해 증명됐다. 집을 가진 이들에게 가격이 오르는 건 희소식이겠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비극이다.

 

정부는 지난 1977년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주택 우선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공주택 분양 시 주택청약제도를 시행했다. 1978년부터는 민영주택에도 청약제도를 적용해 공급되는 모든 아파트 입주자를 청약을 통해 모집하기 시작했다.

 

청약통장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한다는 희망은 이제 옛말이 됐다. 고분양가 시대 속 청약은 눈앞에 아른거릴 뿐 닿을 수 없는 신기루가 되가고 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