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4.11.25 05:00 ㅣ 수정 : 2024.11.25 05:00
건설경기 침체·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트럼프노믹스' 겹쳐 현실화된 공장 셧다운...길어지는 '보릿고개'에 시름 공장 가동률 하락에 포스코 공장 2곳 가동중단 3분기 주요 철강 3사 영업익 전년비 40~80% 감소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건설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차기 행정부 경제 정책) 등 '3중고'에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회사 실적이 부진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가동률이 떨어진 국내 공장을 잇따라 셧다운(가동 중단)하는 등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25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19일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문을 닫았다.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어 포스코에서만 올해 두번째 셧다운이다. 선재는 봉상으로 열간 압연된 강철로서 코일상으로 감긴 강재다.
포항 1선재공장은 1979년 2월 28일 가동을 시작해 45년 9개월간 누적 2800만톤 선재를 생산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선재 제품은 못·나사 재료나 타이어코드, 비드와이어(강선) 등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로 활용됐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뼈대 역할'을 하는 보강재로 자동차 안전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그러나 선재시장은 더 이상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선재 시장 규모는 약 2억톤에 달했지만 실제 수요는 9000만톤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게다가 1억4000만톤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이 내수 건설경기 부진으로 수요부족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중국 철강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에 선재를 저가로 수출해 글로벌 선재가격이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중국발 저가 선재 제품이 국내에도 쏟아지면서 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시장 여건과 노후화된 설비 경쟁력, 수요감소 등을 감안해 품질이 아닌 가격 중심 저가 제품 공급을 줄이기 위해 1선재공장 효율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1선재에서 생산한 고강도 타이어코드, 선박 및 자동차용 용접봉 등 강재를 포항 2~4선재공장으로 옮겨 생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선재 모든 직원은 이달 말까지 공장 정리 후 부서내 혹은 다른 부서로 재배치한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7월에도 1제강공장을 폐쇄했다. 제강공정은 쇳물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정하는 제철소 핵심 공정이다.
특히 1제강공장은 포스코 설립 초기부터 가동돼 '포스코 기술력의 산실'이라고 불리며 지난해 50주년을 맞았지만 결국 불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 철강 공장 가동률 하락…업체별 감산·셧다운 이어져
포스코의 올해 3분기 공장 가동률은 85%로 지난해 같은 기간(87.6%)에 비해 2.6%포인트 하락했다.
다른 업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 가동률은 88.5%에서 84.2%로 4.3%포인트 낮아졌다.
동국제강은 봉형강 가동률이 86.9%에서 9.5%포인트 떨어지면서 77.4%로 내려앉았다. 후판 가동률 또한 66.7%에서 63.8%로 2.9% 포인트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내 철강사 공장 가동률을 호황기때 90%에 육박했지만 최근 3년 새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역시 경북 포항2공장 셧다운을 추진 중이다. 이 공장은 연간 제강 100만톤, 압연 7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지만 업황 부진으로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다.
사측은 설비와 경영 효율성 측면을 고려해 포항1공장에서 필요한 캐파(CAPA·생산능력)를 소화하고 포항2공장 문은 닫는 방향으로 내부 검토를 마치고 노조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가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강력 반발해 최종 결정은 나지 않은 상태다.
현재 포항2공장에는 현대제철 직원 200명과 자회사 현대IMC소속 직원 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성 천막을 설치하며 공장 폐쇄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6월부터 '야간 생산체제'에 돌입했다. 철근 생산비의 10%를 차지하는 전기료를 줄이기 위해 상업용 전기료가 싼 야간에만 전기로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이 업체는 지난 9월 부터 '상시 2교대 체제'를 도입해 기존 3교대에서 주간 시간을 제외하고 운영하며 원가 절감에 나섰다. 또한 지난달에는 공장 가동을 이틀 동안 완전히 중단하기도 했다.
■철강 3사 영업익 최대 80% 감소…실적 악화 '빨간 불'
이들 철강업체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포스코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270억원) 보다 39.8% 감소했다. 이는 2분기와 비교해 200억원 가량 수익이 개선됐지만 낙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포스코는 중국 철강수요 부진 지속과 가격하락 영향으로 중국 법인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악화가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영업익 감소율은 80%에 육박하는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2284억원에서 올해 3분기 515억원으로 1년 사이 77.5%나 쪼그라들었다. 지속되는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은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반적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 내 과잉 생산 부분 때문에 글로벌 철강 산업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7월말 중국 업체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한 상태다.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며 결과에 따라 중국산 후판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
동국제강 또한 영업이익이 1054억원에서 215억원으로 약 5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건설 등 전방 산업이 장기 침체를 보이며 철강 수요가 부진한 데다 주력 사업인 봉강(철근)·형강(압연 강철재) 부문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중국산 저가 철강 물량공세로 인한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 관세 부담이 커져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가속화 될 가능성 등 향후 불확실한 상황을 면밀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관세 부담을 높여 중국 업체의 미국 수출을 견제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