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3분기 실적 ‘고공행진’…‘가계대출 증가·인위적 금리 인상’ 영향

김세정 기자 입력 : 2024.10.30 08:38 ㅣ 수정 : 2024.10.30 14:14

금융그룹 호실적, 이자 이익 증가 큰 역할
‘은행권 가산금리 인상·대출 규모 급증’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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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따라 은행이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 또 내 집 마련에 나선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몰려 가계대출이 크게 불어나 전체 이자 이익 규모도 늘어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3분기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3분기까지 최대 4조원이 넘는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다.

 

KB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더 늘고,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이익 기록을 세웠다. 다만 분기 최대를 기록한 2분기에 비해선 소폭 줄었다.

 

KB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순이익 1조6140억원은 지난해 3분기 1조3689억원 보다 17.9% 늘어, 3분기 기준으로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분기 최대 이익이던 올해 2분기 1조7322억원과 비교하면 6.8%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4조3953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다.

 

신한금융그룹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3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921억원 대비 3.9%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조985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8183억원 보다 4.4% 불었다.

 

지금까지 중 최대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22년 3분기 4조3154억원인데, 당시 증권사 사옥 매각으로 포함된 일시적 순이익 3220억원을 제외하면, 이번이 경상적 이익 측면에서 최대 수준의 실적이다.

 

더구나 이번 3분기에는 1000억원이 넘는 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반영됐다. 지난 8월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아시아 증시 폭락 시점에 이뤄진 코스피(KOSPI)200 선물거래에서 135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를 고려하면 기존 순이익 기록을 큰 폭으로 넘어선 셈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3분기 1조15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9570억원 보다 20.9%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한 3조225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나금융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에도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비이자이익 증가, 선제적 위험 관리 노력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 전망이 나왔던 우리금융그룹도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우리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903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8993억원 보다 0.5% 증가했다. 누적 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 2조4382억원에서 올해 3분기 2조6591억원으로 9.1% 늘면서 지난해 연간 실적 2조5063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역대 최대였던 2022년 3분기 누적 2조6620억원에 살짝 못 미치는 높은 실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연간 당기순이익 3조원을 향한 순조로운 행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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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각사 발표자료 취합 [그래픽=뉴스투데이]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요 금융그룹의 호실적이 이어진 이유는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과 대출 규모 급증으로 이자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금리 하락기에는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이 줄어들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한다.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NIM은 2분기 보다 0.13%p씩 떨어졌고, 신한금융그룹과 신한은행의 3분기 NIM도 2분기 보다 각 0.05%p, 0.04%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그룹은 0.15%p, 우리은행 역시 0.14%p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의 순이자이익은 증가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3분기 KB금융그룹은 1.3%, 신한금융그룹은 3.3%, 우리금융그룹은 1.5% 증가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늘었고, 기업대출도 함께 늘면서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를 상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점차 증가하자, 올해 3분기 영끌 열풍이 다시 불며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 전방위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펼쳤고, 금융권에는 올해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서 은행들은 대출 기본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며 대출 총량을 관리했고, 예대마진 축소 폭도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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