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9.27 05:00 ㅣ 수정 : 2024.09.27 05:00
삼성전자, 2025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1위 목표 세워 차량 데이터 처리 돕는 메모리 사업 확대에 주력 8세대 V낸드 적용한 PCIe 4.0 차량용 SSD 'AM9C1' 개발 돌입 삼성전자, 자동차 반도체 관련 해외기업 인수 카드 '만지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오는 2028년에 17조원대로 커지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잡아라'
완성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이어 전기자동차(EV), 자율주행 자동차(AV) 등으로 진화하면서 차량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전장용(자동차 전자부품) 반도체는 자동차가 전기로 작동하거나 스스로 운전할 수 있도록 차량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차량 내 기능이 점점 첨단화하고 다양해지면서 이에 필요한 반도체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7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 자동차는 평균 200~300개 반도체가 탑재된 반면 △전기차는 10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가 넘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 성능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차량 1대당 반도체 탑재 숫자가 오는 2030년이 되면 현재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8년까지 연 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3년 62억8300만달러(8조3607억원)에서 연평균 15.5% 성장해 2028년에는 128억9300만달러(약 17조159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판매 사업 확대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자'에 걸맞게 차량 내 데이터 처리를 돕는 차량용 메모리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전자는 2022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서 막을 올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과 로드맵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 테크 데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를 소개하기 위해 2017년부터 해마다 여는 행사다.
삼성전자는 201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차량용 UFS(인포테인먼트 메모리 솔루션) △차량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낸드플래시 기반 데이터 저장장치) △차량용 D램 신제품(LPDDR5X·GDDR6)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 내 최강자 위상을 뽐냈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제품에 들어가는 D램 규격이다. 이는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전압 동작 특성을 갖은 반도체다. 이에 비해 GDDR(Graphics DDR)은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에서 규정한 그래픽 D램의 표준 규격이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는 △빠른 자율 주행(AD)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IVI) △텔레메틱스(Telematics·원격계측진단) 등을 위한 최적의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해 오는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도 연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라인업(제품군)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에서 세계 최초로 탈부착이 가능한 차량용 SSD ‘디태처블 오토(Detachable Auto)SSD’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탈부착을 할 수 있어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기가 쉽고 동영상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호환되는 점이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힘입어 올해 초 이 제품에 대해 유럽 주요 완성차, 티어1(주요) 고객들과 세부 사양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제품 양산 방안도 마련했다.
또한 최근에는 8세대 V낸드를 적용한 PCIe 4.0 차량용 SSD 'AM9C1'를 개발하고 있다.
AM9C1은 업계 최초 8세대 V낸드 기반 차량용 SSD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비교해 전력효율은 약 50% 개선됐으며 차량 내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 기능도 지원하는 데 최적화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에게 업계 최고 속도 256GB(기가바이트) 샘플을 제공했으며 8세대 V낸드 기준 업계 최고 용량인 2TB(테라바이트) 솔루션을 개발해 내년 초에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는 마이크론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차량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마이크론이 44%로 가장 높았으며 삼성전자가 32%로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을 제치기 위해 고객사 확보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볼보와 혼다 벤츠, 비야디, 니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과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솔루션에 적용되는 차량용 메모리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4X(LPDDR4X·사진)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고 퀄컴에 제품 공급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기업을 M&A(인수합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삼성전자가 2022년 해외 기업 M&A 가능성을 드러냈을 당시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와 네덜란드 ‘NXP반도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물망에 올랐다.
실제 삼성전자가 이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접촉 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M&A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자동차 산업 발전이 계속될수록 반도체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자동차는 스마트폰, PC 등과 비교해 훨씬 많은 수의 반도체가 탑재하기 때문에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M&A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